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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생사가 오가는 상황을 사진으로 찍는 분들, 멘붕입니다.
게시물ID : menbung_234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SY
추천 : 4
조회수 : 4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9/08 00: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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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오늘 정말로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멘붕인 상황을 눈 앞에서 목격하여 글 씁니다. 조금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평범한 20대 초반 대학생입니다. 개강을 맞이하여 동기들, 후배들과 함께 여의나루에서 간단한 모임을 가졌습니다.
 
잔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중 (8시에서 9시 사이였을 겁니다.) 건너편에 보이는 마포대교 아래에서 보트들이 다리 아래로 불빛을 비추며 주변을 탐색하는 듯한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처음에 그 상황을 보았을 때는 사실 큰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후 마포대교 위로 소방차와 구급차가 도착했습니다.
 
그 때 직감했어요. 아, 다리 아래로 누군가 떨어졌구나.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이 즐겁게 수다를 떠는 동안에 누군가는 고통스러워하며 다리 아래로 떨어졌을 것을 생각하니 괜시리 마음이 좋지 못하고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러던 중 저희가 앉아있던 곳 근처로 구급차 한대가 들어왔습니다. 수색을 한 지 약 20분 정도가 지났을 때로 기억합니다.
 
이후 마포대교 아래를 탐색하던 보트 중 하나가 구급차 쪽으로 빠르게 이동해왔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급하게 먹던 것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비켜났습니다. 오늘 날씨가 좋았던 탓인지 여의나루 근처에는 유난히 사람이 많았고, 구급차와 보트를 보며 사람들이 점점 모이기 시작하더군요.
 
이윽고 보트가 세워지고 구급대원들이 들 것을 준비하여 보트 근처로 다가갔습니다. 아무래도 투신하신 분을 찾으신 모양이었습니다.
 
문제는 그 때부터였어요. 주변에 모여들던 사람들이 그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 모두 굉장히 놀랐습니다. 사람이 다리 아래로 떨어져 급하게 실려 왔는데 그 상황에서 카메라를 켜고 사진을 찰칵찰칵 찍어대다니 말 그대로 멘붕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손이 떨릴 정도였습니다.
 
제 근처에 있던 커플 중 여성분이 카메라로 티나게 사진을 촬영하시기에 저를 비롯하여 그 근처에 계시던 분들께서 사진을 찍지 말아라, 이런 사고를 사진을 찍어서 뭣하려고 그러느냐 하시며 그 분을 말렸습니다.
 
그런데도 그 여성분은 저희쪽을 한 번 쳐다보더니 아랑곳 않고 더 가까이 구급차 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으시더군요.
 
도대체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남겨 좋을 것이 무엇이길래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그 위태로운 순간을 사진에 담습니까?
 
즐거운 추억이라서 남겨 놓고 싶은 것도 아닐텐데 참...문제는 한 두 분이 사진을 찍으신게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얼마전 지하철에서 사고로 남성분이 사망하신 사고가 났을 때도 그 당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더라는 글이 한참 떠돌던 것을 저 역시 보았습니다.
 
그 글을 보고 설마, 싶었습니다. 설마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떤 사람이 사진을 찍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사진을 찍더라구요. 구조되신 분께서 구조대원분들의 손에서 구급차로 옮겨지던 그 순간에도 사람들은 연신 셔터를 누르더군요.
 
심지어 구조대신 분, 얼굴 조차 가려져있지 않았습니다.
 
구급차가 떠날때까지 참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구급차가 떠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휴대폰을 집어 넣는 사람들을 보며 멘붕을 넘어 소름이 돋았습니다.
 
생사를 오가는 사고 현장이었습니다. 도대체 그 상황을 사진으로 남겨 어디에 쓰시려고들 그러셨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SNS에 올려 좋아요 받으시려구요? 단톡방에 올려 가십거리로 잠깐 떠드시게요?
 
실제로 사고 현장을, 그것도 구조되신 분이 들것으로 옮겨지시는 것을 사진으로 마구 찍으시는 분들을 보며 화도 났습니다.
 
 
제발, 사진 찍을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상식적으로 구분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잘 구분해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속상합니다. 점점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서요.
 
구조되신 분의 생사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구조대원 분들께서 심폐소생술을 하시며 구급차로 옮기시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뿐입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비인간적인 행태가 만연하게 된 것일까요. 멘붕입니다. 정말로.
출처 제가 오늘 직접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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