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Beethoven Sonata Op.13 No.8 [비창]
2악장
시들면 버릴까 두려워
꽃을 주지 못했다
취향이 다를까 망설여
향수를 선물하지 못했다
혹 헤프게 여길까 교만하여
마음을 건네지 않았다
밀실에 방치된 사랑은
미련없이 시들고
내가 미처 주지 못한 것들이
나를 잡아끄는 후회의 추가 되었음을 알았다
그 무게를 한 조각도 남김없이 끌어안고
나는 침잠했다
누구도 본 적 없다는
저 바다의 밑바닥에
나는 쉬이 닿을 것이다
<지나치게 소중했던, >
그 밤에 손톱만한 달을 보았다
곧 사라지리라, 생각하고
적이 마음을 놓았다
속절없이 여러 날을 보냈으나
달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눈썹처럼 떨리다가도
머리빗마냥 오똑해졌고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다가도
불쑥 풍선처럼 부풀었다
달이 본디 그 곳에 있었음을 알고서야
달을 찾지 않게 되었다
사랑했던 일을 지우려다
그만두었다
달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달이 미워서 그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