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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약스포)카즈윈의 꽃은 피네
게시물ID : mabinogi_1303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reinas
추천 : 6
조회수 : 137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8/26 11: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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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그녀가 내 마음속 한켠에 자리 잡은 것은...
 
“.......”
 
몸 이곳저곳이 아파온다. 보이지 않는 사슬들이 옭아매는 기분이다. 대지와 공기마저 날 거부하는 듯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반드시, 널 구해내겠다. 피네.’
 
슬픈 표정으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무릎 꿇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몇 년 전]
 
지루하군...’
 
언제나 같은 수업, 같은 동작만 반복하는 기사단의 기초 업무들은 가뜩이나 귀찮아하는 성격의 카즈윈을 더욱 더 귀찮게 했다. 한 번 겪은 일은 빠른 시간 내에 이해하고 습득하는 그로써는 수업과 수련들이 마냥 지루할 뿐이었다. 게다가 마이웨이적인 성향 탓인지, 주변에는 친한 친구 하나 없었다. 그로써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부터일까, 한 명의 여자 꼬맹이가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것이 느껴졌다. 귀찮기도 하고, 우연인가 싶어 자리를 종종 피하곤 했지만, 그런 그를 어김없이 따라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오늘도 따라온 건가.... 수련생들은 고지식해서 이 시간이면 한창 수련을 할 시간인데?’
 
카즈윈은 현재 아발론 게이트에서 나와 주변의 나무 위에 올라 두꺼운 나뭇가지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한적한 들판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을 청할까 했는데, 주변의 인기척 때문에라도 잠을 청하기는 그른 것 같았다. 그렇다고 쫓아온 인기척을 내쫓자니, 명분도 부족했고 귀찮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한 결론은...
 
누구냐.”
 
별로 크지는 않은 목소리였지만, 말이 나오자마자 아래에선 쿠당탕소리와 함께 아코라는 외마디 비명이 들렸다. 눈을 살짝 뜨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 아이가 있었다. 다만 특이한 것은, 일어서 있는 것이 아니라 풀밭에 엎어져 있는 거랄까... 풀을 참 좋아하는 아이인가 보다.
 
아야야...”
 
아픈 듯, 작게 신음소리를 흘리며 그녀가 일어났다. 하얀 머리를 뒤로 한번 묶은, 커다란 눈을 똘망똘망하게 뜬 그녀는 고개를 들더니 카즈윈을 발견한 듯하다. 그러자 그녀는 울듯한 표정에서 금새 해맑게 웃으면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안녕~! 넌 왜 혼자 여기서 이러고 있어? 지금은 수련시간인데~.”
 
...그러는 그녀는 정작 자신이 수련에 빠져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나보다. 빙글빙글 웃는 그녀를 보니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표정을 바꾸진 않았다. 사실 그것도 귀찮으니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금 그녀를 바라보았다. 꽤나 이쁘장하게 생겼지만 하는 행동은 약간 남자아이랄까.. 싶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있었던 조 편성 시간을 떠올렸다. 조장들이 몇몇 조원들을 뽑아 조를 만드는 시간이었는데, 그 때 카즈윈과 함께 뽑힌 아이였다. 이름이...
 
“...피네...였나.”
 
작게 읊조리는 혼잣말이었지만, 그런 작은 소리를 어떻게 알아들은 건지 피네는 가뜩이나 큰 눈동자를 더 동그랗게 만들며 카즈윈에게 그걸 어떻게 알았냐.’ 고 놀라워하고 있었다. 한 번 보고 들은 것을 잊지 않는 카즈윈으로써는 그걸 모른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딱히 문제 될 일은 없으니까. 인기척의 주인이 누군지 안 이상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을 마친 카즈윈은, 다시금 나뭇가지에 기댔다. 이대로 잠을 다시 청할까 고민을 할 무렵-
 
뭐야! 사람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줘! 치사하게 혼자 올라가서 있고 말이야!”
 
바둥바둥. 파닥파닥. 어디선가 들려오는 의미없는 날갯짓 소리에 다시금 아래를 내려 봤다. 피네가 팔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나무를 기어 올라오려고 했지만, 나무타기가 어디 초보가 쉽게 할 일인가. 당연히 피네는 번번이 나무에서 떨어졌고, 그럴 때마다 파닥파닥 대는 소리가 다시금 울려퍼졌다. 그렇게 하기를 수십 번, 결국 올라오지 못하는 피네가 내지른 한마디였다. 그런 피네를 무표정으로 보고 있던 카즈윈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휙 돌렸다. 그 모습을 본 피네는 시무룩해진 표정을 지었다.
카즈윈~. 나도 올려주라~ ?”
 
간절한 듯한 목소리로 카즈윈을 불렀지만, 귀찮은걸 싫어하는 그가 반응할 리는 만무했다. 한참동안 나무 위를 보던 피네는, 불러도 대답없는 카즈윈쪽을 보다가 고개를 떨궜다.
 
‘...갔나.’
 
시끄러운 것은 질색인 그로써는 피네가 얼른 가길 바랬다. 예상대로 나무 아래는 조용해졌고, 그는 곧 고요한 사색의 나라로 여정을 떠났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푸르던 하늘은 어느새 붉은 노을을 만들며 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슬슬 들어가봐야 할 시간. 그는 나무 위에서 몸을 약간 풀고 내려가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런데 거기에는 왠 인영이 있었다. 아직 눈이 적응이 안돼서 자세히는 안보였지만, 분명히 작은 체구의 사람이었다. 그렇게 잠시 후, 다시 본 그곳에는 피네가 나무에 기대어 있었다.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듯 했다. 아마 아까 조용해진 것이 그 아래에서 기대어 있다가 잠이 든 것이리라.
남의 행동에 반응을 잘 안 하는 카즈윈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나 아이들은 다들 자신의 주변을 떠나갔고 늘 혼자서 고독을 즐겼다. 그런데 이 아이는 조금 특이했다. 자신이 무시를 했음에도 가지 않는 아이라니. 뭔가 이상한 아이려나..생각하는 그였지만, 문제 될 것은 없었기에 나무 위에서 사뿐히 내려왔다. 그리고 아발론 게이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카즈윈이였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기사단 숙소에서 몸을 눕힌 그카즈윈 밖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평소 같았으면 관심도 없고 일어날 일도 없었건만, 무슨 일인지 몸이 반응을 했다. 부스스 기지개를 키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밖에서 횃불을 든 채 여러 사람들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중이었고, 몇 명은 자기들끼리 말을 하더니 어딘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별 일이 있는건가 싶어 주의를 기울이니, 몇 명이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얘는 대체 어디서 뭘 하길래 여지껏 안 나타났대?”
그러게 말입니다. 이 늦은 시간까지 어디서 뭘하는건지...”
 
기사단 훈련생 중 한명이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지 않는 모양이다. 누가 자신처럼 땡땡이를 치다가 시간을 깜빡 한 것일까. 별 일 아닐거라 생각하며 다시 몸을 눕히고 눈을 감은 카즈윈은 낯익은 이름이 들리자 다시 눈을 살짝, 떴다.
 
피네 이 아이가 평소에는 이러지 않는 아이인데..걱정입니다.”
 
피네라면 아까 자신의 주변에서 돌아다니던 아이 아닌가. 그 애가 여지껏 안 들어왔다니. 시간을 보니 이웨카가 정중앙에 떠있다. 이 시간까지 거기서 자고 있는 것일까. 의아해하는 카즈윈이였지만 곧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을 하곤 다시금 눈을 감으려고 했다. 하지만, 왠지 눈을 감아도 잠이 올 생각은커녕 그 아이 생각이 아른아른거렸다. 자꾸 아른거리는 그 아이의 모습은, 딱히 남을 생각해본적 없는 카즈윈으로써는 그게 걱정이라는 감정인지까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자신이 찾아볼까..라는 생각을 하게끔 했다.
 
‘...아직도 거기에 있다면...말이지.’
 
그곳은 평소에 사람들이 자주 가지 않는, 아니 거의 가지 않는 곳이었다. 그만큼 한적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야생동물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꽤나 위험천만한 곳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달빛조차 잘 들지 않는 어두운 곳이기도 했으니, 거기서 있는다면 꽤나 이곳을 찾기 힘들거라 생각되었다.
 
생각을 마친 카즈윈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몇몇 장비들을 가볍게 걸치고 밖으로 나섰다. 평소에는 자는 모습만 본 몇몇 동기들은 카즈윈의 모습이 나타나자 뜻밖의 것을 본 듯 눈이 커다래졌지만, 카즈윈은 그들의 모습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발론 게이트의 정문을 향해 갔다. 그곳에는 평소라면 기사단원들이 문을 엄중하게 지키고 있었지만, 수색에 투입된 인원이 꽤 되는 듯 한산해보이기까지 했다. 수색에 동참하겠다는 카즈윈을 의아하게 보는 기사단 선생이었지만, 어차피 부족한 일손이었으니 순순히 허락했다. 허락을 받는 카즈윈은 유유히 자신이 알고 있는 길을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는 길은 꽤나 어두웠지만, 어둠속에서 익숙하게 돌아다닌 카즈윈으로써는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은 길이었다. 무엇보다 자주 가는 길이었기에, 약간의 달빛까지 비춰주는 상황에서 그 길을 찾아 올라가는 것이 수월했다. 가는 길에 몇몇 야생동물들이 보였지만, 카즈윈이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자 그들도 순순히 자신들의 할 일을 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올라갔을까, 저 멀리에 평소에는 비추지 않을 달빛들이 꽤나 눈부시게 나무를 뒤덮고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푸르게 빛나는 나뭇잎들 사이로 내려오는 아름다운 빛들을 바라보던 카즈윈은, 나무 아래에 무언가가 있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걸어가자, 그것은 굉장히 화들짝 놀라면서 높은 톤의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살려주세요!!!! 흑흑...”
 
무언가가 길다란 물건을 휙휙 휘둘렀으나, 그 행동에는 힘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약해보였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면서 휘두르는 그것은, 우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애처로울 정도로 작은 소리로 우는 그것이 휘두르는 막대를 가볍게 잡은 카즈윈은, 자세히 다시 보고서는 말을 걸었다.
 
“...나다.”
 
막대를 잡히자 화들짝 놀랐지만, 곧이어 들린 말소리에 다시금 놀란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그것, 아니 피네는 굉장히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금 물었다.
 
“...카즈윈? 카즈윈이지? 그렇지?”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인지 묻는 피네를 카즈윈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뭇잎을 향해 쏟아지던 달빛이 피네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피네는 눈에 한가득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넘쳐난 눈물은 피네의 볼을 타고 또르륵 흘러내렸다. 겁에 질린 얼굴을 한 피네는 온 몸을 떨고 있었다. 손에는 작은 나뭇가지가 들려 있었는데, 아마 호신용으로 집은 것이리라. 애처롭게 떠는 피네를 향해 카즈윈은 무표정으로 피네에게 말했다.
 
“...여기서 아직까지 있을 줄이야.”
 
무표정한 상태로 말했지만, 굉장히 놀란 카즈윈이었다. 아직까지 이곳에 있을 줄이야. 곧이어 피네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보니 주변은 어둡고...카즈윈은 대답도 없고...길을 가려고 해도 보이지도 않고....주변에는 뭔가가 부스럭부스럭 대고... 으아앙!!!”
 
울먹이며 말을 하던 피네는 급작스럽게 카즈윈을 향해 돌진했다. 급작스럽게 안기는 피네였기에 별다른 반응을 할 수 없던 카즈윈의 가슴팍에서 울먹거리는 피네의 웅얼거림이 들렸다.
 
나빠...카즈윈...나만 놓고가고...얼마나 무서웠는데....또 나만 놓고 사라지는 줄 알았잖아...”
 
무슨 말일까. 무서운건 그럴 수도 있다. 인간은 어둠을 무서워하니까. 그런데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딱히 궁금하진 않지만, 의문스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려니 생각한 카즈윈은 아직도 가슴팍에 묻혀있는 피네를 향해 한숨을 쉬고 말했다.
 
“...알겠으니 우선 떨어져라. 옷이 축축해지는군.”
 
카즈윈에 말에 화들짝, 놀란 피네는 후다닥 그에게서 떨어졌다. 무서웠는지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피네의 얼굴에는 눈물과 함께 붉은 기운이 도는 기분이 들었다. 부딪치더니 많이 아팠나보다 싶은 카즈윈이었다. 여전히 훌쩍이는 피네를 묵묵히 보던 카즈윈은 뒤를 휙, 돌더니 걸어가기 시작했다. 카즈윈이 걷는 소리가 들리자 피네는 화들짝, 놀라면서 카즈윈을 향해 달려들었다. 얼떨결에 카즈윈을 뒤에서 포옹했지만, 지금 상황이 무서운 피네로써는 부끄러워할 겨를이 없었다. 피네가 뒤에서 안자, 카즈윈의 걸음이 뚝, 멈췄다. 그리고는 몇 초가 지났을까, 카즈윈이 무심하게 말했다.
 
“...이러면 길을 못 갈 텐데...”
 
그렇다. 안고 있으면 길을 갈 수가 없다. 그 생각이 들자 피네는 다시 후다닥,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여전히 주변이 무서웠기에, 그녀가 작게 말했다.
 
하지만...주변은...훌쩍...여전히 무서운걸....나 혼자는 도저히... 못가겠어...훌쩍.”
 
훌쩍이며 자신의 상황을 피력하는 피네를 뒤돌아보는 카즈윈. 어두웠기에 자세히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왠지 조금 난감해하는 표정이다. 평소의 포커 페이스가 깨진 듯한 표정을 지은 카즈윈은, 잠시 생각하더니 손을 내밀었다.
 
“...그럼 손을 잡아라. 그럼 되겠지?”
 
평소 같았으면 무시하고 그냥 갈 길을 갔겠지만, 왠지 모르게 피네가 울먹이는 모습을 보니 평소처럼 행동할 수 없었다. 뭐랄까, 길 잃은 강아지를 보는 기분이었다. 평소에는 느끼지 않는 생소한 기분이었기에, 카즈윈은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카즈윈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말을 듣던 피네는 망설이더니 살짝, 그의 손을 잡았다. 작고 수수한 그녀의 손에 비해 커다란 그의 손은, 따뜻했고 곳곳에 굳은 살이 느껴졌다. 아마 수련의 흔적이리라. 평소에 훈련 안하기로 유명한 그의 손에서 예상외의 감촉이 느껴지자, 그녀는 무서운 상황을 잊었는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헤에...카즈윈은..훌쩍. 평소에 수련 안 할 줄 알았는데...훌쩍. 굳은살이 꽤 많구나...그리고 따뜻해....”
 
놀라는 그녀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피네의 손을 잡은 카즈윈은 다시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도 주춤하더니 곧바로 카즈윈을 따라갔다. 하지만...
 
카즈윈..너무 빨라...훌쩍.”
 
평소에 빠른 걸음으로 걷는 그를 피네가 같은 보폭으로 따라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점차 끌려가는 느낌을 받은 피네가 훌쩍거리며 그에게 말하자, 그는 멈칫하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발걸음을 조금 느리게 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는지 피네는 주변도 잊고 헤헤 웃으며 따라왔다. 눈물이 맺힌 눈으로 웃다니. 특이하다고 생각한 카즈윈을 향해 피네가 말했다.
 
그래도...카즈윈이 찾아와줘서 고맙다는 생각 하고 있어... 나같은 애는 아무도 안 찾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녀의 자조섞인 말에 다시금 멈칫 했다. 뒤돌아보니 풀 죽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떨어뜨리는 피네가 보였다. 그는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왜지?”
 
의아하게 묻는 것이 의외였을까. 그의 질문에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짓던 피네는 풀 죽은 웃음을 지었다. 무엇인가 다 포기한 듯한 그녀의 웃음에는 다시금 울음이 젖어들었다.
 
나는..다 잘 못하니까. 뭘 해도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만 끼치는 것 같고.... 다들 잘 해 주지만 나 같은건 있으나마나 한 거니까.... 난 없어져도 사람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난 쓸모없는 애니까.... 그래서 아무도 날 찾아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녀의 자조섞인 말을 듣는 카즈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일어난 것도 다 피네 그녀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때문 아니었는가. 그런 그들이 피네의 부재를 모를 거라니. 게다가 주변에 관심이 없는 카즈윈이었지만, 때때로 들려오는 이름에는 그녀의 이름이 자주 올라가 있었다. 무슨 일까지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내가 널 찾은 것도 다른 사람들이 모두 널 찾느라 부산해진 것 때문이다. 다들 널 찾느라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이더군.”
 
카즈윈의 말이 의외였는지, 풀 죽어 있던 그녀의 표정이 놀랍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그 커다란 눈이 더 커질수 있다는 걸 새삼스래 깨달을 정도로 동그라진 눈동자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정말이야? 정말...나 같은 걸 찾겠다고 다들 움직이고 있다고? 하지만 난...”
 
울먹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그녀에게서는 무언가 다급하단 느낌마저 들었다.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카즈윈은 선선히 대답해줬다. 그렇다고.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어깨를 작게 들썩였다. 그렇게 작게 흐느끼는 피네를 보며, 카즈윈을 아무 말도 없이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흐느낌이 그치자 피네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눈물범벅인 얼굴이었지만, 무언가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그녀의 울음이 그치자, 다시 고개를 돌린 카즈윈은 그녀에게 말했다.
 
“..다 울었나 보군. 그럼 이제 가도 되는 건가?”
 
퉁명스럽게 들리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카즈윈은 최대한 배려하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봤자 거기서 거기지만. 하지만 그의 말에서 무언가 느낀 듯, 피네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즈윈은 묵묵히 그녀의 손을 이끌고 길을 걸었다. 이번에는 너무 빠르지 않게, 그녀가 충분히 따라 올 수 있는 속도로. 그녀가 안심하면서 따라 올 수 있도록.
 
얼마나 갔을까, 밝은 빛들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횃불들을 들고 피네를 찾는 무리이리라. 예상대로 그들은 이쪽으로 오더니, 카즈윈과 피네를 곧 발견해고는 크게 소리쳤다.
 
여기다! 찾았어!”
 
그들의 소리에 몇몇 불빛들이 몰려왔다. 대부분 기사단 동기생들이었다. 그들은 카즈윈을 보고는 꽤나 놀란 표정이었지만, 훌쩍이는 피네를 보더니 곧바로 그쪽으로 갔다. 괜찮냐면서 걱정해주는 그들에게 괜찮다고,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닦으며 말하는 피네를 묵묵히 바라보던 카즈윈. 잠시 그녀를 바라보고서는, 곧바로 숙소를 향해 갔다. 지금은 피네를 위한 시간이니까.
 
 
그렇게 작은 소동이 일어났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왔다. 다들 간밤의 소란에 대해 이리저리 얘기하고 있었지만, 피네에 대한 원망은 없었고 그녀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가 가득했다. 지나가는 이야기였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 들리는 그녀의 이름에 고개를 살짝 갸웃, 하며 수련장으로 들어선 카즈윈은 의외의 소녀를 보았다. 원래 이 시간이라면 한창 자유시간인지라 들어올 리 없는 수련장에 피네가 서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는 카즈윈을 바라보더니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카즈윈! 잘 잤어?”
 
손을 흔들고 밝은 웃음을 지으며 인사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무성의한 듯한 인사였음에도 활짝 웃으며 그에게 다가온 그녀는, 작게 말했다.
 
저기..어제 고마웠어. 내 얘기도 들어주고....날 찾아줘서.”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더운가 싶은 카즈윈이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대신 짧게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됐어.”
 
그리고 그는 곧바로 자신이 쓰던 목검을 들고서는 연무장 한켠으로 가서 수련을 시작했다. 그런 그를 잠깐 멍-하게 바라보던 그녀는, 활짝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 나 너가 수련하는 거 봐도 될까? 궁금해서 그런데.”
“...마음대로.”
 
활짝 웃음기를 머금으며 묻는 피네를 향해 조용하게 한마디 하는 카즈윈. 그런 그들의 위로 햇빛은 옅게 그들을 비추었고, 바람은 그 둘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었다.
 
P.S. 이 글을 다 쓴 작성자는 문장 선택력에 한탄하며 마비노기를 하러 갔다 전해집니다. 문과 흥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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