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렇게 뵙게되어 영광... 입니다.
사실 그동안 공개하지 못하고 쌓아놓은 세이브 원고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고자,
좀 가벼운 마음으로 쓴 글인데...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한번 올려 봅니다.
출처는 제 블로그 이구요.
별로, 딱히, 아직은 볼만한 것들을 올릴 여건이 안되서 살포오시 링크만 찍어 놓으니,
언젠가 좀 괜찮은 것들 올리기 시작하면 놀러와 주세요.
아직 빈집입니다.
프롤로그.
-기억조차 희미한 그 고향-
[태초에 세계는 스치듯 지나가는]
[청명한 두 개의 빛줄기로부터 비롯되어]
[하나는 붉은 빛으로 아침을 깨우고]
[하나는 은색의 빛으로 어둠을 밝히며]
[사악한 어둠에 맞서]
“저기요?”
[붉은 빛을 가진 아침의 용사는 태어나는 그 순간 결정되는 천연의 용사로]
“저기요?”
[은색의 빛을 이끌고]
“야!”
[움찔]
하얀색, 그저 무저갱과 같은 하얗고 하얀 그 빛 무리 한가운데, 왠지 그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풀어헤친 정장차림의 남자가
좀 아이러니 하게도 균형을 잡으려는 일말의 노력조차 없는 무기력하게 늘어진 자세로 떠 있었다.
마치 식혜위에 아직 덜 식은 밥알 몇 개가 위 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 보다 더 무기력하게.
동동 떠 있었다.
“나레이션 그만 읽고, 본론만 얘기해.”
[저 좀 늦었지만 원 세계로 복귀 해 주시면 안될까요? 용사님?]
“안 돼. 못 가. 가고 싶은 생각 없어. 돌아가.”
[아...]
귓가에 이명처럼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탄식과 같은 어설픔이 메아리치지만, 남자는 단호했다.
“안 돼. 내일 면접 봐야 돼. 돌아가”
[저... 고향에서 평생직장을...]
“뭐? 그래서? 마왕하고 싸우라고?”
[저 안정적인 노후가...]
“어째서? 왜? 아니 기본적인 근로조건은? 대체 시급으로 치면 얼만데?”
[그 용사의 무구와...]
“위험수당은? 아니, 야근수당은 주니?”
[그래도 마왕을 물리 치시면...]
“뭐? 후불제? 열정 페이? 30년 넘게 모른 척 하고 있다가 아등바등 군대 갔다. 학위 따고. 취직해서 이제 경력 몇 년 쌓고 결혼도 해서
잘 살아 보려고 하는데 뭐? 고향 와서? 마왕? 새싹한번 안심어본 도시남자한테 너 오늘부터 고향 와서 귀농해! 라는 것과 다를게 뭐가 있어?”
[에..에잇!!!!]
“안돼! 이 망할 여신아!!! 난 못해!!!”
비명처럼 외치는 남자는 어느새 어느 오래된, 마치 전설의 전설의 전설 속에나 나올 것 같은 오래된 고성의 꼭대기 에서부터,
머리위에 유에프오라도 있는 듯 바닥으로 내리 꼽히는 과감한 스폿라이트를 한몸으로 받으로 천천히 하강하고 있었다.
“이...이익!!!”
차원 이동의 충격으로 가루가 된 옷가지와 마치 서비스 해주 듯 말끔하게 발끝부터 머리까지 제모 되어버린 남자는,
바닥이 가까워질수록 지면에서부터 올라오는 바람에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늘어져 버린 뱃살과
튀어나온 부위라 어쩔 수 없는 급소를 세차게 흔들며 하강 하였다.
“오오... 용사님...”
아래에서 미처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옹기종기 모여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원로들은 그 성스러운 광경에 눈이 부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부여잡고 피를 토하듯 고개를 돌렸으며, 갓 네 살이 된 어린 왕녀는 용사의 귀환을 환영하듯
실신에 가까운 울음을 터뜨렸고, 조금 나이가 된 왕자는 왕이 뒷걸음치다 무심결에 떠밀어 버린 손길에
왕궁 한 가운데로 떨어진 용사 앞으로 제일 먼저 다가가 환영인사를 건넸다.
“자... 자... 자라나라 머리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