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관전의 또 다른 맛은 응원이다. 환호하고 소리치며 경기를 보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특히 응원하는 팀이 이기면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은 후련함도 맛볼 수 있다. 홈팬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원정팬을 압도하는 스케일로 홈팀을 응원한다. 홈팬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하지만 KIA 홈구장인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홈팀인 KIA가 점수를 내도 다른 구장 환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유가 있다.
KIA는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는 성적 만큼이나 큰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챔피언스필드 인근 한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소음피해대책위원회가 광주시와 KIA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는 구장에서도 보일 정도로 가깝다. 이 곳 주민들은 홈경기 때 챔피언스필드에서 나는 소음과 조명탑의 밝은 빛 등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에서 야구장 소음으로 소송이 제기된 게 처음이다. 넥센의 이전 홈구장인 목동 구장도 소음으로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긴 했지만 소송으로 이어지진 않았다.주민 소송으로 인해 KIA는 잔뜩 웅크리고 응원을 펼칠 수밖에 없다. 새 구장을 열며 열성적인 응원을 위해 성능좋은 스피커를 준비했지만 개장한 2014년 시즌 중반부터 30~40% 정도로 소리를 줄여 사용하고 있다. 그나마 밤 10시 이후에는 응원단상 스피커를 제외한 다른 스피커의 전원은 모두 끈다. 조명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조도를 줄이지는 않고 있다.KIA는 지난 22일 광주 롯데전에서 완패를 했지만 21일 롯데와의 홈경기에서는 1회말부터 먼저 3점을 내며 앞서 나갔다. 2회초 5점을 내줬지만 2회말 4점을 내며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5회와 6회에도 1점씩 더 뽑았다. 경기도 이겼다. 홈팬 입장에선 박진감 넘치고 신나는 경기내용과 결과지만 이날 챔피언스필드는 달아오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2회 이범호의 짜릿한 역전 적시타가 나왔을 때도 일순 환호성만 터져나왔을 뿐 그 흥이 이어지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적지 않은 점수를 주고 받으며 밤 10시 20분이 되서야 끝났다. 10시 이후 20분 동안은 홈팬들의 응원 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응원단상 스피커만 켜져 있어 반대편인 1루쪽 원정 더그아웃 상단 관중석에서도 홈팬의 응원은 크게 들리지 않았다.KIA 구단 관계자는 “응원단의 음악 소리 등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홈팬의 항의도 있다. 하지만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어서 어쩔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KIA는 2011년 이후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힘겨운 중위권 경쟁 중이다. 하지만 힘들게 가을잔치에 초대된다고 해도 지금의 챔피언스필드라면 잔칫집 분위기는 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