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때 친했던 여자후배의 친할머니에 관한 얘기 입니다. 그 후배에게 직접 들었던 얘기이나 들은지 10여년이 지나서 세세한 부분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당시에 너무나 몰입해서 들었던 얘기라 대부분 기억이 납니다.
그 후배A양의 할머니는 성격도 호탕하시고 병치레도 안하시는 여장부중에 여장부셨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먼저 돌아가셨지만, 혼자서 자식들 키우시고 팔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할일 다 하시고 정정하시고 호탕하신 분이셨죠.
그러던 할머니가 어느날부터 방안에 꼿꼿이 앉아 음식도 안드시고 잠도 안주무시더랍니다. 자식들이 뭘 가져다 드려도 물과 약간의 음식에만 손을 대실뿐 별 말씀도 안하시고, 방안에 꼿꼿이 앉아서 문밖 출입도 안하셨답니다. 가끔 문밖과 먼산을 노려보실뿐 별다른 말씀도 안하셨다고 합니다. 하루이틀 지나면 괜찮아 지실줄 알았는데, 몇날 며칠을 그러고 계시니 자식들이 걱정도 되고..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굿이라도 해야겠다고 무당을 불렀다고 합니다.
근데 무당이 집에 들어서자 마자 '이건 굿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야' 이러더랍니다. 자식들이 무슨 소리냐고 묻자 무당이 하는 말이.. '저 할머니 돌아가실 때가 지났어.. 지금 저승사자가 저할머니를 데려가려고 다섯이나 와있어. 근데 저 할머니 기가 너무세서 못데려 가고 있는거야..' 하더랍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하는말이.. '저 할머니 주무시면 저승사자들이 데려갈까봐 잠도 안주무시고 버티는데..쯧쯧 대단한 양반이네... 지금 할머니 방문밖에 저승사자가 하나, 마루끝에 하나, 지붕위에 하나, 대문앞에 하나, 저기 산중턱에 하나야.. 그냥 할머니 달래서 보내드리는 수밖에 없어..' 하면서 간단한 살풀이 같은것만 하고 그냥 갔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그 무당이 간단한 살풀이 같은것만 하고 그냥가고.. 그때까지도 할머니는 꼿꼿이 앉아서 잠을 안주무셨다고 합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러길 며칠째 되던날..
무당이 굿할 준비를 하더랍니다.. 그러더니 긴 의식끝에.. 그 무당이 할아버지 목소리를 내면서 할머니 방으로 들어가더니.. '할멈... 그만 됐소.. 이제 미련을 버리고 그만 갑시다..' 하면서 할머니 손을 잡으시더랍니다..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자식들이 준비해준 음식을 모처럼만에 드시고, 깨끗이 목욕을 하신뒤에.. 잠이 드셨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