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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지우러 갈 병원은 일부러 먼 곳으로 택했다. 기차를 타고 멀리 움직였다.
그는 내 손이 차갑다며 두 손으로 연신 쓸어내렸다.
병원에 갔을 때, 아이는 8주였다. 여전히 작고 아마 빨리 울리는 심장을 가졌을 것이라 나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산부인과 여의사는 생각보다 드물었고, 아이를 지우는 여의사는 더 드물었다.
여의사는 내게 기계를 들이밀었다. 생각보다, 차가웠다.
검사를 다 마치고 처음 마취하고 깨어나니 이미 수술은 끝났다고 했다.
방금 아이를 떼어낸 여의사는 차가운 바람을 조심하라 당부했다.
오빠는 내 침대 옆에서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 뜨겁고 매캐했다.
병원을 나와 길을 걷다가 토기가 몰려왔다. 차마 옆 건물로 들어가기도 전에 내 두꺼운 코트 안으로 뜨거운 물이 쏟아졌다.
그 물과 함께 아이도 쏟아 내린 것 같아 그제야 아이가 내 몸 안에 없음이 실감이 났다. 팬티 속도 함께 쏟아 내렸다.
“우선 내일도 검사 받아야 하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자.”
“응.”
산부인과 뒤의 모텔은 아마 많은 여자들이 엄마이기를 포기하고 들어왔을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점심 때부터 들어가자 거기엔 뜨거운 전기장판이 하나 있고 공기는 차가웠다.
나는 그 사이에 몸을 뒤척이며 깜박 잠이 들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곤 했다.
가끔 화장실에서 뜨거운 물을 쏟고 다시 차가운 공기 속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