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부 기자에게 온 '뉴스 제보(기무사 내부 분위기)'라는 제목의 이메일 내용 중 일부다. 보내온 사람은 '김○○'으로, 이름을 그대로 적었다. 국방부 조사 결과 김씨는 기무사 예하에서 보안 정책을 연구하는 한 기관의 소장으로, 기무사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대령 출신이다. 한 기무사 간부는 "이메일 내용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해편(解編) 지시를 내려 해체가 확정된 기무사는 현재 아수라장"이라며 "보안·방첩 등 업무가 사실상 마비 상태"라고 했다.
◇"간부와 가족 2000명이 망연자실"
국방부는 기무사를 해체하고 새로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를 다음 달 1일 창설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을 3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현재 정원 4200명 중 1300명에 해당되는데, 이 중 간부가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감축 대상을 원래 소속 부대인 육·해·공군으로 돌려보내는 '원대 복귀' 조치를 하기로 했다. 각 군은 이들을 기무사에서 담당했던 업무에서 배제하고 새로운 임무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소장은 이메일에서 "(원대 복귀는) 각자의 삶에 사형선고와 같은 치명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좌절과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500명이 넘는 인원이 심사 과정을 거친 후 강제 명령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2000명이 넘는 인원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국방부는 기무사의 계엄 문건 작성, 세월호 민간인 사찰, 정치적 댓글 작성을 '3대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관련 간부들을 원대 복귀 조치 후 사법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장성 4명을 포함해 간부 26명이 원소속 부대로 돌아갔다.
기무사는 광역 시·도 11곳에 설치된 소위 '600단위 기무부대'도 폐지하기로 했다. 한 영관급 장교는 "부대가 사라지고 누가 원대 복귀 당할지 모르는데, 일을 제대로 하겠느냐"며 "일선 부대원 상당수가 일손을 놓고 있다"고도 했다. 김 소장은 이메일에서 기무사 개혁에 대해 "병든 부위를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부위들을 칼질해서 조직을 식물인간으로 만들려는 것과 같다"며 "철저하게 조직을 축소하고 없애는 것이 목적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국방부를 '점령군'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국방)장관과 측근들의 '보복적 감정'을 개혁으로 포장해서 철저하게 보복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