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고르는 법에 대해 많은 정보가 있지만 나는 나만의 방법을 공유한다.
1. 직장에서 한 블럭이상 멀어지지 않아서 도보 10~15분 안에 출퇴근이 가능할 것.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할 정도로 멀면 뭣하러 고시원 사나. 차라리 월세나 전세를 찾자.
2. 최종적으로는 직접 방문해야겠지만 방문할 후보군을 고르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위치확인이 필수다.
3. 다음지도, 네이버지도에서 각각 고시원이라고 치고, 내 직장을 중앙으로 잡고 마지노선 거리까지 확대해서 지도에 있는 지역에 있는 것만 검색 체크하면 출퇴근 거리 마지노선에 걸리는 고시원이 다 뜬다.
4. 여기서부터는 노가다다. 인터넷 내용은 하나도 믿지 마라. 다리미, 공용PC, 건조대 등등은 직접 가봐야 알 수 있다. 심지어 방 사진도 다른 고시원 사진 올린 곳이 태반이다. 다만 그건 있다. 사진의 TV가 브라운관이면 무조건 아웃시켜라. 시설이 심각하게 낙후됐다는 뜻이다. 이 방법이면 2000년도 이전에 지어진 합판 고시원은 전부 아웃시킬 수 있다. 아무리 원장이 부지런해도 시설이 별로면 용을 써도 불편하다. 브라운관 2탄은 문이 철문이 아니라 나무문이면 아웃시켜라. 거긴 복도가 아무리 넓어보여도 실제로 가보면 합성이며, 불나면 다 같이 타 죽기 좋은 고시원이다. 원장이 인터넷을 못해서 사진 업로드를 못한 걸수도 있다. 근데 요즘 시대에 인터넷 홍보의 중요성도 모르는 원장이면 자연스럽게 교육수준이 낮거나 나이가 많다는 건데... 모험을 하지 마라.
5. 이제 후보군을 추려서 직접 간다. 보통 3,4,5층에 있다. (지하, 1층 고시원 살 바에는 월세나 전세를 찾자.) 계단 올라가기 전에 아웃시킬 수 있는 것은 그 건물에 입점한 상점의 종류다. 카페나 사무소는 이상적이다. 반드시 피해야하는 종류는 슈퍼(24시 슈퍼는 24시간 가요를 틀어놓을 것이다.), 헬스장(고시원 위에 헬스장이 있으면 층간소음을 즐길 수 있을거다.), 노래방(지하의 노래방소리가 2층까지는 기본적으로 들린다고 보면 된다. 또 노래방 손님이 올라와서 행패를 부리거나 술주정을 할 수 있다.), 유흥주점(특히 발렛파킹이 문제다. 발렛파커마다 다르겠지만 엄청 빵빵거리고 욕하고 시끄러우며 그 곳의 주차 양아치라고 보면 된다.)이 있다.
6. 이 모든 역경을 딛고 드디어 고시원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인터넷에 있었던 사진처럼 일단 문짝이 철문인지, TV가 브라운관이 아닌지를 확인하자.
그밖의 부대시설도 확인하자. 벽은 톡톡 노크해보면 합판인지 벽돌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복도 폭도 확인하자. 복도가 좁으면 시설이 낙후되고 소방법을 지키지 않은 고시원이다. 그 말인즉슨 불나면 복도에 낑겨서 다 타죽고, 옆방뿐 아니라 맡은편 방 소음에도 시달려야한다는 뜻이다.
7. 시설은 좋은데 더러워서 발길을 돌리거나, 시설은 안 좋은데 깨끗해서 결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리석은 짓이다. 지금 원장이 천년만년 고시원을 운영한다는 보장이 없다. 한두달 살거라면 이 방법이 맞지만 오랫동안 살거라면 시설을 봐야한다. 원장은 생각보다 자주 바뀌고 총무도 마찬가지다. 총무는 6개월 이상 한 고시원에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깨끗한 총무나 원장이 오면 시설좋은 고시원은 환골탈태한다. 또 대부분의 고시원은 민원사항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더럽다면 더럽다고 쿠사리주면 꽤 빨리 깨끗해진다.
8. 이제 살 곳을 결정했다. 그럼 뭘 해야할까? 청소다. 물론 원장과 총무가 청소를 하긴했겠지만 보이는 곳만 치우지 안 보이는 곳은 안 치운다. 마룻바닥 사이, 냉장고 뒤, 침대 아래, 장농 위, 환풍구, 창틀, 문짝 위의 먼지와 때는 내 건강을 해친다. 짐부터 들이지 말고 먼저 청소하는 것을 권한다. 위부터 아래를 쫙 구석구석해야 그 방에 들어가는 내 짐에 이상한 냄새가 배지 않고 더러워지지 않는다.
9. 알뜰살뜰 잘 살면 된다. 만약 옆방에 시끄러운 사람이 있으면 애니송을 엄청 크게 틀면 조용해진다. 야동이 더 좋긴하겠지만 트는 본인도 민망하니까 안 민망하게 애니송정도로 타협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