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년 사교육 종사자입니다 .
현재 수학학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죠 .
저는 요즘 제 일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들어 이 일을 그만 두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교육은 모두 사라져야 합니다 .
모든 것이 공교육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
( 제 동지들께서 던지는 돌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 ^^)
저는 다른 일 해 먹고 살면 됩니다 .
그렇다고 현재 사교육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다 나쁘고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
사교육 종사자들요 , 살아남기 위해 정말 악착같이 노력합니다 .
제 이야기는 앞으로 점차적으로 사교육 시장이 스스로 도태되어 가도록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
사교육 시장은 필요에 의해 형성된 시장입니다 .
누구 말씀처럼 ‘ 사회악 ’ 이 아니라요 .
모든 시장원리가 그렇듯 필요 없어지면 도태되는 것입니다 .
공교육에서 사교육을 ‘ 못하게 ’ 하려고만 하지 말고 ‘ 안 해도 되게 ’ 만들면 됩니다 .
한 때는 제가 하는 일이 보람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
어떻게든 아이들 공부를 하게 만들어서 시험 점수를 올리는 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이며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했고
아이들이 성적이 오르면 제 잘난 맛에 우쭐해하기도 했습니다 .
우리가 아니면 누가 아이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랴 ~~~~~~ 공교육에서 ? 어림없다 . ^^
그런데 말입니다 ...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아이들 교육으로 부모들의 허리가 휘고 가정 경제가 흔들리고 , 해마다 어린 아이들은 유학이라는 명목으로 외국으로 나가고 , 자식의 대학 진학이 부모의 인생 성공의 척도가 된 우리나라가요 과연 국가 경쟁력은 얼마나 좋아졌느냐 하는 것입니다 .
좋은 대학 나오셨다는 정치인들과 고위 관료들 , 재벌들의 요즘 행태를 보면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우연히 종편채널을 잠깐 보았습니다 .
알만한 사람들이 나와서 ‘ 농약급식 ’ 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광우병보다 무서운 농약으로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 ... 고 거품을 물고 있었습니다 .
그들은 알고도 그러는 것일까요 ? 정말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것일까요 ?
우리의 교육은 대체 무엇을 교육시킨 것일까요 ?
국어보다 영어를 중요시 한 결과일까요 ?
왜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리더가 되도록 방치했던 것 일까요 ?
부모로서 아이에게 미안해 할 일은 돈이 없어서 비싼 학원 , 더 비싼 과외를 못 시켜준 것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이 리더가 된 세상을 물려주는 것입니다 .
학교를 마치고 가방을 멘 채로 학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눈동자는 하나같이 흐리멍텅합니다 .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 못하는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 .
눈이 빛나는 아이는 한 명도 없습니다 .
단 ..... 한 . 명 . 도 . 요 .
( 저희 학원이 서울에서 교육열 쎄다는 동네에 있습니다 .)
본인의 아이는 안 그렇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계시면 오늘 아이의 눈을 주의 깊게 보시기 바랍니다 .
호기심과 생동감으로 눈빛이 빛나야 할 나이 아닙니까 ?
정말 공부가 좋아서 미치고 환장하던 ( 죄송 ^^) 아이들조차도 시간이 지나면 같은 눈빛이 되고 , 견디기 힘들어 합니다 .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기가 점점 힘들어 집니다 . ㅠ ㅠ
가금 다른 학원장들과 만나면 나오는 이야기가 너무 똑같습니다 .
아이들이 너무 무기력하다는 것입니다 .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
모든 아이들을 한 자기 기준으로 줄 세우고 평가해 버리는데 , 아이들이 인생이 즐거울까요 ?
지식의 시작은 호기심입니다 .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호기심이 생기기 전에 머릿속에 지식을 넣어 버리므로 호기심을 가질 시간이 없었습니다 .
그래서 수업을 할 때 , 문제를 푸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 는 것을 보여주려고 ,A 방식을 먼저 가르쳐주고 B 방식을
가르쳐 주려고 하면 이미 들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
A 로 풀어서 정답 나왔는데 왜 B 를 알아야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
그저 빨리 푸는 방법만 가르쳐 달라고 합니다 .
기본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
반복하고 암기해서 시험만 잘 보면 됩니다 .
운동을 잘하는 것 , 노래를 잘하는 것 ,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재능 이듯이 공부도 재능입니다 .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합니다 .
그런데 어른들은 ‘ 공부를 못하는 것은 무조건 열심히 하지 않아서 ...’ 라고 단정 짓습니다 .
우리가 하루에 20 시간 씩 스케이트를 탄다고 김연아가 될까요 ?
허벅지를 키우기만 하면 다 이상화가 될 수 있을까요 ?
잘하는 것 ,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됩니다 .
모든 아이들이 다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안산 분향소에 갔을 때 , 노란 쪽지에 ‘ 시험도 경쟁도 없는 곳에서 ...’ 라고 쓰고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마무리를 못했습니다 .
뭔가 굉장히 잘 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 스프링 벅 ’ 이라는 동물 아세요 ?
아프리카에 사는 영양의 한 종류인데 아주 순한 초식동물이라고 합니다 .
평소에는 무리지어 평화롭게 풀을 뜯어 먹는 것이 일상이고 행복인 동물입니다 .
그러다가 무리의 앞에서 누군가가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모두 영문도 모르고 같이 달리기 시작하여 속력을 줄이지 못하고 벼랑에 집단으로 떨어지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
우리의 모습이 어쩌면 스프링 벅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우리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만 달리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세월호의 아이들처럼 경쟁이라는 바다 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일지도 모릅니다 .
아무 잘못 없이 엄마 아빠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간 단원고의 아이처럼 공부를 못해서 부모님께 미안하다고 합니다 .
공부 때문이 아니면 혼낼 일도 별로 없는 우리의 예쁜 아이들이 말입니다 .
명문고에 들어가야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으니 특목고 , 자사고 와 같은 명문고 입학을 위해 초등학생들 까지 경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
명문고가 있어도 없어도 해마다 명문대 입학생 수는 똑같습니다 .
겨울만 되면 학교 교문 앞에 걸리는 대학 합격자 수 .... 영업실적 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
전에 다큐를 본 적이 있습니다 .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소식에 재학생 학부모들이 몰려가서 관공서를 점거하고 ... 결국 철회되었지요 .
해당 고등학교의 교장들이 나와서 어머님들의 힘을 보여줘서 우리가 이겼노라 ...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
정작 아이들의 뜻은 무엇이었을까요 ? 한 사람이라도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니 ? 물어 봤을까요 ?
근처 자사고의 설명회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
아침 7 시 등교 , 밤 11 시 귀가 .... 살인적인 스케쥴에 마음은 언제 자라고 정신은 언제 크는 거지 ? 라고 생각한 것은
저 한 사람만이 아닐 것입니다 .
아이들은 ‘ 빈둥거릴 때 ’ 자라는 것 아닙니까 ?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명문고에서는 리더십 교육을 이야기 합니다 .
리더십은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직 , 간접 적으로 겪는 많은 경험에 의해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만 모아놓고 , 상류층 아이들만 모아놓고 진정한 리더십 교육이 될까요 ?
리더십을 책으로 가르칠 수 있을까요 ?
잘못 된 리더십 교육이 지금의 우리 사회 리더들을 만들었습니다 .
하나 같이 ‘ 공부는 잘한 ’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
아이가 진정한 리더가 되길 원하는 분들은 한 번 깊이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 .
제 아이 이야기를 해 볼께요 .
올해 고 3 입니다 . 공부 못합니다 .
중 1 때 까지 학원 다니던 것이 마지막 ... 공부를 하기 싫어해서 그만 두었습니다 .
자기 길인가 싶어서 몇 년 동안 게임을 열심히 했지만 그것도 그만 두었습니다 .
1 년 전 쯤 갑자기 공부를 하겠답니다 .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겼는데 그 공부가 대학에 가서 할 수 있는 공부라서 대학에를 가야겠답니다 .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
공부를 시작하면서 기초가 없으니 받아주는 학원도 없고 혼자서 미친 듯이 파고 좌절하고 울고 , 다시 시작하고 , 뭐가 문제인지 혼자서 끙끙거리다 방법을 찾고 , 인강도 듣다가 학교 방과 후 수업도 듣다가 , 안되겠다 싶었는지 저에게 도움을 요청 , 이과라서 별 수 없이 수학 한 과목은 개인 과외 선생님을 구해 주었습니다 .
요즘 재미있다고 합니다 . 19 년 만에 처음으로 코피 터진 걸 보았습니다 . 괜찮다면서 휴지 뭉치로 막고 도서관에 갑니다 .
그래도 행복하답니다 . 아이구 ... 이놈아 진작 좀 하지 .... 엄마의 심정입니다 .
그러면서 열정이라는 게 무섭구나 싶습니다 . 저 아이는 지금 진짜 공부를 하고 있구나 ... 합니다 .
그래봤자 현실적으로 남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은 못 갑니다 .
최대 서울 중위권 대학 노리고 있습니다 .
리더가 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공부를 스스로하기 시작하면서 겪었던 희노애락의 경험들은 이 아이가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
우리를 발전시키는 것은 ‘ 경쟁 ’ 이 아니라 ‘ 열정 ’ 인 것 같다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
‘ 열정 ’ 이 생기기 전에 ‘ 경쟁 ’ 을 먼저 하게 만든 것이 누구의 책임일까요 ?
‘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 입니까 ?’ 라는 질문은 이 모든 것이 자식욕심이 과한 부모들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이 공부를 잘 하는 것은 부모에게는 너무나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
어찌 이것이 ‘ 부모 ’ 들 만의 책임이겠습니까 ?
그러나 ‘ 부모 ’ 들이 바꿀 수는 있습니다 .
제도를 바꾸고 사회적 가치관을 바꾸고 아이들을 경쟁의 바다에서 건져서 책임의식과 판단력이 있는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 그 중에 또 제대로 된 리더를 만드는 것은 ‘ 부모 ’ 가 할 수 있습니다 .
세월호 뉴스를 보면서 울고 있는 제게 아이가 물어 봅니다 .
“ 엄마는 저 아이들을 위해 이제 뭘 해주고 싶어 ?” 저는 “ 정치에 눈을 크게 뜨겠다 ” 고 대답했습니다 .
“ 저 사건과 정치가 무슨 상관인데 ?” “ 정치는 우리의 생활이야 . 우리가 정치에 눈을 감으면 당장 우리 생활이 이렇게 되어 버리는 거야 .”
바꾸기 위해서 ...... 우선 교육감부터 제대로 뽑읍시다 .
진보 보수를 떠나 우리 아이들만 생각하고 뽑읍시다 .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우리 같은 인생 ( 자식 교육 때문에 허리가 휘고 아이의 성적 때문에 울고 웃는 ) 을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시면 깊이 생각해서 뽑자구요 .
히히 ... 결국 이거 이야기 하려고 이렇게 길게 주절거렸네요 .
저는 매일 아이들을 봅니다 .
우리 아이들이 광고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매일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이것은 순전히 저 한 사람의 생각입니다 .
사교육으로 먹고사는 제가 회개하는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물론 존중합니다 .
다시 읽어 보면 올릴 용기 안날 것 같아 수정 없이 그냥 막 , 그냥 , 막 써서 올립니다 .
소심해서 .... 댓글은 안 봅니다 . 죄송 ^^
---------------------------------------------------------------
뭔가 공감된다
하루에 20시간 앉아서 공부해라는 누구말과는 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