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일학년 때 내 자취방은 피씨방 바로 윗집이었음 여름방학이 거의 다가 올 때 쯤이었는데 피씨방의 열기가 그대로 집으로 올라와서 집이 엄청 더웠음 난 몸에 열기가 많아서 더위를 잘 탐 게다가 땀도 많음 여름에는 이상하게 배탈도 잘 나고 아프기도 많이 아픔 하지만 겨울에는 내 세상임 하여간에 그날도 어느 때처럼 집에서 자고 있었음 한창 자고 있는데 '덜덜덜덜'하는 소리에 아주 살짝 잠에서 깸 어두웠지만 눈만 살짝 떠서 옆을 보니 선풍기가 덜덜덜덜거리고 있었음 소리뿐만 아니라 선풍기가 부들부들 떨면서 덜덜거리는거임 잠결에 선풍기를 끄기 귀찮아서 선풍기쪽에 등을 대고 옆으로 누웠음 시끄러운 소리에도 그냥 잠을 청하려고 했는데 머리 속에서 생각이 떠오르는 거임 '아, 우리집에 선풍기가 없지...' 그리고는 머리 속이 아주 맑아지기 시작함 선풍기라도 생각했던 건 그냥 선풍기가 위치할 만한 자리에 있던 무언가였고 선풍기 크기에 시커먼 게 웅크리고 앉아 있었던 거임 그런데 계속 덜덜거리고 소리가 들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게 느껴짐 다행히도 다가오거나 그러지는 않았음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그걸 쳐다볼 수가 없는거임 계속 등돌려서 옆으로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우리 엄마 목소리로 "ㅇㅇ야 돌아봐, ㅇㅇ야 어서 돌아봐" 이러는거임 그것은 이름을 부르면서도 부들부들 떨고 있었음 소름끼치는 건 정말 우리 엄마 목소리였음 게다가 내 이름까지 알고 있었음 너무너무 무서운데 자꾸 엄마 목소리로 돌아보라고 하니깐 몸이 조금씩 움직이는 거임 눈물이 살짝 나는데 몸은 완전 그것쪽으로 향하게 되었음 하지만 눈은 잠고 있었음 엄마 목소리는 계속 들리고 부들부들 떠는 느낌이 내가 느낄 정도로 심해지고 함찬을 그렇게 있다가 뭔가 살짝 공기가 풀리는 느낌이 났을 때 눈을 확 뜨니 아무것도 없었음 그쯤이 새벽 3시 쯤이었는데 자취방에 모든 불 다 켜고 컴퓨터 켜고 그 상태로 무서워서 계속 게임만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