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어릴때부터 가난해서 내가 스물 한 살이 된 지금도 집이 없다.
가난한 환경에서 가난함으로 인해 갈등을 겪으면서 자라온 나는 마음마저 가난한 어른아이가 되어있었다.
부모님은 모두 살아계시고 같이 사는데 아빠가 돈을 벌어오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다.
그런 주제에 할머니도 모시고 살아야 하고 노총각 삼촌도 데리고 살아야 한단다.
월수입은 엄마가 벌어오는 100만원 남짓한 돈이 전부이다.
요즘은 몸이 아프다며 집에서 하루종일 티비만 보거나 토토질을 하는데 몸이 안 아플때랑 다를게 없으니 핑계같기만 하다.
고등학교 입학할 시절에는 교복 살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 갈 뻔 했다.
예전에는 내가 장학금을 타 오면 당연하다는 듯이 뺏겨서 그대로 생활비로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어디서 큰 돈이 들어와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솔직히 아빠는 아빠 노릇을 별로 안 한 것 같다. 오직 이래라 저래라 쉽게 말만 할 뿐 실제로 도움을 준 적은 없었다.
어릴 때 동생이 집앞 놀이터에서 장난을 치다 높은 곳에 옷이 걸려서 매달려 떨어지지도 올라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아무도 도와 줄 어른이 없어서 집에서 낮잠자고있는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뛰어갔지만 내가 뭐라 하던지 들은 척도 안하고 잠만 잘 뿐이었다.
요즘 말하는 금수저 똥수저 얘기에서 똥수저는 나를 칭하는 말 같았다.
나는 똥수저인 주제에 꿈도 없고 게흘러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등록금 한푼 주지도 못하면서 4년제 대학을 강요했다.
그래도 공부를 중간 이상은 하던 나는 타지방 국립대를 갔는데 기숙사 생활을 해야되는데 기숙사비를 낼 돈이 없어서 생활비 대출을 받았다.
다행히 우리집이 가난해서 국가장학금을 전액 지원받았는데 생활비 대출 150만원에서 기숙사비를 뺀 돈이 내 한 학기 용돈이었다.
그런데 내가 입학한지 일주일도 안 되어서 아빠한테 돈을 빌려달라는 전화가 왔다.
수업시간에도 왔었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안부 한 마디 없이 돈얘기가 나왔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그때 나에겐 충분히 큰 돈이었고 아빠는 그 돈으로 컴퓨터를 사 주겠다 했지만 결국 컴퓨터는 없었고 그 돈에대해 언급하면 기억이 안 난다 혹은 다 갚았다고만 한다.
그 후로 알바비와 다시 받은 생활비 대출 등 몇번 뜯기고 나니 아빠는 신용을 잃었다.
아무리 돈 없어보이는 애들도 부모님께 한달 용돈 30만원씩은 받는데 난 오히려 뺏겼다.
ㄷ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때부터 뺏겨왔던 것 같다.
초등학교때 5년모은 적금은 컴퓨터를 사는 데 썼는데 보통 그런거 그나이땐 부모님이 사주지 않나?
중학교땐 적금 말고 그냥 통장을 만들어서 사고싶은 것 안 사고 모아둔 돈이 있었는데 엄마가 써버리고 후에 통보를 했다. 그 이야기만 하면 엄마는 내가 나 좋자고 썼냐? 너네 먹여살리려고 썼지 라고 하고 결국 싸우게 된다. 난 그 후에 돈이 없어지기 전에 다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도 완전히 믿지 못하게 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자란 나는 성격이 매우 까칠하고 이기적이며 남들보다 어렸고 그래서 친구가 별로 없었다. 따돌림도 여러번 당해봤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건 가식일 뿐 마음은 여전히 가난했고 열등감에 찌들어 있다.
엄마랑 행복하고싶다.
아직도 난 꿈도 없고 모든게 귀찮다.
내일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