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없는 무덤 없다는 말이 있다. 병실 생활을 하면서 느낀게, 마찬가지로 사연없는 환자도 없다는 것이다.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나는 가정내에서의 불화로 인해 생각보다 크게 다쳐 입원하게 되었고 적어도 내 병실 내에선 그만한 우울도 없을거라 생각했다. 암이 너무 많이 전이되어 치료를 포기하고 병실에서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한 노인을 보기 전까지는 조금 외람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코난 오브라이언은 다트머스 대학 축하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좋든 싫든, 가슴아픈일(disappoint)은 일어난다.' 그런 가슴아픈일이 내 가시권 안에 있음에 새삼 놀랐다. 한가지 명백한건, 나는 분명 꼰대같은 노친네라면 거의 혐오하다시피하는 입장이었으나 그런 꼰대같은 노친네의 또다른 일면엔 이별이 두려워 가슴졸이는 한 아버지가 있음을 알게 됨에, 내가 얼마나 옹졸한 시선으로 남을 평가해왔는지낮짝이 뜨거워짐을 느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