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가지고 있는 세계사에 대한 이상한 편견이 있는데 그게 뭐냐면
'열대지방에서는 노력 없이도 먹고살만 했기 때문에 문명이 발달하지 못했다.' 라는 겁니다.
대체 어떤 인간이 처음 그런 소리를 했는가 모르겠습니다만 문명은 먹고 살만 한 지역에서나 발생합니다.
시베리아, 알래스카, 아타카마 사막에 문명이 있었답니까?
아마도 서구 열강에게 점령당해 착취당하는 것을 보고 그들이 못나서 그렇다는 생각을 갖는 모양인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세계의 열대우림이라면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아마존, 서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동남아시아 정도를 들 수 있겠는데
아마존을 제외하면 다들 나름대로 문명사회를 꾸려서 살던 사람들입니다.
아마존의 경우는 문명을 꾸리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환경이 혹독해서 그렇습니다.(먹고살만해야 문명을 만들죠.)
중앙아메리카의 마야,톨텍,아즈텍 문명은 뭐 다들 아실테니 생략하고
마다가스카르의 경우 원주민들이 동남아계입니다(정확히는 태평양의 폴리네시아 계열)
그정도로 해양 교류가 활발한 동네에 문명이 없었다면 그게 더 이상한 소리죠. 실제로 이슬람교가 아프리카로 들어오면서 마다가스카르에
온 아랍인들도 꽤 많았습니다.(멀지 않은 곳에 잔지바르같은 이슬람 국가도 세웠습니다.)
그리고 1787년에는 메리나 왕국이라는 나라가 흩어진 부족들을 통합해서 통일국가를 세우기에 이릅니다.
그 뒤에는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나름대로 근대화도 시도했습니다만 프랑스에게 점령당하는 결말을 맞습니다.
서부 아프리카 역시 문명이 발달했습니다. 기록상 가장 오래된 나라가 3세기에 건국되었다는 가나제국이고(기록은 7세기경부터 남아있지만)
1235년에는 말리제국이 세워집니다. 이 말리제국의 번성은 성지순례를 가면서 금을 잔뜩 뿌렸다는 희대의 졸부왕 만사 무사의 일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렇게까지 금이 썩어나는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 시대의 아랍인 여행가의 평가는 '가난한 나라'였죠. 과도한 환상을 품을 필요는 없습니다만 어쨌든 이 동네 사람들도 나름대로 나라를 세우고 싸우고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 뒤로 송가이 왕국도 있었고, 모로코인이 처들어오기도 하고, 투쿨로르 제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지기도 했으나 유럽인들에게 점령됩니다. 아니, 이 지역 사람들이 이슬람교도였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문명이 있다는 충분한 주장이 됩니다. 저 멀리 아라비아 반도까지 교류하는데 문명이 없다는게 이상하죠. 이들은 엄연한 이슬람세계의 일원이었습니다.
그 외에 콩고강 유역에도 콩고왕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포르투갈 등 열강의 노예무역과 내전등으로 제대로 된 나라 꼴을 갖춘 시기가 별로 안됩니다.
동남아시아 역사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데, 여기 역사는 너무 복잡해서 말로 설명하기도 힘듭니다. 삼모작이 가능한 생산력이 있었기에 농사 걱정 안하고 마구 쌈박질을 벌일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전쟁이 잦았던지 전쟁시에 남자들이 다 빠져나가고 여자들이 삶을 지탱한 역사가 있기에 이 동네는 여권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합니다.
나라별로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베트남은 기원전부터 문명이 태동해서 중국에게 점령당했다가 독립하고 주변 국가들과 투닥투닥하고 지들끼리 권력투쟁 하고 하는 역사인데
이 동네 역사는 워낙 스펙타클해서 아예 따로 찾아보시는 편이 좋습니다.(베트남의 경우 우리처럼 중국의 영향을 듬뿍 받았긴 하지만)
캄보디아에는 진랍이 있었고 나중에는 그 유명한 크메르 제국이 등장하여 앙코르와트 등 여러 사원을 건립하고 위세를 떨치지만 15세기부터 쇠퇴해서 그 뒤로는 쭉 털리기만 하는 역사입니다...
라오스에도 라오족들이 세운 나라들이 있었고(다만 라오족은 옆나라에게 털린 일이 많습니다. 털러 가기도 했지만)
태국은 동남아에서 제일 역사가 짧습니다만 14세기에 아유타야 왕국이 세워지고 옆나라 버마에게 잠깐 밟혔다가 16세기 말 흑태자 나레쑤언이 주변 나라들을 죄다 두들겨 패면서 전성기를 이룩합니다. 그 뒤로 베트남, 버마 등과 다투다가 프랑스 등쌀에 영토를 뺏기긴 했지만 한번도 식민지 지배를 당한 적은 없다는 나름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습니다. 그 외에 베트남 남부의 동네북 참파도 있습니다(그래도 전성기땐 나름 강했습니다. 엄청 짧아서 그렇지)
버마 또한 자신들의 나라를 그 땅에서 계속 지속하면서 한때 옆나라 태국까지 삼킨 적이 있었습니다.
초점을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말레이반도로 옮기면 말레이시아에는 1400년대에 말라카 왕국이 세워지면서 해양교류를 통해 번성하는데
1511년 포르투갈에게 점령당합니다.
인도네시아에도 스리비자야 왕국이나 마하자피트 왕국이 있었는데 특히 마하자비트 왕국은 몽골군의 침략도 격퇴하고 중국으로부터 유럽까지 전해지는 해상무역로의 중심이었습니다. 다만 전부터 여길 깔작거리던 네덜란드에게 점령당합니다.
그 외에 브루나이도 과거에는 꽤 큰 세력을 떨치던 나라였습니다.
엄청 장황하고 매우 대충 쓴 글이라 솔직히 좀 부끄럽기도 합니다만 요점은 이겁니다
열대지방 사람들 또한 문명을 이룩하고 살았다
노력 없이 먹고 살 수 있어서 문명을 만들지 못했다는 말은 허구이다.
문명이 없었던 지역은 문명을 만들지 못할만큼 환경이 나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지역 사람들이 모두 고도의 문명을 이룩해서 탁월한 학문과 문화를 꽃피웠다..라고 하긴 좀 모자란 면도 있긴 합니다.
그래도 이 지역 사람들이 모두 되는대로 흙집이나 짓고 밀림에 들어가서 나무열매나 주워먹으며 살았던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이 사람들은 널리 외부와 교류를 했으며 서양과도 꽤 오랫동안 교류가 있었습니다(산업화의 도래 이후 모조리 식민지화되는게 함정이지만)
참고로 위 지역들에 있었던 나라 이름들 정도는 중학교 역사교과서에도 실려있습니다. 서양 위주의 역사관때문에 저 나라들 역사가 묻히는게 나름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저 지역 사람들 스스로의 기록이 미비한 탓도 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