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내부에 있고 내부에 적이 더 무섭다)
오해나 곡해는 프레임 문제와 진영논리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글을 순수하게 읽는다면 아마 그런 곡해는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에 맞추면 왜곡이 일어나게 되지요. 글 쓴 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를 살피는 게 우선아닐까요? 어제 제 글의 요지는 ‘적폐청산을 위해 이재명의 ‘칼’을 생각할만큼, 그렇게 절박한 시민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느냐?’는 것입니다. 문정부의 정책 방향이 다른 곳을 향하고 개혁과 적폐청산이 부진한 가운데 우리사회가 엉망진창인 현실에서 그들을 조금도 이해해 줄 수 없느냐는 것을, 마치 제가 차기주자로 이재명을 지지하는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고, 대놓고 비하하고 위선자 취급까지 하면 이는 인간에 대한 예의에 앞서 ‘조선일보식 행태’와 무엇이 다를까요.
지금의 이해불가한 현실이 이명박그네 정권이라면 여러분은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이런 문정부 실정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국민적 지지가 절대적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의 존재 이유인 적폐청산과 개혁에 왜 올인하지 못하느냐는 것이지요. 시민들이 얼마나 정부의 개혁의지를 믿을 수 없으면 벌써부터 이재명을 들먹이겠습니까. 더 구체적으로 따지면 김진표 의원의 ‘이재명 출당’ 발언으로 세를 규합하려는 교활한 간계에 대해 쓴소리 한 것을 무리하게 오버하고, 다른 쪽으로 심각하게 왜곡하는 현상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같은 진영끼리 험악하게 싸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사회의 고질병으로 극문, 손가혁 등 이런 세정치 보다는 투명한 정책대결이 옳습니다. 정치는 그저 비즈니스적인 것일 뿐, 개인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몇가지 예를 듭니다. 지금 매우 덥습니다. 30도가 넘으면 선풍기의 기능은 별로입니다. 에어콘은 냉각기능이 있어 선풍기와는 비교가 안되지요. 그런 상황에서 지도자라는 분들이 옥탑방 운운하고, 선풍기를 선물하는 것은 블랙코미디 입니다. 효용성이 없는 선풍기를 선물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시민들이 전기세 걱정하지 않고 에어콘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제대로 된 ‘정책’입니다. 이런 일을 정부가 해야 하는 것입니다.
집을 지을 때 우리는 먼저 설계도를 만들고 땅을 다지고 골조를 세우지, 현관문 손잡이를 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순서가 바뀌어 있습니다. 크고 오래된 고질적 병폐보다 미시적인 것을 기획하고 연출하는데 탁월합니다. 거기엔 탁현민이라는 훌륭한 기획자가 있지요. 그 역시 말많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능력은 출중합니다. 더이상 그를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판단은 여러분 몫입니다.
어떤 구단이 투수력에 비해 타력이 약해 성적이 늘 부진합니다. 고민 끝에 타격천재로 알려진 선수와 5년에 1조 7천억(시민들의 촛불을 단순 계산한 비용)으로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이 선수가 처음 한 두 번은 제 값을 하더니 이후 계속 병살타를 날립니다. 어떻게 할까도 여러분 몫입니다.
사람이 미끄러져 강물에 빠졌습니다. 수영을 할 줄 몰라 위험에 처했고, 살려달라고 소리치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보트가 다가왔습니다. 손을 내밀며 잡으라고 소리치는 사람을 보니 평소 미워하던 사람입니다. 이도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손을 잡을지, 죽을지....
더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들이 제게는 위로도 되고 상처도 되지만 배우고 객관화 할 수 있는 공부이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 자체가 진보입니다. 인생이 그렇듯 정치도 다르지 않습니다. 비판과 여러 다른 생각들을 통해 우리는 성장합니다. 그러나 내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보다 공격성을 드러내는 일은 삼가야 옳다고 봅니다. 사람마다 다 같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글을 쓰는 행위는 제게 있어서 마음을 도려내는 일입니다. 제 글이 무겁고 긴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국 때문에 더 그렇고요.
사담이지만 저는 술담배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계기로 스스로 약속했고, 군대에서마저 단 한번도 어겨본 적이 없습니다. 조직생활을 하면서, 특히 남자가 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불이익을 고스란히 감수하면서도 하지 않습니다. 상황논리에 따라 말을 쉬 바꾸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은 제가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물에 빠져 익사 직전에도 그럴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살아 남아야 다음을 기약하고 무엇이든 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심정으로 이재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는 없을까요? 싸움, 특히 같은 진영에서의 다툼은 적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의 ‘교란’입니다. 정치인의 시간은 영구적이지 않고 한시적입니다. 부산에서 서울을 갈려면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면…, 그래도 여러분은 침묵하시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저는 낯 뜨거울 정도로 문비어천가를 많이 썼습니다. 제 자존심상 참 어려운 일임에도 그랬습니다. 정말 좋았으니까요. 그런 제가 그를 비판할 정도로 지금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일일히 나열하지 않겠습니다. 자꾸만 ‘법대로’ 하시는데 절대적으로 옳습니다. 그게 곧 인사권이고 이를 통해 혁신하고 통치하는 게 민주주의 방식의 법치입니다. 그러나 문대통령은 조직을 장악하지 못했고, 지금은 인의 장막에 갇혀있는 듯합니다. 처음과 많이 다릅니다. 인사의 실패로 인한 기득권류의 공직자들에게 갇혀 설득당하고 있는 듯합니다.
정치인들이 위험을 알면서도 왜 가신을 둘까요? 국민과 공약한 정책을 위해 자신의 뜻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따를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문대통령은 하부조직 장악에 실패한 듯 보입니다. 세가 없는, 전문 정치인이 아닌 대통령의 한계이자 인사의 실패지요. 처음부터 자신처럼 남들을 믿은겁니다. 노통처럼. 여우같은 기득권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인데 그들 앞에서 자신을 다 보인겁니다. 그리고 한동안 화기애애 했지요. 이제는 그들이 대통령을 조용하고 신중하게(신중한 위선), 그리고 최대한 나이스하게 압박합니다. 그것의 결과가 ‘이재용 면담’이라는 악재입니다. 이 마저도 진영논리에 따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용단’이 됩니다.
권력은 무섭습니다. 살인마 전두환마저 “대통령직을 내려놓지 않았다면 이미 청와대를 장악한 노태우 측근으로부터 총맞아 죽었을 것”이라는 그의 회고는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게 권력입니다. 이재명 지사는 선출직 공직자로 4년간 도정을 이끌면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면 그에게 공천을 준 민주당 지도부가 먼저지요. 경기도민들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공직자에게 이제 와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내부 총질은 어떤 형태로든 옳지 않습니다.
정리하고 맺습니다. 적폐청산과 재벌개혁을 위해 시민들이 이재명의 ‘칼’을 생각할만큼, 그렇게 절박한 시민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느냐는 것이 제가 여러분께 바라는 것입니다. 이는 문정부의 부진한 적폐청산으로부터 기인한 현 정국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저는 이런 문정부의 실정을 ‘비판’해 ‘바르게 가자’는 것이지 누구를 옹호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위해 같은 진영끼리 싸움은 옳지 않다는 것이 제 글의 요지입니다. 뜨겁게 함께해도 쉽은 않은 길이 적폐청산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