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헬 감독이 도르트문트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긴다고 하던가. - 처음엔 사이드백이란 얘길 듣고 왔다. 그런데 유로파리그 경기가 있던 당일에 선발 출전 통보를 받았다. 그것도 중앙 미드필더로. 깜짝 놀랐다.
팀 합류하고 정신도 없었을텐데 훈련은 충분히 한 상태였나? - 나 아직 도르트문트에 집도 못 구했다. [박주호는 지금 가족들과 호텔에 머물고 있다.] 연습 경기도 한 번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날도 교체로나 뛸려나..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기 당일 오후에 감독님이 팀 미팅하다가 갑자기 "뛸 준비 됐나?" 묻더라. (웃음)
그래서 뭐라고 한건가? - "올웨이스(Always)"라고 딱 한 마디 했다. 그렇게 한 마디 했는데 곧바로 선발에 집어넣더라. 솔직히 놀랬다.
처음 유럽에 진출했던게 2011년 여름 스위스리그 바젤 입단이다. 그 뒤 대부분의 시간을 주전으로 뛰면서 4년을 보냈다. 선수로서 많이 발전했다고 느끼나. - 경기를 뛰면서 의도적으로 또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처음엔 힘에 밀린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잘 대응하게 되더라. 경기를 하면서 생기는 잔근육들이 도움이 된다. 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거의 안한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큰 근육이 생기면 몸에 밸런스가 무너진다. 그대신 코어트레이닝을 굉장히 열심히 했다. 경험은 정신적으로도 큰 성장을 가져온 것 같다. 예를 들면, 2011년에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유랑 처음 붙을 때는 눈앞이 캄캄하더라. 선수들이 다 우리보다 커보였다. 프레싱도 없는데 긴장해서 볼 컨트롤도 못할 정도였다. 나랑 맞붙은 발렌시아를 막는 데에 고전하기도 했지만 빅 클럽과의 승부라는 것이 주는 압박감이 그땐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원정에서 3-3 비기고 나니까 맨유 선수들이 작아보이더라. 그 뒤 홈에서 우리가 2-1로 맨유 꺾고 16강에 올라갔다. 멤버도 좋았던 것 같다. 그 당시 바젤 멤버들이 이후 유럽 다른 클럽으로 굉장히 많이 이적했다.
한국 선수들은 대체로 EPL 진출을 최종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던데, 박주호의 다음 스텝은 어디일까? - 도르트문트에서 최대한 오래 뛰고 싶다. (웃음) 여기서 은퇴해도 좋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EPL은 수비수들이 갈 곳이 못 된다. 내가 볼 땐 다른 리그보다 덜 조직적이고 일대일 상황이 많이 벌어진다. 수비수들에겐 그렇게 재미있게 축구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