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동이......
이 녀석의 이름은 미동이다.
작년 11월초부터 우리집 옆 빌라 주차장에 밥과 물그릇을 놓아두기 시작했는데, 언제부턴가 법그릇이 싹싹 비어있는게 눈에 띈다...
어느날 저녁에 오면서보니 조그만 삼색이 고양이 한마리가 주차장에서 나오고있질않은가....
그때 이 녀석을 딱 마주치고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말이 '미동' 이였다...
체구도 작고, 길냥이답지않게 깨끗하고, 이쁘고 어려보이는게 그냥 딱 미동이스러웠다...
이 녀석을 처음본게 12월초였던거같다...
내가 주는 밥을 그렇게 잘도 먹으면서 어찌 그리 하악질을 해대는지....
하지만 나는 전혀 서운하지않다... 사람을 따르고, 나를 따르게되면 나는 또 고민에 휩쌓일게 뻔하니까....
차라리 나를 경계할지라도 나한테 얻어먹을수있는건 다 먹고, 나를 포함한 사람들을 다 경계하고 스스로 길에서 꿋꿋이 헤쳐나가기만을 늘 바랬던 녀석이다....
근데 가끔 이 녀석이 꼭 새벽 이 시간때면 울어서 나를 깨워버린다.........사실 나만 잠에서 깨는건 아닐것이다...
미동이에겐 사연이 있다....
우리집옆에 서로 이웃으로 30년 넘게 살고있는 작은 구멍가게의 80대 부부가 사는데 고양이를 참 좋아한다.
정말로 좋아한다. 이 두 분들은 동네에 돌아다니는 새끼 고양이는 다 거두신다... 그리고 어느정도 크면 내다 버린다...
또 어디선가 고양이 새끼를 데려온다... 이쁘다고 키우기 시작하더니 또 버리기 시작한다...
그짓을 벌써 수십년째 하고있고, 오죽하면 우리동네 고양이는 이집에서 만들었다는 말이 나올만큼 이 두 부부는 그런짓을 서슴없이 하고있다... 버려진 애들은 뭐 그 삶이 뻔할수밖에 없다....
접종? 이런거 없다...구충이고 나발이고 정말 아무것도 없다...
미동이에게 나는 tnr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봄부터 미동이가 안보이기 시작하는거다... 주차장서 기다려도, 맛있는 캔을 갖다놔도 먹는티가 별로 안났던거다..
한참 고민을 할무렵 미동이가 조그만 새끼 하나를 달고 다닌다는 동네 사람들의 목격담이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날 내눈에도 띄기 시작했다... 어느집 빌라 지하에 새끼를 몇마리 낳았는데 다 죽고 딱 한마리만 미동이가 데리고 다녔다는 말을 들었다.....
근데 그 새끼가 품종이 섞였는지 너무 이쁜거다...
새끼 역시 구멍가게 평상 위에 목줄로 묶인체 우두커니 앉아있고 그 옆에 항상 미동이도 붙어있었고, 이젠 우리동네 유명인사가 되버렸다...하지만 그뿐...
가게 주인은 셔터를 내릴때 미동이 새끼만 데리고 들어간다. (누가 훔쳐갈까봐 그렇다했다.)
그리고 미동이는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셔터앞에서 하염없이 야옹야옹 울기 시작한다....
시끄럽다고 민원이 여러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말이 들렸다......
밤마다 우니 그럴수밖에....새끼만 데리고 들어가니 어미가 울수밖에...
그 소리가 애처로와서 어느날은 나도 같이 운적이 있다....
지난달엔 가겟집 할머니가 미동이를 박스에 담아 끈으로 묶어 길건너 동네에 내다버리려고하는걸
나한테 딱 걸려 내가 난리를치니, 동네 사람들 다 나와서 쳐다보구,
그래서 그일이 실패로 돌아간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밤낮으로 미동이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혹시 나몰래 사라졌을까봐.......
길냥이에게 모든 사람이 호의적인건 아니다.
나처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해마다 주기적으로 동네 구석구석 약을 놔서 고양이를 몰살시켰던 뒷동 아줌마도 있다...
암튼 미동이는 아직도 새끼 곁을 떠나지않고 주위를 맴돌고있다...
차라리 새끼도 풀어놓고 둘이 살게 놔두지... 그런데 절대로 가게 주인은 새끼를 포기 못한다했다...
내가 안타까운건 그렇게 하악질하던 미동이가 언제부터인가 사람 손을 탔는지 이젠 아무나 보고, 몸을 부비고,
발라당 누워 애교를 부리며 동네 귀염둥이가 되버렸다는거다...
사실 불안했다....미동이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있기때문이다.
밤이고 낮이고 울어대는게 미동이란 사실을 동네 사람들이 다 안다...
귀염둥이라고 모두에게 귀여울순없다...
그리고 관심도 있을수가없다.
그냥 동네에 돌아다니는 길고양이고, 자기들이 키우는건 아니니까....
미동이 새끼는 5개월령이 다 되감에도 체구가 3개월짜리 냥이만도 못하다...
밥을 하루에 아침에 1번 준단다...밥숟가락으로 딱 한숟갈만.....
미동이는 새끼와 떨어져서울고, 새끼는 배가 고파 울고....
가게주인 하는꼴이 얄미워서 아무것도 안해주고싶지만, 애들 미안해서 사료랑 간식 사다주면 고맙다고할뿐
먹이지도않고 가게 한구석 박스에 쌓아놓기만한걸 봤을때, 속에서 이가 득득 갈렸다...
미동이를 거두고싶어도 난 그럴 처지가 못된다....
내가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내 뒤를 졸졸 따르고, 앞서가는 미동이를 볼때마다
나는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끊임없이 말한다...
미동아....
아무나 따르면 안돼....
너는 이제 눈치도 빨라야해...
아무나 뭐 준다고 막 받아먹으면 안돼....너 이쁘다고 쓰다듬어도 막 좋아하면 안돼....
박스가 보이면 얼른 도망가야해....
어디 아프고 다치면 안돼....
그리고 건강해야해...
내가 좀 생활이 나아지면 꼭 너 데리러 올께...
그때까지 기다려줘....
사실상 내가 할수있는일이 별로 없다...
중성화 수술해주고, 굶지않게 먹을거 주고, 앉아있는앞에 장난감 놔주고...
가끔 구충제 먹이고...
그리고 저렇게 빌어주고....
저 아이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지곤한다....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않아 잠도 안도는데
이 새벽에 미동이가 또 울고있다.. 내 마음도 이미 슬퍼질데로 슬퍼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