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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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꽃이 피듯
사랑도 피었다는데
신윤복 그림 속에서는...
안동 하회마을에 핀 범부채
할배집에 핀 왕서방 원추리꽃이
옆 집에 핀 접시꽃 당신을 쳐다보려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담에 핀 방풍나물꽃이 산뜻하다.
첨에는 참나물꽃인가 싶었는데 잎사구가 방풍나물인 듯....
당신 마음 테두리에
벽을 쌓았나요?
담을 쌓았나요?
마음 입구에는 어떤 문을 달았나요?
겨울 국화,
경계 사이에 피어있다.
비는 내리다 말고
술은 취하다 말고
잠은 오다가 말고
안동과 부산에서 찍은,
담과 벽에 핀 꽃들을 모아 보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 우리집 담벼락 아래 하수구에 핀 겨울국화,
10월에 피기 시작해서 한겨울 내내 피어있다 2월 즈음에 시든다.
길에서 우연히 동생을 만났다. 대화 도중에 급한 일이 생겼는지
'담에 얘기해요' 라고 말하고 바삐 갔다.
나는 한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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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에 이야기를 했다.
담장에 핀 능소화가 나를 보고 비웃는다.
이런 썩을 놈이....
山동네
그리고
山아랫동네
불안한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선을 긋는다.
오래된 안창 산동네, 족히 백년 가까이 되는 돌담 아래 핀 분꽃
건물을 새로 짓는 공사판 아래
피운 끈끈이대나물풀꽃
꽃색이 유난히 안스럽다.
봉하마을에 핀 금불초
담은 넘을 수 있는 경계이고
벽은 넘을 수 없는 경계란 생각이 든다.
담은 사라지고 벽만 남아가는 시대,
어제 오늘 마음이 참 심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