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생활 5년.
룸메이트가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 산다.
본가와 떨어져 지낸지는 벌써 8년이되었다.
처음 몇년간은 집에서 받아오는 반찬들로 밥을 차려 먹기 시작했지만
반찬이 떨어질 때마다 본가를 왕래하기가 힘들어져 직접 반찬을 만들어 먹었다.
처음 반찬을 만들어 먹을 때는 내 입맛에 맞지 않아서 시장을 반찬삼아 먹었지만
지금은 주변에서도 맛있다고 할만큼 손재주가 늘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먹어줄 사람이 하나, 둘 떠나면서
혼자 차려먹는 상이 많아졌다.
1인 식탁을 차리는 재미에 열심히 이것 저것 만들고
남는 재료를 손질해서 보관하면서 생활했었지만
점차 상에 올라가는 반찬의 가짓수가 줄어갔고
그마저도 오래 먹을 수 있는 반찬들이 많아졌다.
한번 밑반찬을 만들면 이주, 삼주가 넘도록 상하지 않는 반찬들을 만들어 놓고는
하루에 2끼 차려먹는 것도 귀찮아지기 시작하고
만들어 놓고 고스란히 버리는 반찬이 늘어갔다.
아침은 귀찮고 바빠서 밥보단 빵과 시리얼로 대체하는 날이 더 많았고
저녁은 혼자 먹는 밥상이 맛이 없어 점심 먹은걸로 버티거나 야식을 시켜먹는 날이 많아졌다.
주말에 한끼를 밥을 먹으면 적당하다 할 정도로 요즘은 밥 맛이 없다.
그나마도 밥상을 티비앞에 두고 먹는다.
남들과 같이 먹을 때는 웃긴 프로, 음악 프로를 틀어놓고 먹었다면
혼자 먹는 요즘은 요리 프로, 먹방 프로를 틀어놓고 먹는다.
같이 먹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편하다.
오늘도 찌개며 반찬이며 잔뜩 해놓고는 빵을 먹었다.
찌개도 맛나고 반찬도 간이 잘 맞아 좋아했다가도
들어가는 입이 하나뿐이니 입맛이 돌지 않아 배만 채웠다.
누가 먹으면 맛있다는 소리 듣겠구나 싶어도
들리지 않으니 늘 입이 짧아진다. 살 안쪄서 좋겠다고 혼자 웃는다.
결혼 생각이 없는 사람인데도 이럴때면 같이 밥 먹을 사람은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내일 먹을 쌀을 얹어 놓고 자야겠다면서도
아직 밥통도 씻지 않은체 푸념글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