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올 때 어떤 말을 할지 준비했는데 아까 저희를 고소한 대기업인 ‘서연이화’ 임원과 ‘김앤장’ 변호사가 들어오는 걸 보고 얼어버렸습니다. 그들이 지금은 (이 현장의) 자리를 뜬 거 같은데 제가 2심을 앞두고 있어 거대한 돈과 힘을 가진 그들이 너무너무 무섭습니다.”

28일 정의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대기업 갑질 피해 증언대회’에 나선 현대자동차 2차 하청업체 태광공업의 전 사장 손아무개(40)씨는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에는 현대·삼성·한진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자동차, 에스케이(SK), 현대건설, 롯데 등 대기업들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한 협력업체, 피해자 단체가 대거 참석했다.

태광공업은 현대차 1차 하청업체인 연매출 약 2조원의 서연이화에 24년 동안 자동차 부품을 납품했다. 그러나 지난해 서연이화는 ‘태광공업이 납품을 중단하겠다며 협박하면서 회사를 인수하라고 강요했다’며 공갈 혐의로 손씨 부자를 고소했다. 검찰의 기소로 손씨와 전 회장이었던 손씨의 아버지(73)는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세가 됐다. 2차 하청업체가 부품을 공급하지 않으면 1차 하청업체도 차질을 빚는 자동차 산업의 일원화된 구조를 악용한 것이다. 손씨의 변호인인 조인명 변호사는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유사한 사건이 최소 15건”이라며 “원청의 재고 비용과 원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1차 업체가 다시 2차 업체에 부담을 지우려고) 형성된 구조인데,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2차, 3차 협력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태광은 결국 서연으로 넘어갔다. 손씨는 1차 하청업체로부터 당한 핵심 ‘갑질’로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꼽았다. 그는 “자동차 사용 주기가 보통 5년인데 ‘강제 단가인하(CR·Cost Reduction)’로 첫해 최소 5%, 그다음 해에 추가 5%, 3년째 되는 해에 또 추가로 5%를 인하하고 이후에는 이 수준의 납품단가를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공정위에 신고했지만 입찰할 때 동의해서 사인한 거 아니냐고 하더라”며 “‘강제 단가인하’에 사인하지 않으면 입찰을 받아주지 않는다. 을들은 이런 사실을 말할 수 없는 현실이다. 말하면 일감을 뺏기고 결국 죽게 된다”고 했다.

지난 5월 충남 천안에서 현대차 2차 하청업체인 자동차부품 회사 가진테크 대표 남아무개(59)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씨의 딸은 아버지를 대신해 이날 피해 증언에 나섰다. 남씨가 15년간 자동차 부품을 납품한 현대차 1차 하청업체는 지속적으로 납품단가를 후려쳤고, 원가 이하의 단가로 납품했다고 한다. 나중엔 남씨가 단가 인상을 계속 요구하자 다른 2차 하청업체와 거래를 새로 텄다고 한다. 남씨는 결국 경제적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 남씨의 딸은 “저희 아빠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분들을 위해 제발 힘 좀 써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발족식을 겸한 이번 행사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참석한 분들에게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며 “공정위는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중소기업 권익이 두텁게 보호되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장 추혜선 의원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한 거래 거절로 고통받는 중소기업과 대기업·가맹본부·건물주 갑질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보호하고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대기업 갑질을 막는 입법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의 교섭력을 높이는 독점규제·공정거래법과 가맹본부 갑질을 막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이 계류돼 있다.

김규남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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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에서 일하는 분들은 리더가 문프라서 그런지 역시 "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분들이시네요. 

갓상조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