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지나고
집 올라가는 길
할머니 주섬주섬
쭈그렁 만 원 짜리 두 장 쥐어주신다
허튼 데 쓰지 말고
꼭 우유를 사먹으라고
등을 쓸며 꼭꼭 쥐어주신다
네 할무니, 하며 돌아서려다
할매 집 넓은 마당
허공에 길게 그은 옥상 담벽
눈길을 잡는다
고모도 가고
숙모도 가고
나도 가고
참조기 뱃속마냥 껌껌하고 조용한 집
방은 세 칸인데 우리 할매는 어디서 자나
간판도 가로등도 없는 외딴 집
먹물 같은 밤을 솜이불처럼 덮으면
tv 혼자 반딧불로 왕왕 떠들테지
그 앞에 쭈그렁 앉아
틈틈이 굽은 마디마디 혼자
파스를 붙일게다
손도 안 닿는 등이 아프면
파스는 누가 붙여주나
기껏 1년에 두 번 집에 오는
아들 딸 손자들 생각에
방 두 개 tv 한 대가 거기 있나보다
달이 차기도 전에 애가 닳았을 할매
보름달은 너무 짧다
못난 손주, 달뜰 때 가지는 못해도
달이 없는 밤에는 내 꼭 전화를 해야지 생각에
송편마냥 목이 콱 메었다
달이 지면 전화할게, 전화할게 하고
나는 돌아돌아 집에 온다
달도 괜히 할매 생각에 기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