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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홍대역 막차기억.. 별로 안무서움.
게시물ID : panic_837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윗민트
추천 : 17
조회수 : 302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0/10 01: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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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이 몸은 기빨이 최강력해 귀신이 달라붙지 못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음. 
강한 조상신이 붙어있다던지, 기가 드세 잡귀는 안꼬이겠다는 등의 말을 듣고 자람. 
그러나 본인은 모든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터라 (어쩌면 이런 점이 기가 드세다는 걸지도...) 
죽음= the end  이런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사람임. 

그런 내가 딱 한번 사후 세계라는 것에 생각을 품은것이 있으니 그건 2012년 경에 모 웹소설가의 뻘글을 읽고 나서임. 
지하철 이야기가 베오베에 올라온 것을 보니 혹시 같은 경험이 있는 분이 있는지 한번 글 올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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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년 한여름. 반팔에 반바지였으니 8월 말로 기억이 됩니다. 
장마가 끝나고 굉장히 습한 날이였어요. 
이때 친구들과의 모임은 홍대에서 자주 가졌는데 이 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녀석들하고 이야기하면서 간단히 맥주 한잔 어떠냐고 하고 어묵집을 갔습니다.
원래 술이 약하고 그날따라 위장상황이 좋지 않아 얼음 넣은 사이다로 시간을 떄웠습니다. 
홍대 모임은 멀리서 온 놈들이 집에가는 지하철시간 떄문에 보통 7시면 끝내는 편인데 
이 날은 2호선 라인 놈들만 모여서 2호선 막차타임까지 계속됐습니다. 

또 만나는 날짜를 잡고 지하철역으로 갔는데, 홍대는 주말엔 막차시간에도 역사에 사람이 바글거려요.
만취한 사람들끼리 시비가 있는지 좀 혼란스러워서 친구들과 열차 마지막칸?또는 첫번째 칸? 이 정차하는 곳까지 가서 열차를 기다렸습니다.
시간 때우느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열차가 도착했습니다.

근데 도착한 열차가 문이 바로 열리지 않고 닫은 상태로 있더라구요. 그래서 뭔 일인가 싶어 운전칸을 봤어요.
열차 마지막 칸은 문이 1칸짜리인데 거기에 달린 창문 사이로 운전자가 앞을 보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생각보다 젊은 사람이였어요. 20중반3~30초 정도? 모자와 흰 장갑이 기억나요. 
옷은 감색인것 같은데 옆모습으로 보이니 정확히 뭘 입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제가 보고 있던 창문에서 어떤 여성분 머리가 쏙하고 올라오더라구요.
으스스하게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장난스럽게 뿅하고 올라왔습니다. 
말총머리에 밝은회색 맨투맨 티를 입은 것 같았어요. 
좁은 창문에 딱 맨투맨 깃이 보이는 정도까지 얼굴을 보였더군요.
창문 위치는 생각하면 열차 안에서 무릅을 굽히고 있는 그런 상태였어요.

전 그래서 열차운전자 총각이 여친을 몰래 운전칸에 태우고 데이트 중인가 싶었습니다. 
막차니까, 그리고 얼굴만 보이는 여성분이 꽤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거든요. 
제가 킬킬 웃으며 옆에 있던 친구 옆구리를 치고 고개짓으로 열차창문을 바라보라고 했어요.

그 순간 열차 문이 열렸어요. 사람들이 열차에 타기 시작했습니다. 
앉아서 가고 싶어서 잽싸게 올라타는 순간 머리만 올렸던 여자분이 올라왔던 것처럼 쏙 하고 숨어버리더군요. 
잠깐의 순간이지만 여자분이 숨는것과 동시에 열차 운전자가 고개를 돌려서 창문쪽을 바라보더군요.
남친이 뭔 말을 해서 여자분이 다시 숨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열차에 탔더니 제가 옆구리를 찔렀던 친구가 왜 찔렸냐고 물어봐서 제가 봤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놈이 뭔 소리냐고 자기도 차장을 보고 있었지만 혼자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하는 겁니다.
문이 열리는 순간 고개를 돌린것은 맞다고, 문열리고 사람들 오고가는거 확인하는 것 같았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전 졸지에 사이다 먹고 취하는 놈으로 승격했습니다.
후에 제가 이 친구를 만나서 다시 한번 물어봤는데 농담이 아니라 정말 차장만 있었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무리 간이 커도 데이트 장소로는 좀 아니다 싶어서 저도 제가 잘못 봤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긴 개뿔, 여자분 인상과 머리 스타일 입은 티까지 기억나는데 대체 이게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그냥 이렇게 잊혀지는 하나의 소소한 일로 기억저장고에 넣고 몇년이 지난 어느날.
아들 부자집안의 고명딸로 집안 막강한 아부지의 후광을 업고 있는 언리미티드빠와의 막내동생한테 지나가듯 이야기를 했어요.
둘다 진실혹은 거짓이라는 티비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중이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헐소리를 내면서 혹시 ** 라는 웹소설 아느냐고 하는거에요
전혀 모른다고 하니까 동생은 아무 말없이 폰을 만지작 거리더니 뭔 글을 보여주더군요.

거기엔 제가 봤던 상황과 똑같은 상황을 봤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이 분 역시 홍대막차, 젊은 차장과 맨투맨 카라티를 입은 여자의 머리, 그리고 바로 옆에 있었던 친구는 안보이고 자신만 봤다고 하더군요.
저랑 다른 것은 밝은 회색이 아닌 흰색티, 그리고 머리가 풀어져 있다는 것이였어요. 
이 분 글은 12년에 올라왔더군요. 맥주 한잔 하신후 본거라 정확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ㅎㅎ

요점은 저는 07년에 본 것을 이 작가는 12년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것을 봤다는 겁니다. 
이 분은 여자분하고 눈이 마주치니까 그 여자머리가 웃어줬데요.;;;

... 그리고 저는 동생에게 bl소설을 읽는 오빠로 찍히고 말았어요. 
동생은 아직도 제 말을 믿지않고 저 작가 뻘글을 읽고 꾸며낸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에 지하철 운전칸을 보고 머리가 아래에서 튀어나오고 아래로 숨겨진 점. 얼굴이 창문에 바싹 붙어 있던 점. 등을 생각해보니까.
그건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게 제 인생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괴담이에요.
혹시 홍대역에서 저와 같은 경험을 가지신 분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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