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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력
1022년 7월 5일
AM 07:44
(전편으로부터 1분 후)
당신은 거의 몇 시간 동안 몸을 움직이지 못해 온몸이 뻐근합니다
그리고 왠지 모를 작은 공간에 오래 있다 보니
공포감이 슬그머니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방 끝쪽의 작은 꽃병만이 이런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의
조그마한 빛줄기처럼 어둠을 밝혀 위로해주네요
좋아요.
스트레칭은 아주 좋은 생각이였던 거 같아요
잠깐 몸을 늘리니 뼈 마디마디가 시원해지는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니 저 어스포니였나요?
옷이 어스포니옷 이긴 하지만
옷 내부의 작은 공간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한 쌍의 무언가가 움직입니다
분명 날개겠네요
좋아요.
당신은 페가수스입니다
저건 포도가 아니라고요
먹을 수 있는 거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니 이상한 냄새도 나네요
아니….
먹을 수 있다는 건 정정하겠습니다
저건 못 먹어요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입에 대는 건 하지 말아야겠네요
그리고 박스도 건드리기 싫습니다
지금까지 박스를 건드려서 좋은 일이 일어난 적은 없으니까요
그전에…. 저는 이 방에 갇힌 게 아니에요?
저 방문이 잠겨있지 않는 이상 저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고요
생각해보니 당신은 저 문 잠겨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생각도 잠시 당신을 구해준 포니가 이 방문을 잠가 버릴 리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애초에 구해주지도 않았을 거라고요
일단 방 밖으로 나가야겠습니다
이 방을 나가서
도대체 이 열차는 어디로 향하는 것인지
언제 도착하는지
난 왜 이곳에 탔는지
납치범 포니는 날 왜 납치한 것인지
그리고 날 구해준 그 포니가 누구인지
궁굼한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배고프네요
생각해보니 이 옷 전에는 입지 않았던 거 같은데
그럼…. 서…. 설마 벗고있었…나……?
그것도…………. 숫포니 앞에서?
트와일라잇 력
1022년 7월 5일
AM 07:52
(조금 전으로부터 8분 후)
좋아요!
이제 나가봅시다
…잠시만요 제가 무슨 짓을 한 거죠
또 주변의 물건을 부셔버린 건가요
겨우 한… 아니 두 숫포니에게 알몸을 보였단 이유로
남의 방을 완전히 초토화시켜버렸네요
또…. 애꿎은 박스 하나가 세상을 떠났네요
그 포니가 구해주다가 본 거고 의도적이지도 않았을 거니
사실상 고마워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납치범 빼고
그리고 구해준 그 포니가 숫포니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
하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조차도 모르겠네요
오른쪽 뒷다리는 아파져 오기 시작합니다
제 주변의 빨간 거요?
……이번엔 피가 맞을걸요….
어차피 위급한 상황이었고 기절해 있었으니
긍정적이게 생각하고 빨리 잊어버리자구요
하….
좋습니다.
이제 주머니를 좀 뒤져봐야겠네요
주머니에 무언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오! 예상대로 쪽지가 있었네요!
저 "읽어" 라는 짧은 단어는 저에게
"이것은 쪽지니까 읽어라." 라는 정보를 주기엔 충분합니다
이걸 열어보면 당장 누가 절 구해줬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가독성을 위해 긴글이 나오면 글꼴을 바꿈)
8개월…?
8개월 동안이나 자고 있었다고요?
죽은 줄 알았다니
납치된 게 아니었나요?
그럼 왜 묶여있던 거죠?
그리고 211량이라니 거긴 어딘가요?
도대체 기억을 잃기 전의 나는 무엇을 한 거죠?
아무리 기억을 가다듬어봐도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헉! 그거 괜찮은 방법 같네요!
…………
아뇨 그거 가만 생각해보니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에요
오히려 왼쪽 눈에 힘을 줘서 어지러운 느낌만 듭니다
단순히 실명한 눈일 뿐이라고요
그냥…. 악몽 아닐까요
떠올리기 싫은 악몽이네요
꿈 얘기는 더는 하고 싶지 않네요
내가 기억을 잃기 전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진 잘 모르겠지만
생각만 해도….
당신은 잠시 생각을 끊었다가 이내 재개합니다
일단…
날 구해준 포니를 찾아 211량이라는 곳으로 찾아가 봐야겠네요
211량은 열차를 세는 단위 아닌가요?
그렇다면 열차 211번째 칸….
211번째 칸…?
얼마나 긴 기차인 거죠?
일단 쪽지를 다시 한 번 봐봐야겠습니다
…어우 이런
만난다면 사과부터 해야 하겠는 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