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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하굿둑은 그동안 수질 개선 등을 위해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되어 왔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낙동강내수면어민총연합회가 낙동강하굿둑 앞에서 수문 개방을 요구하는 수상시위를 벌이던 모습. |
ⓒ 윤성효 | 관련사진보기 |
부산시가 낙동강 하굿둑을 점진적으로 개방키로 했다. 80년대 하굿둑 조성 이후 30여 년 동안 가로막혔던 물길이 다시 완전히 이어지는 것이다. 낙동강 하굿둑은 조성 이후 강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며 썩고, 어류가 대량 폐사하는 일이 빈번해 개방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부산시는 23일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여 오는 2025년 완전 개방을 목표로 2017년부터 1차 부분 개방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부산시의 결정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환경 오염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란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날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낙동강 하류 지역은 호소화가 가속되어 강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4대강 사업 이후로는 녹조류의 번식이 심각하여 부산시민의 식수원 취수에까지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 시장은 하굿둑 개방을 위한 향후 추진 과제도 함께 제시했다. 우선 부산시는 공업용수 취수원을 2016년 말까지 덕산 정수장으로 옮기고, 바닷물 유입으로 인한 농업용수 염분 피해를 줄이기 위한 협의를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와 진행하기로 했다. 식수 취수원에 대한 개선 사업도 2025년까지 추진한다.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산하에는 전담부서를 꾸려져 낙동강 개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부산시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중앙 부처 및 인접 시도와의 협의는 넘어야 할 산이다. 하굿둑 개방과 관련해 직간접적 권한이 있는 국토부와 환경부가 그동안 명확한 해답을 않고 상황을 계속 끌고 있기 때문이다. 서 시장은 작심한 듯 이날 중앙 부처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환경부가 제대로 된 용역 연구 결과를 내리지 못하면서 하굿둑 개방이 차일피일 미뤄져 왔다는 것이 서 시장의 판단이었다. 그는 "시민이면 모두가 다 아는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연구결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이제 환경부는 용역이 끝났으니 낙동강 하굿둑 개방에 관한 논의는 국토부와 하라'는 식으로 발을 뺏다"며 환경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산시는 중앙부처에 피해 대책과 취수원 확보 방안, 환경 생태계 복원 등을 담은 용역을 조속히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서 시장은 "부산시민의 희생을 방치하는 정부의 낙동강 정책을 과감히 바꿀 것을 요청한다"며 "하굿둑 개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항구적인 조치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인접 시도인 경남과 울산에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서 시장은 "낙동강 생태계 복원과 그 지속 가능한 이용은 우리 후손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낙동강 공동 이용, 낙동강 하굿둑 개방으로 인한 피해 조사 및 대책 논의에 함께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줄기차게 낙동강 하굿둑 개방을 요구해온 환경단체에서는 부산시의 결정을 반겼다. 김경철 '습지와새들의친구' 습지보존국장은 "부산시의 결정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중앙부처를 설득하고 취수원 확보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김 국장은 "부산의 하굿둑 개방 결정은 4대강 사업에 대한 피해를 지자체가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4대강 보 개방과 관련한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