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친구와 논쟁이 붙었습니다.
저나 그 친구나 시를 좋아하고 평소에도 자주 쓰기에,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주고 받았는데, 그 친구가 현대 시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현대시는 죄다 시의 본질을 잊은 쓰레기다' (과격한 표현이지만 그 친구가 직접 이렇게 말했습니다) 라고 말하며 시의 본질은 진정성이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시들은 그 가치가 떨어진다고 합니다.
신동엽, 김수영 같은 시인들의 시들이 가장 시답고, 시가 지향해야 할 가치들을 확실히 담고 있으며, 그 시인들이 지금 현대의 시들을 본다면 답답해 할 것이라 하며 그런 주장을 하더라구요.
저도 물론 신동엽, 김수영 같은 시인들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그러한 시들만이 진정한 시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현대 시의 대표주자들이라고 불리우는 시인들 (황병승 시인, 조연호 시인 등) 의 시를 보여주니 당최 뭔 소린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현대시가 예전의 시들보다 더 복잡하고 철학적인 가치를 담고 있어서 그 표현 방식이 다소 난해해 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을 해도, 애초에 현대 시가 다루는 메시지가 더 복잡하다는 것에 동의를 못 하더군요.
시의 본질은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하는 것에 있는데, 왜 현대 시인들은 그 메시지를 더 난해하게 만들고 포장하려 드는 지 도통 모르겠다고...
그러면서 현대 시는 생각나는대로 아무 소리나 써 놔도 (실제로 현대 시에서 자동 기술법이 쓰이는 경우도 있다죠) 비평가들이 알아서 그럴싸하게 해석해 주는 현실도 비난하며 창작과 비평은 공생 관계라는 제 말도 동의를 못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봐도 비평은 창작과 같은 위치가 될 수 없다면서요.
현대시의 스타일이나 문체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개인적으로 현대 시가, 과거에는 다루는 주제라던지 사상이 단순하고 평면적이었지만 (조선 시대만 보더라도 기껏해야 네 다섯 개의 주제로 거의 모든 시조들이 설명이 되었던 것처럼요) 현대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기에 시 또한 그러한 사상이나 감정들을 담아내야 했고, 그러한 추상적이고 복잡한 것들을 설명하다보니 시가 난해해지는 현상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듣고 싶습니다. 현대 시가 과연 시의 본질을 잊어가는, 가치가 덜한 것일까요? 비평은 창작과 같은 위치에 놓일 수는 없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