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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술과 두번째 술의 기억.
게시물ID : humorstory_4407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음란하라1997
추천 : 3
조회수 : 71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9/21 05:09:35
학창시절 난 조용조용하게 할 짓 다 하고 다니는 녀석이었다.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모범적인 학생이었지만
 
몰래몰래 학교 뒷동산에서 불장난을 주도하던... 그런 아이였다.
 
그러다 중2때였던가.. 진짜 뒷산을 홀라당 태워먹을 뻔 하기도 했고.
 
슬램덩크를 따라한답시고 리바운드를 제압하려다 대가리를 깨먹기도 했다.
 
게다가 그맘때 즈음 친구 부모님 목하에 술을 배우기도 했으니
 
친구들 입장에선 내가 잘못만난 친구... 였을것이었다.
 
의외겠지만 성적도 꽤나 괜찮은 편이었기때문에
 
같이 놀았던 녀석들 입장에선 참으로 개새끼였겠지.
 
그렇게 중2학년때 친구네 집에서 처음으로 맥주를 마셨다.
 
주량도 모른채 그저 마셨다.
 
썼다. 무진장 썼다.
 
이걸 왜 마시지? 했지만 그저 어른 흉내를 내고 싶어 콜라처럼 꿀떡꿀떡 마셨다.
 
꼬맹이들 넷이서 한 다섯병쯤 마셨으려나...?
 
일어났을때 빈 병이 그쯤 되었던거 같다.
 
그리고 그 날은 통째로 기억에서 사라졌다.
 
내 삶에서 아직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필름이 끊겼던 날이 되었다..
 
그 날. 앞으로 절대로 술 따윈 마시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
 
하지만 그 결심은 십대의 마지막에 깨졌다.
 
고3 초반.
 
봄 소풍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가 사복을 입고 있었으니.
 
1학년때부터 3년째 같은 반이었던 녀석이 차였다며 징징댔다.
 
"아, 씨... 내 또 까였다.. 아... 이번엔 찐짜였는데, 우짜노..."
 
"한 두 번도 아이고 뭘 그라노, 그마이 까였으믄 적응할때 안됐나?"
 
굉장히 멀끔하게 생긴놈인데 3년째 여기저기 까이기만 하고 다니는 놈이었다.
 
내가 알고 지낸지 3년째에 그러고 다녔으니 그 놈 까임의 역사는 훨씬 더 깊을것이다.
 
입만 안 열면 300년도 사귈 녀석인데...
 
근데 이번엔 타격이 꽤나 심했는지 무려 한 시간동안 아무 말도 안하는 것이었다.
 
이건 정말 심각한 사건이었다.
 
5분만 닥쳐주면 급식 고기반찬 다 준다그래도 어림없던 녀석인데.
 
그래서 그 날.
 
어디서 못된것만 배워왔던 나와 친구들은 이별엔 술이지!! 하며 그 친구를 꼬셨다.
 
그리곤 사직경기장으로 향했다.
 
소풍갔던 곳이 그 바로 옆이었기도했고 월드컵 경기장이 있는터라
 
넓찍한것이 판 벌리기 좋은 곳이었다.
 
술도 구하긴 쉬웠다.
 
친구중 한 놈이 그냥 마트에 들어가서 사왔다.
 
그 놈이 의아해 했다. '뭐꼬? 그냥 주던데?'
 
응, 그럴거 같아서 널 보낸거야.
 
어둑어둑해 질 때 쯤 다섯놈이서 판을 벌였다.
 
처음으로 마시는 소주란 녀석이었다.
 
다들 겉으로는 엄청 많이 마셔봤던것처럼 허풍을 떨었었기때문에 가볍게 마시자며 7병인가를 사왔다.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가 있었는지
 
"쏘주하믄 깡쏘주 아이가!!!" 라며 새우깡을 내놨다. 잔망스러운 새끼...
 
게다가 이 자식이 종이컵도 소주컵이 아닌 일반 종이컵을 사왔다.
 
하지만 아무 개념없던 우리는 그 좋이컵에 한가득씩 따랐다.
 
종이컵 두 잔 채우니 한 병이 거의 거덜났다.
 
다섯 잔을 가득 채우고.
 
"헤어진 새끼를 위하여!!!"를 외치고
 
그리고.
 
원샷.
 
크....................................
 
"콜록 콜록,,"
 
"우웍!"
 
나를 포함 사방에서 들리는 기침 소리....
 
너 이새끼들....
 
알고 보니 한 녀석 빼곤 모두 소주가 처음이었다.
 
근데 기침은 했지만 이상하게 달았다.
 
이 맛에 쐬주를 마시는구나 싶었다.
 
맥주는 처음 마실때 썼었는데.
 
새우깡을 먹고,
 
또 다섯 잔을 가득 채우고.
 
그리고.
 
원샷.
 
또 새우깡을 먹고,
 
남은 술을 다섯 잔에 똑같이 나눠 따르고.
 
"다음번 헤어짐을 미리 위로하며!!!"를 외치고
 
마지막 원샷.
 
슬슬 추워지기 시작했다.
 
"야! 춥다!! 고마 가자!!"
 
"벌써?"
 
"술 다마시따 아이가, 춥다!"
 
"저 새끼는?"
 
"술 사주따아이가, 드라마 보니까 술마시믄 헤어진거도 다 괜찮아지드라"
 
소주도 처음인데다 거의 십분만에 무식하게 한 병을 넘게 쳐마셔댔으니...
 
술에 취한다는게, 취기가 올라온다는게 그런것인줄 몰랐던 우린
 
"아씨 5월인데 와이래 춥노!!"를 연발했다.
 
그리고 집으로 출발.
 
그 후론 슬슬 혀가 꼬이는게 느껴졌다.
 
한 이십 분쯤 걸었으려나?
 
그리고 시작되었다.
 
"우웩!!!" 한 놈이 비틀비틀 걸으면서 올리기 시작했다.
 
"낄낄낄, 이 새끼 히드라다 히드ㄹ...우웩!!!"
 
"낄낄낄낄 니도 히드라 드런새끼드...뤡!!!!!!!!!!"
 
"와, 걸어다니믄서 올리는거 첨본두....우웩!!!!!!!"
 
시꺼먼 사내 다섯 놈들이 낄낄대며 부들부들 떨면서, 비틀비틀 걷다가
 
갑자기 입안에서 뭔가를 분수처럼 뿜어대는 광경을....생각해보면...
 
어떤 호러영화를 본들 이보다 충격적일까,
 
실제로 좀비를 본들 그렇게 공포스러울까.
 
메탈슬러그 실사판인가.
 
주변은 이미 초토화되었다.
 
한 놈이 자빠진채로 엄청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으어..야, 내 위장쫌 찾아도, 헉헉, 같이 올린 느낌이 났는데, 못찾겠다.."
 
혀 꼬부러진 소리로 개소리를 해댔다.
 
무서웠던건 진심으로 찾고 있더란 것이었다.
 
그 사이에도 우린 여전히 낄낄대며 눈물 콧물 흘리며 헉헉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경찰에 주민신고 안당한게 정말 신기하다.
 
실컷 게워낸 후 정신이 좀 들었을때...
 
"마, 우리 이거 정리해야 안되나?"
 
"어,어... 하긴 해야할거 같은데...."
 
"우째하지?"
 
"일단 덮자, 흙좀 퍼온나."
 
"인자 다 문때가 치아뿌라,"
 
그렇게 소주 봉투와 새우깡 봉투로 대충 정리를 끝낸 후 시뻘건 얼굴들을 유지한채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가는 기억이라 분명 왜곡과 과장이 꽤나 있을테지만 그 날의 객기는 잊혀지지 않는다.
출처 욕은 달게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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