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으니까 음슴체
재작년쯤 된 일임.
평일 오후, 평화롭지 않게 일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자 하나가 왔음.
내 명의로 된 핸드폰이 개통 됐다는 거임.
(옛날에 내 명의로 뭔가 개통하면 알려준다고 해서 가입했던 사이트에서 문자왔던 것으로 기억함.)
새로 생긴 보이스피싱인가 싶었음. 근데 느낌이 찝찝해서 확인해보니 누가 내 명의로 된 롯* 카드를 인터넷으로 발급받아 핸드폰 인증을 해서 개통 받았다는 거임
와 이거 뭔가 일이 크게 벌어졌다 생각이 들었음.
바로 롯* 카드사로 전화를 했지만 본인 확인이 안된다는 개소리만 반복했음.
직접 카드사를 찾아와야 한다고 해서 회사에는 사정을 말하고 일찍 퇴근해서 가까이 있는 롯* 카드사에 찾아갔음.
카드사 직원과 사건 전말을 얘기하고 보고서 같은 걸 작성하고 나는 집에 왔음.
계속 연락이 안와서 내가 먼저 연락하니 담당자에게 전달이 안됐다고 함.
일 개판으로 하는구나. 오냐 내가 인간 진돗개로 변신해주마 싶어서 짖기 시작했음.
그러자 그날 바로 담당자에게 전화가 옴.
담당자는 롯* 카드사 직원이 아닌 외주를 준 인터넷 카드 발급처였음.
본인은 모른다, 우리는 아무 잘못 없다 라고만 반복함.
본인 확인도 안하고 카드를 발급하는 이런 망나니 같은 일처리에 내가 화가 안날 수 있냐며 노발대발함.
알고보니 4년 전 가량 잃어버린 내 운전면허증을 이용해서 카드 발급받은 것 같음.
그래도 계속 발뺌해서 오냐, 그래, 그럼 내식대로 하겠다 하고
사이버 수사대와 금융감독원에 글을 올렸음.
*이 중에 발암은 경찰서에 소환돼서 조서 쓰는데 형사분이 굉장히 귀찮아 하면서 피해금액도 없고, 이런건 못잡아요. 라고만 하고 끝났다는 것.
며칠 뒤 롯* 카드에서 전화옴. 만나자고 함.
일단 만났음.
나에게 10만원을 내밀면서 금감원에 글을 내려줄 수 없냐고 함.
그래서 내가
" 저는 이제 제 개인정보로 언제 사기 당할 지 몰라 제 카드사에 개인정보유출 막아주는 서비스 신청을 해서 평생 사용해야 됩니다. 한달에 얼마나 나가는 지 아세요? 근데 무슨 10만원이에요. 제가 평생 그 서비스 사용할 정도의 금액은 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 이 사건 덕분에 난생 처음 경찰서도 가보고 금감원에 신고도 하고 개인시간 뺏겨가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네요. "
그 직원은 세상 다 꺼질듯 한 한숨을 쉬더니
이 돈도 자기 월급에서 까서 주는 거다.. 봐줄 수 없겠냐 라고 함.
나더러 금전적인 피해 없었으니 이 정도로 마무리 하자고 함 ㅋㅋㅋ
됐고, 내 마음을 바꿀만한 얘기을 갖고 오라고 하고 돌려보냄.
애초에 돈 받을 생각도 없었지만 정말 성의가 없었고 금전적 피해 없음을 강조해서 열받았음.
그리고 한달 정도 뒤 금융감독원에서 전화가 왔음.
이 전에는 계좌번호와 신분증, 핸드폰 번호만 있으면 카드 발급이 가능했으나(다른 사람 명의 핸드폰 번호로 인증해도 발급이 가능했음)
내가 민원을 제기한 이후 실제 사용하는 본인 명의로 된 핸드폰으로만 인증이 가능하도록 변경됨.
금감원 측에서 롯* 카드사에 카드발급절차 개선을 위한 시스템 개발을 시킨것임.
이걸로 사기 당하는 사람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었으려나 모르겠지만.
10만원 보다 더 중요한 일을 했다고 생각함.
끝임.
주작이라고 하는 사람 있을까봐 증거를 보여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