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수의사입니다.
연차가 꽤나 되어버렸죠..제 주위에 월급받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모 연예인에게 쌍욕도 들어보고..
진상한테 뺨도 맞아보고..
술취한 손님한테 살해협박도 당해보고..
오늘 한 손님이 호텔을 맡겼다가 데려갔는데 기침한다고 데려왔더라구요.
우선 원인보다는 개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처치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원인에 대해서 보호자는 얘기하기를 원했지만 얘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우선 처치부터 들어가는 방향으로 진행했죠.
잠시만 진료실에서 기다리도록 하고 전 처치실로 들어가 처치 준비하고..한 2~3분 걸렸나요.. 진료실로 돌아가보니 제 의자에 앉아서 차트를 보고 있네요.
와.....
차트를 읽어보고 있어요..
보지 말라고. 내용을 원하면 정식으로 요청하라고, 보는거 아니라고 말해도 당당하네요..
병원에 있는동안 그랬으니 그거 확인하려고 봤다네요.
정말 그 많은 진상을 겪어봤지만...이렇게 화가 나는 경우는 없었네요. 이렇게 분노가 잔잔하게 오래가는 경우도 못봤구요.
내 면전에서 쌍욕을 한 진상들도 이거에 비하면 제 앞에서 러브송 부른것 마냥 느껴지네요..
정말 지금이라도 찾아가서 정말 뭐라도 해주고 싶을정도로 화가 나네여.
제 병원이었으면 바로 쌍욕하고 내쫓았을거 같은데...
내일 원장님한테 보고하고 어떻게 하실지 보려구요..
아마 상황에 따라서는 백수될런지도.. 아니면 사회초년생으로 돌아갈런지도 모르겠네요.
남에게는 사소한 글찌끄레기로 보일지 몰라도 저에게는 너무나도 화가 나네요.
참고로 전 그 차트에 단 한글자도 써놓은게 없었습니다. 다른 수의사의 기록들이지만 너무 화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