역사의 순환과 진보는 계속되고 있다
역사의 순환은 참으로 무섭다. 불과 몇 십 년 전, 멀게는 1000년 전 벌어진 일들이 형태만 달리한 채 지금에 재연되는 것을 보면,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H.Carr)가 말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은 명언 중에 명언임을 실감케 된다.
철학자 헤겔이 말한 대로 역사는 정·반·합을 거쳐 스스로 진보한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진보하지 않는 역사는 소멸되기 때문이다.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멸망한 국가들은 ‘사교(邪敎)의 난립’, ‘성적문란’, ‘집권층의 도덕성 상실’ 이란 전조현상을 공통적으로 보였다. 역사를 ‘순환’과 ‘진보’라는 관점에서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 민족은 통일신라시대 이래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복종을 강요받아 왔다. GDP(국내총생산) 세계 11위, 군사력 세계 7위에 올라 선 2018년 현재에도 강대국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팽창에 혈안인 중국과 유일한 패권 국가를 자임하는 미국은, 지금 우리 민족의 ‘평화적 생존권[right to live(life) in peace]을 움켜 쥔 채 한반도에서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도전을 제압하기 위해, 시 주석은 북한을 태평양 진출의 교두보로 삼기 위해, ‘북한비핵화’와 ‘한국전쟁 종전선언’ 시간표를 제 맘대로 뒤집고 있다.
과거 1894년 ‘조선의 지배권’과 ‘동아시아 패권’을 놓고 벌어진 청·일 전쟁은 지금의 한반도 형세와 흡사하다. 청·일 양 강대국은 제 나라 땅이 아닌 조선에서 전쟁을 벌인 것도 모자라 조선인에 대한 약탈·방화·강간·징집 등 만행을 저질렀다. 권력 유지를 위해 외국 군대를 끌어들인 부패한 집권층으로 인해 조선의 개혁·개방정책은 좌절되고 조선은 식민지의 길을 걸었다.
1634년 병자호란은 강대국의 틈새에서 실리외교를 버리고 사대외교를 택한 조선 집권층의 권력욕과 무능이 빚어낸 우리의 뼈아픈 역사다. 동시에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반면교사다.
우리 땅에서, 우리 민족의 ‘평화적 생존권’을 흥정거리 삼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쟁탈전은 청·일 전쟁과 병자호란의 현대판이다. 우리민족의 역사는 순환을 통해 ‘집권층의 부정부패와 내부 분열은 필패(必敗)’라는 교훈을 우리에게 남겼다.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와 권력탐욕이 계속될수록 국가 구성원간 유기적 연대는 붕괴된다는 점도 분명하다.
미국과 중국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손에 쥔 채 보란 듯이 싸우는 것을 보노라면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에 밉보일 수 없는 현실도 엄연히 존재한다. 우리의 미래와 밥줄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분열하지 말 것과 투명한 사회구축을 역사로부터 요구받고 있다. 이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를 스스로 찾기 위한 최소한이다. 정치권과 정부에 당부하는 바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