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거치는 도중에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사회적 질서가 있습니다. 특히나 까라면 까야지 개기는 행동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 한국에서는 고분고분하게 굴기를 원하기 때문에 권력에 순응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게 됩니다.

그래서 그렇게 무비판적으로 여성 차별을 하도록 교육받은 남성들이(저를 포함한) 성장하여 여성을 차별하는 행동을 하는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럽다고 해서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되겠지요. 고통을 받는 여성분들이 남성들이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찝어서 우리 여성들이 고통스러우니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행동은 당연히 받아들여져야 하며, 남성들에게는 그럴 마음이 대부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있다가도 없게 만드는게, 전투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어떤 페미니즘의 접근 방식은 남성들을 나쁜 놈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걸 받아들이는 남성은, 난 딱히 나쁜 의도로 한 행동이 아닌데, 날 왜 나쁜놈 취급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해 반감을 갖게 됩니다. 

여직원에게 커피를 타오게 하는 상사의 모습을 보고 저래도 되는구나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한 남직원이 다른 여직원에게 별 생각없이 커피를 타오라고 했는데, 커피를 타오라고 지목당한 그 여직원은 시킨 남직원을 악당 취급하고 화를 냅니다. 그럼 그 남자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자기가 잘못생각했으니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겠구나 할까요? 악당 취급 받은 사람은 자기가 악당이 아니기 때문에 악당이라고 주장하는 상대방의 의견을 듣지 않습니다. 어떤 정교한 논리가 들어가도 일단 기분부터 팍 상하고 들어가는데, 그 논리를 고분고분하게 수용하겠습니까?

대신 그 여성을 이상한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그런 여성들과 많이 부딪히게 되면 자신은 악당이 아닌데 악당이라고 하는 여성들이 많은 한국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여성들이 자기의 목줄을 쥐고 있는 상사가 되면, 겉모습은 따르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비아냥거리게 됩니다. 권력으로 승복하게 될 수는 있어도, 마음은 얻지 못한 단계지요.

따라서, 생각없이 마초짓을 하는 남자를 악당으로 몰아가고 권력을 행사하는 행동으로는 절대로 그 남자의 진심을 바꿀 수 없습니다. 예수 안믿으면 지옥간다는 반 협박에 못이겨 신자가 된 사람이 어디 있던가요?

반면, 여성의 입장으로 보면, 가해자인 남자들 만큼 가증스러운 존재는 없습니다. 악의를 가지고 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발뺌하고 태연하게 차별행위를 계속하니깐요. 그래서 악이 받치고, 독기가 올라 남성들에게 과도하게 공격적이 될 수 있습니다. 당연하죠. 말을 해도 들어 쳐먹질 않는데, 어떻게 악이 받치치 않겠습니까?

이렇게 된 원인은 여러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무한경쟁사회로 인한 스트레스로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국 가부장제 사회의 인습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가장 큰 점은 남녀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른다는 점이 가장 크지 않나 봅니다. 여혐이나 남혐이 심한 사람들은 이성과의 접촉이 드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요새 젊은 여자들 하면서 까내리기 바쁜 꼰대들은 정작 젊은 여성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전혀 모르죠. 

결국은 소통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저는 이런 전투적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알리고자, 계몽하고자'하는 노력을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상대가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비위를 맞추고 딸랑거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분명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피해자는 원통스러우면 원통스러울수록, 가해자에게 굳이 잘 대할 필요를 못느끼고, 그 행동을 보는 가해자는 더욱 화가 나서 더욱 심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래서는 서로 감정의 골만 깊어져갈 뿐입니다.

미러링을 해주면 남자들이 알지 않겠냐구요? 아뇨, 그 미러링을 다시 피드백해서 더 큰 여혐이 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