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박기성 특파원 = 갈 길 바쁜 ''세계의 거인'' 중국이 내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철저한 통제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전체주의의 큰 틀이 조금씩 흔들리고있는 것이다.
개혁ㆍ개방 이래 서구의 자본주의가 빠른 속도로 침투하면서 그동안 깊숙이 감춰 두었던 ''내 권리 찾기''가 봇물 터지듯 분출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공산당 중앙대회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개막되는 시기에 수도 베이징(北京)에서시위대와 공안간에 벌어지는 숨바꼭질은 더 이상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파산한 공장의 실직 노동자들과 개발에 밀려 강제 퇴거된 주민들의 항의와 함께대도시마다 민궁(民工)들이 밀린 노임을 받기 위해 건설현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장면도 사회주의 중국 땅에서 자연스런 풍경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지난달 말 쓰촨(四川)성에서는 수력발전소 건설부지 수용 보상비가 적은 것에불만을 품은 주민 10여만명이 들고 일어나 당국과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부분 농민인 이들은 진압에 나선 공안에 의해 사망자가 발생하자 시신을 들고행진하며 관공서를 약탈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당국과 개인 간에 이해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충칭(重慶)에서는 지난달 18일 ''시민이 정부 관리에게 얻어맞았다''는 헛소문이퍼지면서 흥분한 시민 수만명이 시청사 앞으로 몰려가 경찰차를 불태우는 등 격렬한시위를 벌였다.
한 노동자가 시비 끝에 상대방을 때리면서 "내가 지방정부 국장"이라고 거짓말한 것이 평소 관리들의 부정부패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시민들을 폭발하게만든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주민들의 집단 행동이 개인간 이해충돌을 넘어 행정당국에 대한막연한 불만을 표출하는 단계에까지 다다랐음을 볼 수 있다.
집단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급기야 중국 당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민족간 충돌로까지 번지면서 지도부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외국 언론에 의해 보도된 허난(河南)성에서 발생한 한족(漢族)과 회족(回族)간 유혈충돌을 사건 발생 후 여러 날이 지난 1일 공식 확인했다.
이 충돌로 인한 정확한 사상자 수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모든 언론은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 당국의 보도 통제가 있었음을 추측케 했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조직 사이의 충돌은 그 양태가 다소 과격하더라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만 민족간 충돌은 체제의 안정성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어서중국 당국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충돌이 중앙정부에 불만을 품고 있는 소수민족들을 자극하는 계기가 된다면 주류인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이뤄진 중국 대륙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가 이번 사태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처방을 내릴지 주목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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