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4년 겨울
닥치는대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한 내 손에는
생활비를 제외한 약20만원의 돈이 있었다
중고 4690 하나로 돈이 다 빠져나가는 현실을
차마 견딜 수 없던 나는
또 닥치는대로 단기알바를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전공시험 전날에도 상차일을 하루 나갔다
그렇게 돈을 모으고
몸이 힘들어 술한잔하는
악순환의 반복 끝에 돈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다
12월의 방학
모든 견적은 여름부터 수십차례 수정 했으니
이제는 부품이름만 대도 스펙이 절로 나오는
컴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해
더 이상 돈만 모으고 있을 수 없었다
문제는 내가 내 형편에 맞지않는 하이엔드를 꿈꿨던 것이다
그렇게 조립의 열망을 도저히 참지 못한 나는
부품을 따로 모으는 만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먼저 산녀석은 파워였다
Xfx ts 550 미개봉을 새제품에서 2만원이나
깎아서 살수있었기에 참지못하고 지르게 되었고
나는 한동안 파워쇼트검사를 하며
방구석에서 헤헤거리고 있었다
중고, 그것도 쿨매에 가까운 매물만
손가락빨면서 기다리기를 몇일
그 다음 구매한 녀석은 램과 하드였다
혹시 정전기가 일어날까
기숙사 식당에서 호일을 구해 꽁꽁 싸매고
또 다른 부품을 위해 잠복근무를 하였다
그렇게 검은동네의 파워주민이되어가며
천천히 부품을 사모은 나는
드디어 cpu와 그래픽카드만
남겨놓고 모든 부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허나 cpu는 항상 다안써도 오버클럭
이라는 망상에 빠져있던 나는
멍청하게도 남은잔고를 생각지도 않은 채
z87보드를 구매했고
설상가상으로 때마침 떨어진 쌀과 반찬으로 인해
내통장은 점점 가벼워지는 상황이였다
결국 20만원인 전재산을 털어 치킨과 i5 4690
두가지를 구매하고
물건이 도착한 날 바로 조립에 들어갔다
일을하고 졸린상태에서 조립을 하다가
파워가 잠시 나가는 상황도 있었지만
끝끝내 나는 조립에 성공했다.
그렇게 생각지도 않던 내장그래픽과의 동거가
시작되었고 우리는 한동안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듯
했지만. . 미련한 나는 부품을 사모을 당시
Gta5 위쳐3 등등의 하이엔드 게임을 스팀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상태였고
그 때 마침 들려온 엔당의 아캄나이트 쿠폰소식은
또다른 글카 지름을 하게 만들었다
생각하면 그래픽카드를 사려고
한달 진짜 안죽을만큼 먹고
안죽을만큼 잔거같다
꿈꾸던 그래픽은 퓨리x였으나
내현실은 gt740이였던 까닦에
나는 농사일부터 시작해 별의별 단기알바를
했지만 단기 알바의 수요가 많지는 않았고. .
쌓이는 돈에 비례해 빠져 나가는 방세와
필수품들의 오른 물가는 날 점점 마르게 만들었다
거기다 도저히 나가지 않을 수 없던 각종 약속들은
날 꿈에서 점점 깨게 만들었고
결국 난 280x와 ssd로 최종 지름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2주 반 뒤
휴학을 결심한 나는 독서실을 다니게 되었는데
어쩔수 없이 인강을 들어야했다
독서실이 저렴한탓에 그 흔한 컴퓨터 하나 없었고
집에서 인강 몰아듣기를 시도했던 나는
패잔병이되어 태블릿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문제는 돈이였다
그래 휴학했으니 게임을 줄이자. .
안녕 280x, 위쳐3도 엔딩 못봤는데 벌써 이별이구나
그렇게 태블릿을 사고
그리고 동생한테 뺏겨 엉엉 울던 즈음에
나의 실수로 아끼던 기타를 떨어뜨려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되었다. .
또 문제는 돈이였다
이쯤 되니 컴퓨터가 가족같이보이긴 무슨
비자금처럼 보이더라
4690을 때서 ssd와 함께 팔았다
맥주한캔을 사고 남은돈에 택배 이틀 일당을 더해
중고기타를 구매했다
기타를 사고나서도 악세서리가 계속 필요했다
그래서 하드2개 중 하나를 떼서 팔아
스탠드와 클리너를 샀고
램을떼서 팔아 점검비에 쓰고 예비줄을 샀다
이쯤되면 컴퓨터가 은혜갚은 까치인지
동화속 루비눈을 떼주던 행복한 왕자인지
헷갈리는 수준이였다
이별의 순간은 힘들었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더라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적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지금 내 컴퓨터는 곳곳이 텅 비어있다
시피유 글카 램 하드한쪽이 없다
내 마음 한구석 처럼
처음으로 다시 돌아온 나는
가끔 컴퓨터가 그리울 때면
파워에 핀셋을 꼽아 쇼트를 내보곤 한다
출처 |
상경계열이지만
전공대신 그래픽카드 감가상각을 계산하는
내 머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