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카드 게임은 예전부터 꽤 즐겼습니다.
매직 더 개더링 카드 모아서 허접한 덱 가지고 놀던 기억도 있고, 어느 순간 부터는 '판타지 마스터즈'라는 게임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근데 그건 지나친 과금유도와 그것의 누적으로 인해서 새로운 신규 유저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줬죠. 그걸 만회하라고 SP를 풀었지만, 멍청한 운영진은 인플레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뭐 하여튼 잡설이 많았는데요.
하스스톤도 기본적으로 카드게임이기 때문에 CCG(collectable Card Game)든 TCG(Trading Card Game)든 결국 범주안에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TCG 게임은 대동소이 합니다. 세밀한 룰 차이가 커서 그렇지, 큰 틀에서는 결국 비슷해요.
초기에는 하스스톤에서는 '보석' 혹은 '마나'로 대표되는 코스트가 다른 게임에서는 '소울' 혹은 다른 무엇?일 뿐이죠.
다만 하스스톤은 '지형'이 없어서 지형 말림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없죠.
대신 그렇다보니 위니에 대한 압박감이 커집니다. 최근 트랜드가 '위니덱'으로 모두 이전한 이유는.. 이 위니(1~2렙(마나)이의 쪼렙 코스트 유닛들)를 견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견재할 수단조차 '침묵'으로 묶어놓고 조지는데 답 없죠.
거기다가 카드에는 일정한 '점수'가 있습니다. 노멀, 커먼, 언커먼 등등... 아니 여기서는 보통, 희귀, 영웅, 전설 등등에는 각자에 맞는 '점수'가 있습니다. 복잡한 계산식에 의해서 산출된 근거가 있기 때문에 카드화 되는거고, 어느정도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게 되는거죠.
초기에는 이 밸런스가 맞는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밸런스가 개판이 됩니다.
왜?
몇가지 이유가 있죠. 첫번째는 이미 나와있는 카드와 동일한 능력치의 새 카드는 '수집욕'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스킨만 바꾸는 수준으로는 사람들의 과금을 유도하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 카드중에서 '좋다'라고 할만한 카드들은 이전 카드들에 비해서 약간 혹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카드를 모을려고 열심히 지릅니다.
블리자드는 양심적이라.. 그래도 엄청난 과금을 하지 않고서도 따라갈 수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타 게임에서는 '억'소리가 나올 정도로 비싼 카드도 있었고, 일반 유저들은 감히 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며, 그 카드 한장이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매우 심하게 하곤 하죠. 한마디로 과금이 짱입니다.
블리자드는 완전 무과금은 아니더라도, 심각할 수준이 아닌 수준에서의 투자만으로도 충분히 덱을 만들고 꾸밀 수 있습니다. 이건 매우 긍정적입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하여튼 잠시 삼천포로 빠졌는데요. 요악하자면 '새 카드는 과거의 카드들 보다 좋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카드들이 기존의 덱에 편입되는거죠.
두번째는 '전혀 새로운 능력치의 카드'가 갈수록 생겨난다는 점입니다. 블리자드에서 전혀 상상도 못한 상성효과가 생기고, 난리가 날 수도 있습니다. 판타지 마스터즈를 해보셨던 분들이라면 무슨 소리인지 잘 아실 겁니다. 블리자드 측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카드를 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 의되를 처참히 박살내버리고 매우 참신한 방법으로 카드를 사용해서 의도하지 않아서 극강의 오버파워가 나타나는 경우 입니다. 뭐 답 없죠. 리콜 하거나 너프하거나..
그런데 100장의 카드중에서 단 한장의 오버파워의 카드가 있다고 칩시다. 이 카드에 맞춰서 모든 카드를 상향하는게 쉬울까요? 아니면 그 카드 한장을 너프하는게 쉬울까요? 당연히 후자 입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타 게임과는 다르게 TCG 계열은 '너프'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밸런스를 맞추려면 그 방법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 효율적이고, 기존 유저들의 반감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몇장의 카드로 대격변이 일어나 버리면 기존 질서가 모두 무너지게 되고, 그 무너진 밸런스는 맨땅에서 헤딩하듯 다시 쌓아올려야 합니다. 그건 유저도, 개발자도, 운영자도 힘든짓을 할 바에야 그냥 너프하는게 속 편하고 좋죠.
다만 하스스톤을 오랜기간은 아니고 과금한 10만원?치 하고 덱 짜서 굴려보면서 느낀건..
지나칠 정도로 '특화덱'에 의존한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노멀덱 vs 특화덱의 싸움은 반반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물론 노멀덱에 좋은 카드를 떡칠해서 커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스스톤도 초고수급 정도 되면 노멀에 가까운 덱을 굴리더군요. 효율좋은 카드 잔뜩 우겨넣고.. ㄷㄷㄷ
그건 초고수 사이에서나 일어날 일이고, 현실적으로 등급전은 '날빌' 싸움에 가깝습니다. 누가 더 가볍고 효율좋은 덱을 꾸려서 승률을 높이느냐의 싸움이랄까요? 이게 반드시 나쁘다? 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게임의 재미적 요소에 대해서는 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몇몇덱에 대단히 의존적이죠. 몇일 되지도 않았는데 상당히 뻔하게 된다는건 좀 슬픈일입니다.
물론 블리자드가 이런 문제점을 부완하기 위해서 '투기장' 혹은 '선술집'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은 점은 박수쳐주고 싶지만, 결국 대다수가 하는건 등급전이라는거죠. 저렙 역기와 명치만 노리는 덱들에 대한 일종의 카운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유저로서 지금은 하스스톤이 너무 재밌고 즐겁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좀 우려되긴 합니다. 등급전은 결국 '승률'을 목표로 하고, 높은 등급을 위해서 싸우기 때문에 다들 고승률덱을 굴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게 없던 타 게임에서도 승률에 집착하던 저를 상기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지는게 싫을 겁니다. 지는게 좋다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겠죠. 그런데 몇몇덱 특히 초반 명치덱의 득세는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면밀히 관칠하고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카드를 수정하거나 전혀 새로운 카드로 변경할 수도 있기야 하겠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블리자드가 좀 더 발 빠르게 대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
너무 장황하고 두서없이 쓴거 같은데..
그냥 하스스톤 처음 하면서 느낀점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써봤습니다.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