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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맞이한 지 1년 만에...황당한 사고로 먼저 보낸 후...
게시물ID : animal_1412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yner
추천 : 11
조회수 : 58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09/20 22:53:46
항상 생활하는 공간이 정해져있었다...

침실과 컴퓨터를 놔둔 방...

침대에 누워 잠을 잘때면 항상 옆에 와서 그르렁대면서 자기 왼 뒷발을 빨아대며 꾹꾹이를 하며 잡들었고...

내가 컴을할 때면, 문 앞에서 지켜보다가 어느새 책상위로 올라와서 키보드옆 빈공간에 자리잡고 잠을 청하던...

현관쪽은...오직 내가 외출했다 돌아올 때에만 반기러 나올 뿐...평상시에는 절대 가는 곳도 아니었다...

막 무더워지기 시작할 무렵....

모든 것이 귀찮아서 청소를 안하던 무렵...바퀴벌레 한 두 마리가 보였다....

바퀴벌레가 한 마리 보일 때이미 100마리가 있다는 말에..부랴부랴 청소하고... 가장 효과 좋았던 튜브형 바퀴벌레약을 부엌에만 쳤다..
혹시 모를까봐....틈새 깊숙히...

평소에 부엌에는 가지도 않던 녀석이라.....안일했나보다....

앞발에 약을 잔뜩 묻히고 축 느러져 무지개 건너간 너...

나는 몰랐다..... 

니가 부엌에 가는 지......나는 몰랐다...항상 내가 잠들면 같이 잠들고 내가 깨면 같이 깨는 줄만 알았다...

아깽이 시절 싱크대 올라갔을 때, 올라가지마!!! 해서 내가 잠들 때만 갔던 것인가....?

기억을 더듬어 보면....그 후로는 절대 가는 걸 못 본 듯 하다....

그래서 밤에 내가 잠들었을 때에만 순찰했던 걸까...?

나름대로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앞발이 안 닿을 꺼라 생각했지만...니 발에는 닿았나보더라...
많이 닿았나 보더라.....

아침에 일어나니 내 팔에는 많은 생채기가 나 있더라.....

그렇게 너는 외롭게 가버렸다.....

솔직히 어이없어서 눈물도 나지 않더라....

그 후로 두달간 니 화장실....니 사료통, 물통.... 물론 청소도 하지 않았다....

아....2주 정도 지나니...초파리가 들끓어서....니 화장실은 청소했다...

누으면 자연스레 어디선가 울면서 니가 다가와 그르렁 댈거 같았다.

2주전에야 겨우 곰팡이가 그득하게 핀 니가 먹었던 마지막 사료라 비쩍 말라버린 물통을 청소했다.
처음으로 집을 청소했다....

이불에서는 니 빠진 털들이 한없이 나오더군. 안 보였던 털들이 롤러에 그리 많이 묻어나올 줄은 몰랐다.

드디어 실감이 오더라.....

그냥 제값주고 샀으면 쌌을 캣타워...그때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넷망가져다 조립을 했을까...? 막상 계산해보면 캣타워가 훨씬 좋고 튼튼하고 너한테도 좋았을 텐데...
집이 사람이 없으면 금새 낡아서 무너지듯 고작 2달 사이에 허술해지더구나.

주변사람한테 그제서야 이야기하니...
동물키우면 엄청난 주의를 기울어야한다더라...

난 너무 안이했나보다....

무엇하나 버릴 수 없었다....

다행일까...사료는 밀봉을 해서 그런가...아님 방부제가 가득해서 그런가... 꺼내놓은 것을 제외하면..변하지 않았더라...
버리기도 뭐해...문 앞에 니 물그릇과 니 사료그릇으로 그냥 놔두었다...

절대로 고양이가 오는 장소가 아니어서..그냥 그렇게 매일마다 버리겠지 했는데....

2~3놈이 다녀가면서 먹더라...

널 닮은 놈은 없지만....

마주치진 못 해도... 처음에는 싸우고 다투는 소리를 크게 낼까봐 걱정했는데....
그런 거 한 번 없이 조용이 잘 먹고 가더라.

꼭 사료 한 알은 물 그릇에 집어넣은 채로 말이다...

그러다....어떻게 며칠 전...한 놈을 맞이했다...

자신 없었는데....

니가 첫날 왔듯이...겁대가리를 상실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더라...

널 위해 만들었던 캣봉을 아주 잘 타고 놀더군.

무너질듯한 캣타워는 아직 흥미가 없지만...

아....너는 하지 않았던...침대테러도 하더구나...말로만 듣던.....
덕분에 새벽에 세탁기를 돌렸다.... 뭘 그리 싸놨는지.....
침대보...침대 위에 깔아둔 얇은 이불...초겨울에 써야하는 이불...정리하기 귀찮아서 벽과 침대 틈 사이에 꾹꾹 눌러남았던 이불에다가...
헛 웃음이 나더구나. 말로만 듣던.....아....냄새........

혹시 할퀼까봐 불안에 떨며 발톱을 자른 후 목욕을 시켰다....
너처럼 얌전하더구나....

2틀 째 말리는 중인데..솔직히 아직도 다시 테러할까 무서워서 안 걷었다....
물론 그 후로는 테러는 커녕...엄청 화장실 잘 가리더라....

물론 그 후 부터는 고작 2일 지났지만...니 화장실...니 사료그릇...니 물 그릇....니 이동장....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구나.

너처럼 꾹꾹이 따위는 없지만...(아..소심한 허공 꾹꾹이는 하더구나...)

우리 처음 만난 날 처럼 눈을 뜨면 머리맡에 자리잡고 쳐다보진 않지만...
일어난 걸 확인하고서야 자기의 일과를 시작하더구나. 밥 먹고, 물먹고 힘찬 응가하고....
그걸 지켜보던 내게 와서 그르렁대고...

좀전에는 널 위해 만든 해먹에 자리하더구나...

이틀동안은....지 눈에 안보이면 울어대고....
안아서 무릎에다 놓으면 잘 자던놈이...이젠 무릎을 뛰쳐서 그냥 니 해먹에 자리한다...버리지 않길 잘했나봐.

너랑은 전혀 다른 생김새인데도...
나도 모르게 문득...니 이름으로 불러본다....그리고 깨닫는다...

의식적으로 이넘에게는 니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이름도.....널 연상시키는 이름도 붙이기 싫다...
물론 지 이름도 모르고....아마 그건 너랑 같았겠지.... 오직 유리한 단어만 골라서 알아듣던 니놈이었듯이 말이다.

보고싶다.
두번째 인연이 된 이 넘과 니 넘이 만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우스개 소리로 한 마디 헀다...
앞으로 벌레는 니가 잡아먹어라....

기다려라.
이 넘과 같이 만나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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