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종이를 발라 누군지 알 수 없게 죽인다는 뜻에서, 이러니저러니 할 것도 없이, 또는 전혀 라는 의미로 쓰임.
황현(黃玹)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근세(近世)의 방언(方言)에 ‘도모지(都某知)’라는 말이 있다. 말 머리에 서서 ‘폐일언(蔽一言)’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으니, ‘대체로 아무개 누구를 아는가?’ 라고 물을 때, 가히 말할 것도 없이 알지 못한다고 이르는 것일 뿐이다. 대원군이 나라를 맡고 있을 때 살육(殺戮)을 감행하여 천주학과 화폐위조 이외에 비방(誹謗), 괘오(詿誤), 나직(羅織)에 연좌되어 죽은 자가 천여 명이나 되었다. 포도청(捕盜廳)의 형졸(刑卒)들이 살인하는 것에 질려서, 무릇 연좌된 자들을 상대로 백지(白紙) 한 장을 그 얼굴에 덮고 물을 뿜어 종이를 적시면 죄수의 숨이 막혀 잠시 뒤에 곧 죽었다. 이를 해석한 자가 이르기를 ‘도모지(都某知)’란 ‘도모지(塗貌紙)’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