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4시 10분경에... 신촌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바람좀 쐴 겸, 생각도 정리할 겸...
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하염없이 앉아 있었어요.
꺼진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면서, 한숨도 쉬었다가, 눈물도 흘렸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가, 하늘도 봤다가...
다시 생각하니 우습지만, 별 궁상을 다 떨고 있었어요.
처음엔 바람이 차서 기분이 좋았는데,
후드티 하나 걸치고 차가운 곳에 오래 앉아있자니 꽤 춥더라구요.
스케이트 보드 가방을 매신 여자분이 지나가셨어요.
(어둡기도 하고, 자세히 볼 겨를이 없어서 스케이트보드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백팩에서 바퀴를 본 것 같아요.)
지나가시는 듯 싶더니, 저를 한 번 보시는 듯 싶더니...(그냥 제 느낌이었지만요)
제 왼쪽에, 저랑 조금 멀찍이 떨어진 곳에 앉으셨어요.
그냥 아무 말도 안하고, 멀찍이 앉아,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앉아 있었어요.
앉은 곳 차가웠죠? 여자는 찬 바닥에 앉으면 안 좋은데... 남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요.
저 때문에 앉아 계셨던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하나 확실한건 조금 덜 외로웠어요.
그냥... 왠지 그렇게 생각 하고싶네요. 저 때문이 아니더라도, 저는 그냥 위로가 된 것 같았어요.
그렇게 계속 앉아있는데, 갑자기 어느 중년의 여성분께서 다가오셨어요.
제 쪽으로 가까이 오시길래 당황해서 바라봤더니,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셨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여성분은 일어나셔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가버리셨고,
그 아주머니께선, 정말 제 마음을 궤뚫어보신 듯,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많이 힘들고 아프지만 다 한때라고. 금방 지나갈거라며, 지금 그 사람 연락이 오길,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걸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아신다면서.
정말 너무너무 정곡에 찔리는 말씀들을 해주셔서 솔직히 놀랐어요.
제 혈액형도 맞추시더라구요...ㅎㅎ 아주머니도 같은 혈액형이라면서.
제 옆에서, 말상대가 되어주셨어요. 엄마뻘이라며, 저를 딸이라고 불러주시던, 멋진 신세대셨던 아주머니.
아까 멀리... 그래도 옆에 앉아주신 여성분... 그리고 제 말 상대가 되어주신 아주머니.
그냥 두분께는,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저 무슨 생각 하고있었냐면요. 내일은 마포대교 생명의 다리에 갈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죽고싶은 동시에 살고 싶었거든요.
두분 덕분에, 그런 바보같은 생각 잠시라도 안하게 됐던 것 같아요.
저예요. 새벽 4시 10분쯤부터, 한시간가량 신촌에서 검은 후드티 하나 입고 근심 가득한 얼굴로 앉아있던 여자.
두분께는 정말로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저 때문에 앉아계신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멀리 앉아계셔주셨던 여성분.
직접 전하지는 못했지만,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아주머니께는 말씀 드렸지만,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저, 힘내서 잘 지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