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보낸 글에 이르기를 '꾸중하는 것이 너무 심하면 이는 도리어 형제의 의리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하늘이 괴상하게 여기지 않겠습니까'라고 했다
짐이 정묘년의 약속을 소중히 여겨 일찌기 너희 나라가 약속을 어겼을때도 글로써 여러번 타일렀다
너는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민이 도탄에 빠질 것도 돌보지 아니하고
지난날의 약속을 결국 저버렸다
네가 나의 변방 신하에게 보낸글을 짐의 사신이 얻게되어 비로소 너희 조선이 우리와 싸울뜻이 있음을 알았다
짐이 네가 봄 가을로 보낸 사신을 만나거나 조선의 상인을 만날때마다
"너희 나라가 이처럼 버릇이 없어 내가 곧 치러 갈테니 돌아가거든
너희 왕을 비롯해서 평민에게 까지 모두 알려라"해서
분명히 말했으니 우리가 결코 속임수를 써서 군사를 일으킨 것은 아니다
또한 짐은 네가 약속을 어기고 분쟁을 일으킨 일들을 하늘에 고한 뒤에 군대를 움직였다
짐은 네가 약속을 저버렸기 때문에 스스로 하늘의 벌을 두려워 할줄 알았다
실로 네가 약속을 저버린 까닭에 하늘이 재앙을 내리는것이다
너는 어찌하여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처럼 아직도 하늘이란 한글자를 억지로 같다 붙여 말을 꾸며내려 하느냐
또한, 네가 말하기를 '우리 작은 나라는 바닷가 한구석에 위치해서 오직 시와 글을 일삼을 뿐
군대의 일을 익히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지난날 기미년 너희가 까닭없이 우리의 영토를 침범해 왔기에
짐은 너희 나라가 반드시 군대의 일에 밝은 줄 알았다.
이번에 또 어리석은 사단을 일으키기에 짐은 너희 조선이 더욱 훈련이 많이 되어 있을줄 알았다.
누가 아직도 익히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겠는가.
너희 나라가 진짜 싸우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아직도 생각이 있으면 앞으로 조련하면 될 것이다.
또 네가 이르기를 "임진왜란때 우리 작은 나라의 운명이 적은시간에 달렸을때
만력황제가 천하의 병력을 동원하여 백성들을 구해 주셨습니다"
고 했다. 천하란 무한히 큰 것이고 또 천하에는 많은 나라가 있다.
너희의 어려움을 구원한 것은 오직 명나라 하나 뿐인데,
어떻게 천하의 군대가 이르렀다고 말하느냐
. 명나라와 너희 나라는 속임수가 많아서 거리낌이 없다.
이제 산성을 괴로이 지켜서 운명이 조석에 달려 있는데
아직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 같은 부질없는 말을 하고 있으니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또 네가 이르기를 '한때의 울분을 씻으시려 하사 병력을 기울여서 형제의 은의를 손상시키고,
스스로 새로와지는 길을 막으시어, 천하 나라들의 기대를 끊어 버리신다면, 이는 대국으로써 장구한 계책이 아닌 것만 같습니다'고 했다.
그러나 형제의 좋은 정을 깨트리고 싸우기를 꾀한 것은 바로 너다.
짐이 서쪽으로 정벌하는 시기에 몰래 우리나라를 헤치려 했으니 너희 조선이 우리나라에 무슨 은혜를 베푼 일이 있었단 말인가.
무릇 이러했으면서도 스스로 지혜롭다고 하여 스스로 장구한 계획을 한다고 하니 짐이 어떻게 믿겠는가.
또 네가 말하기를 "황제께서 바야흐로 지혜와 위엄의 전략을 가지고 사방의 나라를 무마하여 복종케 하고 계십니다.
새로이 황제의 존호를 올리어 관온인성 네자를 위에 붙였음은 장차 천지자연의 법칙에 따르시고 패왕의 업을 이룩하시려는 것입니다"고 했다. 짐의 나라 안밖의 여러 왕과 대신들이 이 같은 존호를 나에게 올렸다.
짐이 패왕의 업을 이룩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
또한 까닭없이 군대를 일으켜 너희 조선을 멸망케하고 너희 백성을 헤치려는 것은 아니다.
굽은 것을 바로 잡으려는 것이다.
천지의 도란 착한 자에게는 복을 주고 악한 자에게는 재앙을 내려 지극히 정의로와 사사로움이 없다.
짐은 천지의 도를 몸소 행하는 것이다.
마음을 기울여 나의 명령에 따르는 자는 우대하여 기르고,
위엄을 우러러 보고 항복을 청하는 자는 평안하게 하며,
명령을 거스러는 자는 하늘의 뜻을 받들어 토벌한다.
악을 편들어 대항하는 자는 죽이고, 완강하여 순종하지 않는 자는 사로잡고,
강포한 자는 두려움을 알게 하고, 교활하고 사특한 자는 할말이 없이 궁하게 만든다.
이제 너는 짐의 적이 되었기에 군대를 일으켜서 여기에 왔다.
만일 너의 나라가 모두 짐의 판도가 된다면 짐이 어찌 보호하고 길러서 자식처럼 사랑하지 않겠는가.
또한 네가 말하는 것과 네가 하고자 하는 것이 모조리 서로 다르다.
너희 나라에서 전후해 오고간 문서 중에 우리 군대가 얻은 것을 보면 흔히 우리 군대를 도적이라고 불렀다.
이는 너희 군신이 평소에 우리 군대를 도적이라 불러 왔기에 이를 깨닫지 못하고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나는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자는 도적이라 한다'고 들었다.
우리가 정말로 도적이라면 왜 사로잡지 않고 그대로 두면서 입과 혀로만 욕을 한단 말인가.
속담에 '양의 몸에 호랑이의 가죽이란 실로 너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사람의 행동은 민첩한 것을 귀하게 여기고 말은 공손한 것을 귀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행동이 말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경계한다.
누가 너희 나라처럼 교활하고, 사특하며, 망령되고, 기만하여,
이것이 날로 쌓여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거리낌 없겠는가.
이제 네가 살려거든 마땅히 빨리 성을 나와 명령에 따르고, 싸우려거든 빨리 나와서 일전을 시도하라.
두 나라 군대가 부딪히면 하늘로부터 반드시 처분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