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음악, 나아가 모든 음악의 발전사(?)는 "실험(Experiment)"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영향(Influence)과 영향을 거쳐나가며 전진해 나간 대중 음악의 시작과 곳곳의 연결점은 모두 실험이었으니까요.
실험 음악(Experimental Music)하면 되게 거창해 보이지만, 정말.. 뭐라고 해야 하나.. 별 것 아닙니다. 우리가 현재 듣는 음악에서도 그 영향을 쉽게 찾을 수 있기도 하고, 그만큼 의외의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장르입니다. 제가 연재하고자 하는 이 시리즈에서는 대중 음악이라는 범주 안에서의 실험(새로운 시도)에 대해 다뤄볼 겁니다 - 물론 그 시도의 영향이 된 시도가 또 (현대 대중음악으로 분류되지 않는)재즈, 나아가 서양 예술 음악(Western Art Music)(이 명칭을 되게 싫어하는데 뭐라고 대체할 말이 없네요. 흔히들 클래식이라고 칭하는 음악인데, 클래식은 또 "고전주의"를 뜻하기도 하다 보니)의 영향을 받았을 경우에는 싣게 되겠습니다.
Classic
"클래식"을 도대체 뭐라고 번역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이렇게 적는데요... 첫 번째 글이니만큼 "실험"이라는 개념 자체를 대중 음악에 부여한, 아주 영향력 있는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대중음악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클래식(?) 음악가는 칼하인즈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이라는 독일 음악가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슈톡하우젠은쉽게 말하자면 전자 기계를 소리를 만드는 목적으로 처음 사용한 사람들 중 하나인데, 이건 우리가 듣는 현재의 대중 음악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죠. 이건 뭐 더 설명할 필요 없겠죠?
폼 잡고 있는 슈톡하우젠. (이건 솔직히 연출이다.)
(뿅뿅뿅뿅 뿅 뿅)
그러나 슈톡하우젠이 끼친 영향을 단순히 "전자 악기를 추가했다"라는 일차원적인 문장으로 일축할 수는 없습니다. 슈톡하우젠의 원시적인(?) 형태의 전자 악기가 현대의 대중음악에 짠! 하고 나타난 것은 아니니까요. 단계를 걸쳐 발전한 것인데, 록과 퓨전 재즈를 거쳤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죠. 위의 곡은 재즈 뮤지션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의 전설적인 곡 Chameleon인데, 어때요? 요즘의 대중 음악이 약간 들리는 것 같지 않습니까? (아님 말구요 허허허허허허 무안하네요)
여담으로.. 전 저 곡을 (지금도 다니고 있는)학교 재즈 밴드에서 연주했더랬습니다. 저 빼고 다 잘 하다 보니 연주하는 내내 실실 웃음이 났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이 글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할 음악가들은 슈톡하우젠 같은 현대 음악가나 허비 행콕 같은 재즈 음악가가 아닌, 대중에게 조금 더 친숙한 록 음악가들입니다. 허비 행콕의 위 음반보다 조금 이른 시기의 음악가들이죠.
전위 록 (Avant-garde Rock)
아.. 해석하기가 애매한데다 '아방가르드 록'이라고 불러도 되는지까지 정확하지가 않네요. 이거 이런 글을 연재할 자격조차 있나 싶은데 여하튼 (염치 없이)계속하자면..
20년대 초-중반을 뒤흔든(?) 아방가르드 운동은 (당연하게도)록 음악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요. 아방가르드, 굳이 해석하자면 '전위'가 되는 이 개념은 쉽게 말하면 '새로운 시도'를 아주 중요하게 친 운동입니다. 음악에서의 아방가르드 또한 '새로운 사운드' '새로운 구조' 등이 특징이었고, 르네상스-바흐 이런 식의 겉으로 보기에도 아름다운 시도라기 보단, 소위 "막장 또라이 짓"의 산물이라고 보는 게 오히려 더 정확할 정도로 난해했습니다. 대표적으로 4분 33초(4'33)로 유명한 존 케이지(John Cage)가 있고, 위의 슈톡하우젠 역시 아방가르드 음악가로 분류가 되지요. 추가로, 백남준 또한 아방가르드 현대 음악가들 중 하나로, 무대 위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도끼로 피아노를 부숴 버리는 행위 예술을 하기도 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존 케이지(John Cage)의 4분33초(4'33). 자기도 이 음악의 파트가 되겠다는 의지로 열심히 기침을 해대는 관객들을 보라!) (1분 50초 즈음부터 시작합니다)
아방가르드 운동은 로큰 롤에서 시작된 계보를 사이키델릭, 재즈 록, 노이즈가 주가 되는 록 뭐 등등으로 나누는 데에 직접 또 간접적으로 공헌을 했습니다. 사실 여기에 대해선 다들 의견이 엇갈리는데, 대부분이 비틀즈(The Beatles)를 꼭 이야기하지만 전 진지하게 비틀즈가 끼친 영향을 부정하는 입장입니다. 비틀즈에 대한 과대평가는 다음 포스트에서 자세히 다룰게요(아무 생각도 없이 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니 의견이 있다면 다음 글에서 해 주세요). 제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아방가르드가 음악가들에게 준 영감과 사운드 자체에 대한 영향까지, 너무 뻔할 정도로 중요한 개념이었다고 봅니다.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첼로 연습할 시간과 하스스톤 전설 달 시간을 버리며)시도한 연재이기도 하니 간보기 삼아 60년대의 "아방가르드"라 부를 만한 음반을 하나만 소개하자면, Captain Beefheart(캡틴 비프하르트)의 "Trout Mask Replica"가 있습니다.
(멋진 모자를 쓴 캡틴 비프하르트 - 실제로 저러고 다녔습니다.)
(아주 난해하다.)
이제는 전설이 된 음반 "Trout Mask Replica"의 1번 트랙, "Frownland"입니다. 아방가르드와 록의 접합의 개념을 완전히 뚫고 지나가는 트랙이자 음반의 아주 충격적인 시작이죠. "실험 대중 음악"의 범위를 "아방가르드 록"으로 좁힌다면 그것을 당당히 대표할 수 있는 음반입니다. 이 뒤로 발전하는 록은 이 캡틴 비프하르트를 비롯한 다른 아방가르드 대중 음악가, 프랭크 자파 등의 소위 "또라이"들에게 아주 큰 영향을 받았죠(사실 이 음반은 프랭크 자파가 프로듀싱한 것으로, 그와 캡틴 비프하르트는 절친한 친구 사이였습니다). 블루스와 포크 등 록의 직접적인 시작이 된 장르들의 사운드에 프리 재즈(즉흥 연주가 주가 되는 실험적인 재즈 장르)와 아방가르드를 접목한 결과로 주로 일컬어집니다.
이 음반엔 아주 끔찍한 레코딩 비화가 있는데, 바로 레코딩을 이끌었던 캡틴 비프하르트의 정신 나간 짓거리에 관한 것이죠. 영문 위키피디아에 자세한 정보가 실려 있습니다: "At various times one or another of the group members was put "in the barrel", with Van Vliet berating him continually, sometimes for days, until the musician collapsed in tears or in total submission to Van Vliet.[4] According to John French and Bill Harkleroad these sessions often included physical violence. French described the situation as "cultlike"[5] and a visiting friend said "the environment in that house was positively Manson-esque."[6] Their material circumstances also were dire. With no income other than welfare and contributions from relatives, the group survived on a bare subsistence diet. French recounted living on no more than a small cup of soybeans a day for a month[7] and at one point band members were arrested for shoplifting food (with Zappa bailing them out).[8] A visitor described their appearance as "cadaverous" and said that "they all looked in poor health". Band members were restricted from leaving the house and practiced for 14 or more hours a day. Vliet once told drummer John French he had been diagnosed as a paranoid schizophrenic and thus he would see nonexistent conspiracies that explained this behaviour.[9]" (https://en.wikipedia.org/wiki/Trout_Mask_Replica#Composition_and_production)
중요한 부분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레코딩 과정에서 캡틴 비프하르트는 그의 밴드 맴버를 통에 쳐넣고 마구 때리거나 어처구니 없는 양의 식사만을 제공하는 등의 폭력 행위를 일삼았으며, '목격자들은 모두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증언했다."정도 되겠네요. 아무리 캡틴 비프하르트가 위대한 뮤지션인들, 전 이런 폭력만큼은 용서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밴드는 결국 레코딩을 마쳤고 뒤에도 별 탈이 없었던 걸 들어, 파이트클럽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정신적인 준비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친구와 이 일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그 친구가 "인간을 초월하기 위해 정신적인 탈피를 한 것"이라고 말한 게 일리가 있더군요. 의견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여하튼 이런 시도는 후대 뮤지션들에게 큰 영감을 줬고,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는 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죠. 이런 뮤지션들의 존재가 아방가르드가 대중 음악에 끼친 영향을 깔끔하게 증명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실험"이라는 더 넓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게 되면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위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전 대중 음악의 발전사에서 사운드 측면에서 영향을 미친 음악가들 중 비틀즈는 거의 지워 버려도 된다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조지 마틴과 필 스펙터는 즁요했을 지도 모르지만요). 그 쓸데없이 방대한 비중의 비틀즈를 대체해야 하는 음악가들은 바로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라고 믿고 있구요. 다음 글의 주제는 노이즈(Noise)로, 노이즈가 주가 되는 음향 실험이 대중 음악(아직까지는 록)에 끼친 영향, 또 그 중심이 되는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비틀즈에 가해진 과대평가와 함께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피드백, 오류, 지적은 환영합니다! (너무 공격적이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무서워서요)
(추천도 환영합니다) (솔직히 왜 그렇게 대단한 비틀즈가 과대평가 되었다고 함부로 지껄이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그런데 추천이나 덧글이 적으면 제가 신나서 주둥아리를 놀릴 확률이 적어지지 않을까요? 여기선 "한번 지껄여 봐라" 하는 식으로의 관심을 제공하는 게 논리적으로 현명한 판단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