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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브금)
게시물ID : readers_220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녕할까요..
추천 : 1
조회수 : 2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08 02:43:54


세상엔 말로 설명이 불가능한 것들이 몇가지 존재한다.

지금 저기쯤에서 빛나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파앗 하고

깨끗하다 못해 시려울정도로 밝게 웃는다.

어쩜 사람이 저렇게도 웃는구나

놀란가슴 추스리며 화장실로 뛰어가 거울과 조우.

나도...웃어볼까

......어유 깜짝이야 왠 오징어가...

"안되지 안 돼"

내가 '고작' 미소 하나에 가슴떨릴 연배는 아니잖나.

약간 스스로에게 측은하며 마른세수

"아냐 그래도 '고작'이라 하기엔 역시..."

하며 나가는 찰나-


"뭐야. 어딜 그리 급하게 가나 했네. '고작' 화장실이었어요?"


아이고 깜짝이야.

"아니...들어올 땐 깜빡이 좀 켜고 들어올래? 그리고 고작 이란 말 좋은 말 아니다."

시덥잖은 말. 스스롤 쥐어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게. 늬앙스가 좀 그렇네 미안해요."

그럴거까진 없다만... 역시 사람 겸연쩍게 하는데 뭐가 있는 그녀다.
그리고, 역시 고작 나 같은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 그녀다.

물론 나는 사리분별을 참 잘하는 사람이다.

"자 볼일 없으면 그만- 후배님도 열공해"

"뭐에요 어디가요. 본지 얼마나 지났다고.
나 부탁도 있는걸요 도망가시는 거에요?"

아 이 다음 대사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오늘도 후배 커피 사주게 되려나.

아니다 오늘은 밥인것 같다.

고작 후배들 커피나 사주는 선배. 밥 사주는 선배.

고작 그거 하나 거절 못하는 선배. 동의어로 등신 등이 있다.

적어도 이 후배한테는 이런 선배이고 싶지 않은데-
적어도 이 사람에겐 이런 등신이고 싶지 않은데.

그러나 손은 이미 지갑을 확인.

애써 사람좋게 웃어보며

"황 후배랑은 처음 먹는 거지? 뭐 먹고 싶어?"

"뭐에요. 지금 데이트 신청하는 거에요? 이 선배님 선수네"

뭐지 이 괴리감은. 게다가 난 표정을 잘 못 숨긴다.

갈 곳잃고 흔들리는 두 눈에 비치는 선명한 그녀의 미소.

아. 너무 시렵다. 버티기 힘들다.

"고작 밥이나 얻어먹으려고 쫒아왔을거 같아요? 선배님 포부가 작으시네 하하"

"거 참 고작 별로 좋은 말 아니라니까. 근데 진짜 부탁이 뭐야"

"그냥 말하면 재미 없죠. 연구동 가기 전까지 못 맞추면 벌칙?"

좀 봐줘라.

마침 거기서 나오는 길이었다, 후배님.

"후배님. 나 방금 수업 끝났는데..."

"그래서요?"

의뭉떠는 그녀가 귀엽고 짖궃어서-

"별 일 없으면 밥이나 먹자고."

"뭐야 뭐야 데이트 신청하는거 맞죠! 그쵸! 헤헤"


이 후배님 앞에선 항상 입이 사고를 친다.


"응. 뭐 먹을지 빨리 정해"


노란 빛. 빨간 빛. 주황 빛....갖가지 색으로 빛나던 그녀의 얼굴에
진한 원색이 자리잡는다.

붉게 물든 얼굴이 너무나 귀여워 그만 짖궃게.

"고작 데이트가 어때서? 뭐 먹을거냐니까."

내가 왜 이럴까-

봄을 타는걸까.



우리학교 캠퍼스가 생각보다 예뻤다는 것을 입학 3년차에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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