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운영자님, 시게운영 관련해서 정식으로 요청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박근혜 당선으로 인해 내상이 심해 비틀거리던 2013년 겨울, 국정원 댓글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는 사실과, 그 진실규명의 한편에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오늘의 유머' 소식을 듣고 가입하여, 미약하나마 조금씩 커뮤니티 활동하며 스스로의 내상도 치유했던 글라우룽이라는 유저입니다.

엄혹한 박근혜 정권의 부정과 부도덕 앞에서도 '오늘의 유머'가 있어 절망하지 않을 수 있었고, 비록 다른 유저와 직접 접촉을 하진 않았어도, 온라인에서, 거리에서 '국정원 댓글 국정조사'와 '세월호 진실규명', '고 백남기 선생님 살인규탄'과 '국정농단 박근혜 탄핵'을 함께 외치던 유저 동지들의 따뜻한 숨결을 느끼며 엄혹한 시절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각설하고, 제가 존경하는 바보운영자님께 시게운영상 정식요청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게시글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최근 시게를 방문하신 유저분들이라면 모두 느끼겠지만, 작성되는 게시글과 그 댓글의 상당부분은 '이재명 지사'와 관련된 뜨겁고 민감한 논쟁으로 점철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논쟁이 과거 타 커뮤니티로부터 '선비스럽다'는 평을 들을만큼 유저간 존중하는 태도와, 뛰어난 논리와, 예의와 품격이 있던 모습에서 상호간 적의가 넘치는 태도, 직관적 조롱과 조소가 섞인 욕설, 감정을 자극하고 상대를 비하하는 근거없는 몰이식 비문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제 시게가 유저간 다툼과 비아냥과 몰이로만 가득한 싸움판이 되어버려, 이전에 토론의 상대방으로부터도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유익한 논쟁은 아예 고사되어버린 것같은 느낌까지 받습니다.

따라서 바보운영자님께 시게운영에 있어 운영자로서의 분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사실 거창하게 요청이라 했으나, 내용은 별다른 것도 아닙니다. 시게 게시판 초입에 바보운영자님께서 이미 적시하신 '금지사항', '토론의 기본자세', '주의사항' 등의 공지사항에 대해서만이라도 분명한 권위와 영을 세워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이미 적시된 그 기준에 따라, 내용을 위반하는 게시글이나 댓글에 대해서는 반드시 제재가 뒤따를 수 있도록 부디 조치해주십시오.

효과적인 제재의 방법은 운영자님의 재량에 의해 구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만, 만일 워낙 해당 내용들이 많아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유저들 자체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메뉴와 기능을 강화해주시거나, 혹은 적어도 한시적으로 강력한 규제기간을 공표하시고 운영자님과 유저들이 함께 공조하여 위반내용들을 적극적으로 적발, 삭제조치하는 방안도 조심스레 건의해드립니다. 

사실 이미 적시된 공지사항은 그 기준 또한 그리 포괄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어서 따로 수정하시지 않아도 바로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지사항
- 반말 : 반말은 안됩니다.
- 욕설 : 욕설도 당연히 안됩니다.
- 인신공격 및 비아냥 : 인신공격과 비아냥도 금지사항입니다.
- 지역비하 : 경상도 전라도 기타 어느 지역이건 지역과 지역민 전체를 비하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 몰이행위 : 유저에 대한 알바 몰이, 국정원 몰이 등 각족 몰이행위
- 공인에 대한 놈, 년, 또는 동물 비유
- 시게 유저 전체에 대한 비하 : 시게 유저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는 행위
- 동일 내용 중복 게재 : 지속적으로 똑같은 논조의 게시글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게재하면서 제지하거나 반대하면, 어그로를 끌면서 분쟁을 유발하고 사람들을 감정폭발 상태로 몰아가는 행위

* 토론의 기본자세
- 토론에 있어서 상호존중
- 자기 의도가 올바르더라도 주장이나 견해는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 인정하기.
- 생각이 다르거나 비판을 받았을 때 감정적이지 않고 이성적으로 소통하기.
- 소수의견 존중 (단,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은 배척)

* 주의사항
- 주장만 있고, 근거가 없거나 미흡하고, 사실 관계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주장
- 논리 없이 감정적인 토로 - 토론이 아닌 일방적으로 비하하고 까내리는 글.

물론 모든 유저들이 그런 것은 아니나, 위에 해당되는 내용들이 얼마나 많이 넘쳐나고 있는지 운영자님도 잘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어느새 반말은 숱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되었고, 심지어 욕설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인신공격과 비아냥, 몰이행위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어떤 이는 전혀 사실관계의 증거없이 누군가를 '작전세력'으로 매도하고, 반대로 누군가는 역시 아무 증거없이 상대방을 작전세력 운운하는 '음모론자'로 매도, 조롱합니다. 이 가운데 상호간 치열한 논리가 살아있는 건전한 토론은 중단되고, 감정과 울분이 자극되어 상대방을 혐오,증오하다못해 제거 대상으로까지 규정해버립니다.
 
저는 무엇보다 정확한 사실증명이 없는 한 그 누구도 상대를 이재명을 위한 지지자나 손가혁, 혹은 보수세력이 고용한 작전세력이나 알바로 몰아붙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토론은 축소되고 이 문제로 싸움하다 끝나는 게시글을 자주 보게 되는데, 제가 이런 말을 주고받은 유저들의 과거 게시글이나 댓글들을 일부러 들여다보면 두 분 모두가 엄혹한 시절 바른 입장과 행동을 견지하던 동지나 다름없던 분들이라 어이없기고 하고, 안타깝기도 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정말 작전세력이나 음모세력이 있는 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과거 오유 시게는 난입한 일베유저에게까지 예의를 잃지 않고 상대하곤 하던 곳이었습니다. 오유 시게에서 사실로 나타난 증거 없이 상대를 매도하는 모습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바보 운영자님께서는 제 부족한 건의에 대해 고심해주시고, 운영자님께서 애초에 세우셨던 오유 시게의 원칙이 분명히 지켜질 수 있도록 행동해주시기를 감히 촉구드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