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얀스 팬입니다.
안타깝게도 93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자이얀스 팬질 시작해서 24년간 지는 팀의 팬질만 하고 있습니다.
1년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그래도 우승하는 기쁨을 느껴봤을 것인데 안타깝게 1년 차이로 놓쳤습니다.
자이얀스 야구... 팬질하기 참 힘듭니다.
우리 작은 포수는 포스트시즌에서 홈 충돌로 아웃 잡고 나뒹굴고 있는데 서용빈은 포수가 쓰러진 틈에 2루를 돌아 3루로 뛰어간 적도 있고
한경기만 이기면 되는데 불사조라고 불리는 연륜잇는 투수님께서 틀어막으면서 패배를 맛 본적도 있고...
박정태의 연속경기 안타 행진이 끝나는 경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야자시간에 라디오로 듣기도 했지요.
대구시민구장에서 날아든 달걀 하나에 온 구장이 뒤집어진 후에 분노의 홈런도 티비로 봤었고... 그 뒤에 박정태가 남겼던 한마디 '오늘은 무조건 이긴다' 일화를 듣고 감격의 눈물도 흘려봤습니다.
젊은 투수에게 돈두댓을 날리던 검은 갈매기를 보면서 속시원하다 싶으면서도 저런 폭력은 좀 아니다라는 복잡한 마음도 가져봤고
팀의 영웅이 그라운드에서 쓰러지는 안타까운 모습도 봤습니다.
팀의 영웅만 아니라 그렇게 감독님도 한분을 떠나보냈었죠.
2000년 들어서는 사실 쟈이얀스 야구를 멀리 했습니다.
잠실에 경기 보러 갔는데 마해영이 손민한한테 홈런치는 거 보고 그뒤로는 안 봤죠.
서두가 길었네요.
이대호.
다른 선수들이 메쟈에서 뛸 때는 그냥 야구팬으로서 잘한다.. 못한다... 좀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응원했습니다.
그런데 이대호는 다르네요.
비슷한 연배, 같은 동네... (이대호의 할머님께서 장사를 하시던 팔도시장이 저 어렸을 때 어머니 손잡고 주말에 가던 시장입니다).
이대호의 메쟈리그 활약은 팬심을 넘어서 감정이입이 됩니다.
타석 하나하나 수비 하나하나 어느거 빠짐 없이 정말 내일 처럼 기쁘고 내일처럼 안타깝네요.
어제 좌측담장 맞추고 1루 돌아서 2루 가는 모습을 보고 그래 아웃인거 알아도 한번 달려보자!!라는 심정이었지만, 귀루하다가 아웃 되는 모습에 저도 부끄럽고 머쓱했네요.
이대호...
파워포지션, 레그킥, 스윙 팔로우... 뭐 정말 기술적으로 전문가들이 많은 호평과 장/단점 분서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의 야구의 깊이가 그정도 되지도 않을 것이고...
그런데 요즘 느끼는 것은 이대호의 타석 운용입니다.
서비스 감독이 'great at bat'이라고 하는 말의 의미를 요즘 이대호의 타석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승부가 빨리 나는 타석에서는 초구 2구에 맛있는 공에 스윙이 나갑니다. 잘맞든 못 맞든 방망이에 맞춰서 아웃이 되든가 안타 되든가 합니다.
초구 2구에 맛없는 공이 왔거나 파울/ 헛스윙이 되면 그때부터 낚시질을 시작합니다.
앞선 스윙들이 밑밥이 되어서 빠지는 공은 기다리고 비슷한 공은 커트하고
그렇게 볼카운트 싸움을 벌여서 2-2, 3-2, 3-1에서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투수가 '멀 던져야하지?' 고민하게 만드는거죠.
어차피 답은 4개 중 하나. 확률은 1/4이 되는 거죠 안/밖, 패스트볼/브레이킹볼.
이대호의 레그킥은 무조건 패스트볼 타이밍입니다. 몸회전과 팔 돌리는 것으로 타이밍/안/밖 조절이 가능하죠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유연성'이 이부분인듯)
항상 매 타석을 저렇게 일찍 잘 끝내거나 끌고 가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어이없는 스윙도 하고 맛있는 공도 딴생각하다가 놓치기도 하고...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그냥 나 혼자 '내친구'라고 생각하는 이대호가 저런 곳에서 저렇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또 한편으로는 마음도 아픕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와는 달리 슬럼프가 찾아오면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압박감을 느끼겠죠. 그 압박감을 이기려고 더 노력하고 컨디셔닝하고 공부를 하겠죠.
24/7 항상 날 끝위에 서있는 느낌으로 한시즌을 보내는 것이 쉬운일이 아닐텐데 너무 지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이죠.
그래도 믿습니다. 응원하고.
이대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