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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편지
게시물ID : readers_216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잘해볼래요
추천 : 1
조회수 : 35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9/07 0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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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여긴 날씨가 좋아요   
꽃도 있고 바람도 있고 열매도 있어요           
언제나 선생님 생각을 하요. 더 같이 있었다면 행복할거라 생각해요.           

저는 잘 좋게 지냅니다
보고싶어요 . 


문맥도 문장도 어색한 편지를 바라보며 나는 이 편지를 썼을 A를 떠올렸다.      
 

A는 제대로된 교육을 받지못했다. 말하고 소통하는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글을 읽지 못했고 쓰지도 못했다. 그녀는 그 사실을 내색하진 않았지만 언제나 부끄러워 했다.

글을 읽는 다는건 어떠한 느낌인가요?

그 말에 나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읽는 행위에 느낌이라니. 글을 읽고 감상을 하는 것은 자주 했지만 읽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어 본  적도, 의식을 한 적도 없었다. 한참동안 고민하던 나는 결국 답을 내리지 못했다.

글을 배워볼래?

내 말에 A는 아니라며 손을 세차게 저어대었다. 저 같은게 이제 글을 배워봤자... 말끝을 체 잇지도 못하고선 그녀는 자신의 꼼지락거리는 발가락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어떠한 생각이 난듯 고개를 든 그녀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한참 부스럭 거리던 소리가 들려오더니 나온 그녀의 손에는 하나의 편지가 들려있었다.

빛바랜 흔적이 남아있는 편지는 여러번 보기라도 한듯 종이는 헤져있었다. 글을 읽지 못한 그녀가 소중하게 여긴 것으로 보아 중요한 사람에게 온것이 분명해보였다. 

가르쳐주지 않으셔도 괜찮으니까 읽어주실 수 있으세요?         

그녀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기에, 나는 당연하다며 그 편지를 받아들었다. 내가 편지를 펴기 시작하자 그녀의 얼굴에도 기대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 편지를 받아들어 첫문장을 눈으로 훑었다. 그러고선 나는 금세 이 편지를 읽어주겠다고 했던 대답을 후회해버렸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판촉용 편지였다. 손으로 쓰면 더욱 진정성 있어보이기 때문인지 그 글은 손글씨로 쓰여져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마저도 프린트된 것에 불과했지만 이미 헤지고 헤져버린 탓에 알아차리기도 힘들었다.

나는 고민을 했다. 나는 결코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이 편지가 그녀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녔을 지는 차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저 나란 사람은 거짓말로 이 편지를 읽어주어 언젠간 찾아올 일을 감당하지 못할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녀의 눈을 피하고선 오로지 편지에만 눈길을 둔 채, 첫문장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귀하의 관심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첫 문장을 읽었다. 나는 그녀가 어떠한 반응을 할 지 두려워  차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지못했다.

하지만 그녀가 내보이는 눈물의 소리마저 막을 수는 없었다. 얼마안가 서럽디 서러운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그 눈물에선 헤지고 먼지가 쌓인 편지와 같은 묵고 오래된 냄새가 났다.  


나는 첫 문장밖에 읽지 못했고 그렇게 그녀를 떠났다.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그녀는 그 날부터 내리 일주일을 앓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물어봐도 그저 몸살에 걸렸다는 대답 뿐이었다고 한다.         

나는 그녀가 체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소하고 몸에 맞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 처럼 그 글이 그녀를 체하게 한 것이다. 글을 모르는 사람에게 억지로 글을 먹인 거 같아 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 차에 A에게서 편지가 온 것이다. 나는 사실 이 편지를 차마 열어보지 못했다. 그녀에게 내가 한 일이 떠올라 이 안에  많은 원망과 슬픔이 들어있을까봐였다.


잘 지내나요   
여긴 날씨가 좋아요   
꽃도 있고 바람도 있고 열매도 있어요           
언제나 선생님 생각을 하요. 더 같이 있었다면 행복할거라 생각해요.            
저는 잘 좋게 지냅니다
보고싶어요.

고마웠습니다.


A가 보내 온 것은 원망도 슬픔도 아니었다. 고마워야 하는 건 나였다. 나는 이 편지가 용서의 편지가 되는 것마냥 조심스레 한참을 읽고 또 읽어었다.

나는 답장 대신 사전을 하나 샀다.

곱디 고운 색지로 정성스레 싸고선 A에게 보냈다. 이것이 그녀에게 좋은 답장이 되었으면 하고 나는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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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연습을 해야지 하고 써봤던 습작입니다. 너무나 짧은 글이고 부끄러운 글이지만
책게는 무언가 편안한 분위기라서 올릴수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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