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읽다보니 친구 이야기가 있길래, 저도 생각나는 게 있어서 올려봅니다.
(+)쓰다가 올라왔습니다. 사건과는 관련도 없는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그냥 개인적으로 친구를 추억하는 글이 되어버리고 있습니다.
읽게 되시는 분들께 미리 양해를...
친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직도 울적해집니다.
그래서 음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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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고를 나온 여징어임
이 이야기의 시점은 고3/대3/서울생활 임
고 3정도 되면 이제 전교 애들은 대충 알게 됨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아이, 어느 써클 회장인 아이, 누구 친구인 아이.. 이런 식으로 대충 안면을 트게 됨
나는 같은 반 애들 보다는 다른반 애들이랑 같이 잘 노는 타입이었음
쉬는 시간만 되면 옆옆반으로 막 놀러가고 그랬음
자리를 바꾸는데, 새로운 짝이 됨
짝궁을 '알로' 라고 하겠음
왜 '알로'냐면, 다른반에서 노는 무리끼리 같이 우르르 몰려 노는데
서로 외쿡 별명을 지어주기 시작했음
미국의 스탠리, 일본의 메구미, 중국의 워짜우뚱..
서로의 이미지(생긴거)에 어울리는 걸로 다소 엉터리 별명을 마구 갖다 붙였는데
그 친구는 방글라데시의 알로 라고 붙여줌
그래서 이후 알로가 됨
알로는 당시 컷트머리에 두꺼운 검은 뿔테를 쓰고 있는 친구였음
활발하고 밝아보이지는 않아도, 잘 웃어주고 조금은 수줍음도 타는 그런 친구였음
고 3은 감수성 돋는 시기라, 알로랑 만화책도 돌려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그랬음
당시에 검은 뿔테는 그다지 유행하지 않던 시기였는데 (반무테가 유행하던 시절이었음)
알로가 검은 뿔테를 쓴 이유는,
길을 지나가는데 커다란 개가 달려들어서 이유도 없이 알로를 물었고
봉합수술을 했던 흉터가 남아있어서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고 했음
얼굴을 들여다 보니 오래 된 듯한 흰 꿰멘 흉터가 있었음
졸업 사진 찍던 날은 전교가 난리도 아니었음
아침에 미용실에서 머리한 애, 메이크업도 받고 온 애
쉬는 시간마다 드라이기 소리와 고데기 냄새,
구석에서는 상시 메이크업 해주는 애가 꼭 있고 그랬는데
알로와 나는 그런 거에 관심도 없었음
사실, 알로도 나도 그런게 부끄러웠던 거 같음
ㅅ,솔직하지 모,못하다능!!
알로는 사서가 되고 싶다고 했음
그래서 모 대학교 모 학과에 가고 싶다고 했음
나는 일본어를 전공하고 싶어했음
근데 우리 지역 대학교 중 일문과가 있는 곳은 딱 한 곳이었고,
그 곳은 알로와 같은 학교였음
세월이 좀 지나고
나는 모대학 인문대안에서 가끔 알로를 마주치게 됨
알로와 나는 단짝친구 정도는 아니었고
대학교에 가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마주치면 인사 하고 안부를 묻는
그런 정도가 되었음
나는 밴드에 들어가서 술만 퍼마시느라, 학과 수업도 잘 안듣고 과 바깥으로만 돌았음
알로를 마주칠 기회는 점점 더 적어졌음
관광과의 친구가 복수전공을 하게 되며, 나는 그 친구들과 잠시 어울리게 됨
친구가 일본어를 공짜로 가르쳐 주는 곳이 있다며,
일본인이 직접 가르쳐 준다며, 같이 가보자고 함
나는 냄새가 수상쩍음을 느끼고 안간다고 함
종교 관련 단체로 생각됨 (기도를 하니 뭐니 나중에 그랬다고 함)
동아리 공연 준비하고 있는데, 한 청소년 단체에서 동아리 활동을 권유함
해외봉사활동도 가고 그러는 세계적인 동아리라고 함
즉석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그래서 가입은 했는데 느낌이 별로여서
나중에 알아보니까 역시 종교 관련 단체였음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늦은 오후 동아리동으로 걸어가고 있었음
저 멀리서 알로가 다른 사람들과 걸어오고 있었음
반가워서 손을 붕붕 흔들었음
알로는 매우 신난 얼굴로 나에게 얘기했음
" 나 이제 곧 일본 갈거야! 뭐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볼게! 일본에 대해서 알려줘!"
나는 당연히 그러겠다고 대답했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으니까 별 얘기는 못나누고 헤어짐
또 시간이 흐름
아마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음
휴일인지 저녁인지 딩굴 거리는데 베프한테 전화가 옴
" 어 뭔 일임? "
평소처럼 전화받음
근데 베프가 전화를 해 준 내용이 좀 뜬금이 없었음
" 야 너 OO이라고 알아? "
" 어? 알로? 알지- 고등학교 때 짝궁이었고, 대학교도 나랑 같은 곳으로 갔잖아 "
" 너 요새 걔랑 연락해? "
" 아니 안한지 오래됐지. 대학교때 마주치고는 서로 연락이 닿은 적이 없네? "
" 어 너 우리 서클 회장 ㅁㅁ이 알지?"
" 웅 "
" 걔 꿈에 갑자기 OO이가 나왔대 "
" 뭐? "
내 베프(중고딩동창)의 서클 회장과 나는 적당히 괜찮은 사이로 언제 봐도 부담 없는 사이이긴 함
그런데 뜬금없이 그 회장 꿈에 알로가 나왔다는 것임
알로가 나와서는 슬픈 눈으로 회장을 바라보고는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임
회장은 꿈에서 깨고 이 이야기를 어째서인지 나에게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 베프에게 얘기 한 것
" 너 OO이 요새 어떻게 지내는 지 알아? "
" 나야 모르지... 일본 간다고 했었는데... "
이야기를 전해 듣는데만도 꽤 시간이 걸렸던 거 같고,
막상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연락이 안 된지도 오래였음
나는 그렇게 또 바쁜 일상으로 되돌아감
어느 날 베프를 만났던 날인 것 같음
베프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아! 하고 나한테 말 해 줌
그 꿈을 꾼 이후 회장은 그 꿈이 너무 신경 쓰여서
졸업앨범을 뒤지고 수소문 해서
알로네 집에 전화를 함
알게 된 사실이
알로는 일본에 가서
연락이 두절되고
일본에서 죽었는데
시신도 찾지 못했다고 함
믿기지도 않고 이유도 모르고
그 때 날 만난게 마지막이었을까 혹시
혹시 알로를 일본에 데려간 건 그 종교집단들이 아니었을까
혼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찾아갈 묘도 없고
뭔가 너무 허무했음
또 한참 후에 베프를 통해 들은 이야기로는
회장 꿈에 다시 알로가 나와서
쓸쓸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원래 표정이 조금 쓸쓸함ㅋ)
" 고마워 "
라고 말하고 사라졌다고 함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해 주지 못했는데
뭘 말하고 싶었던 건지
뭘 전하고 싶었던 건지
아직도 모르고
알로는 매우 흔한 타입이라(ㅋㅋㅋㅋㅋ)
나는 거리를 지나다
있을리 없는 알로를 보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는
아 알로가 아니지... 하고 다시 길을 가거나
그런 날들을 지냈음
지금은 또 잠시 알로를 잊고 있었음
여러분 덕에 알로를 추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아 고마워요.
마무리는 언제나 어색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