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동백섬
말복 지나고
아주 흐린 날,
자전거를 끌고 바닷가를 가본다.
며느리밑씻개꽃이 피어있어 핸드폰으로 찍어보지만
바다바람에
헐떡숨에
좁쌀만한 꽃망울이 나를 상대로 밀당을 한다.
입술 곱다.
이기대로 가는 입구에서 바라본 광안대교 풍경
아직은 식물들이 배를 불리고 있을 때인가 보다
초록만이 시퍼렇다.
시집 온 지 얼마되지 않은 며느리꽃이 수줍게 피어있다.
좁쌀만한 며느리꽃보다 작은 물방울이
가는 잎 끝자락에 매달려 있다.
광안리에서 수변공원으로 가는 길
주차빌딩에 그려진 어부의 얼굴과 마린시티의 고층빌딩이....
광안리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친구가 광안리 바다를 가기 싫다고 나에게 한 말이 기억난다.
모진 시어메를 만났나?
닭똥같은 눈물이.....
비가 내린다.
입술 고운
고마리꽃도 필 때가 되었는데...
참고로
금정산에서 찍었던 며느리밥풀꽃
해운대에서 비 맞고
자갈치가서 술 먹는다.
가끔은
빛을 못받아들이는 단추구멍만한 핸드폰 카메라가
이런 술 취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두 평 남짓도 안되는 자갈치 시장 끝자락 담벼락에 붙어있는
선지국, 돼지껍데기 두 종류의 안주와
소주,막걸리 두 종류의 술만 파는
포장마차에
중년 남자 한 사람이 돼지껍데기 안주에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중년 남자 나 돼지껍데기 안주에 소주 한병 시켜 마신다.
중년 남자 또 하나 와서 소주 한병에 선지국을 먹는다.
중년 남자 또 하나 와서 소주 한병에 돼지껍데기를 먹는다.
중년 남자 또 하나 와서 막걸리 한병에 돼지껍데기를 주문한다.
중년 남자 또 하나 와서 소주 한병에 선지국을 달라고 한다.
'ㄷ'자 모양으로 좁다랗게 놓여진 나무의자에
중년 남자 여섯 명이 아무 말 없이 술을 마시고 있다.
천막에 가리고
건물에 가려
모퉁이 구석에 숨어 살짝살짝거리는 청푸른 저녁 하늘이 짙어간다.
가을이 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