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조금 전 택시에서의 일화... (노회찬 의원의 명복을 빕니다)
게시물ID : sisa_10867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람의빛깔
추천 : 140
조회수 : 590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8/07/23 20:57:16
조금 전 일행과 택시를 탔는데 
기사 분이 라디오 시사채널을 듣는 중이었나봅니다.

저희가 타기 전까지 그 프로에서 노회찬 의원 소식을 다루었는지  기사분은 룸미러로 뒤쪽을 스윽 보더니 한껏 목소리를 높이며
 “돈이 뭔지 모르겠다”며 말을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일행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으니 
살짝 더 격앙되어서, 

“그깟 돈 사천이 뭐라고 죽냐”면서
 “사천이 돈이냐”고 말을 잇습니다. 

 저희 일행이 계속 묵묵히 무표정하게 있자  
기사분은 동조를 구하는 눈빛과 어조로 계속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러게 평소에 바른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자기가 그런 말 해놓은 것 때문에 죽었느니 
너무 혼자만 바른 척 깨끗한 척 하면 안되느니 
다른 사람 비난하면 안되느니 
본인은 그런 일 안 할 줄 알았냐느니  

듣기 거북한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겁니다.  

제게는 그 말들이 너무나 거슬렸습니다. 


그간 노의원이 비판해온 대상들을 옹호하는 뉘앙스이기도하고 
너는 다를 줄 알았냐 하는 조소가 섞인 것 같기도 하여 

순간 울컥하고 화가 치밀었습니다.

사실 저는 평소에 택시 기사님들과 
제법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주변머리는 있는 편이지만
더이상 
그의 죽음을 욕보이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확 가라앉은 낮은 목소리로

 “저, 그 얘기는 듣고 싶지 않은데요?” 하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그제야 기사분은 좀 뻘쭘 했는지

 “아, 나는 그냥 라디오에서 얘기하길래.....” 
하며 어물어물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러자 제 일행이 
“저희도 지금 라디오 듣고 있고요, 더이상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네요. 그냥 조용히 가주시면 안될까요?” 

 하고 말해서 일단락 되었습니다.


택시에서 내린 뒤로 계속 기분이 상해있던 터에..

 저는 제가 화난 이유가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기분이 상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한 인간이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하여 
그가 해왔던 올바른 행적들이 
싸그리 평가절하되는 것, 

부정을 비판하던 사람이 
옳지 못한 일을 행했다하여 
생전에 그가 비판했던 사람들의 행태를 옹호하는 것,

 
큰 부정을 저지른 사람은 저리도 얼굴 두껍게 잘 먹고 잘 사는데,
작은 부정을 행한 이는 
그 죄책감과 수치심을 차마 견디지 못하고 
제 목숨을 던져 잘못을 참회하려 하는 이 상황에서
그의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것.  

이러한 것들 때문에 화가 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그 택시 운전사만의 잘못이
아닌데
제가 엄한데 화풀이 한 것 같기도 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마치,
김수영의 시,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에게 분개한듯한 기분..  


그간 노회찬 의원님, 
당신의 언어로인해 
통쾌했고 위로받았고 즐거웠던 그 순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잠드소서.
출처 오늘 오후 7시경 지방의 한 택시에서..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