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은 친구에게 빌린 별장의 내부를 둘러봤다.
여러가지 악기들이 먼지에 쌓여 줄지어 있었다. 예전에 같이 음악하던 시절이 그리웠다.
친구는 여자친구가 행방불명 된 뒤로 음악을 접고, 그녀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목격자는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별장을 나두고 허름한 모텔에서 지내는 친구가 안쓰러웠다.
쓰지도 않는 별장을 팔라고 몇번을 권유했지만, 그는 매번 여자친구와의 추억이 있는 곳이라며 거절했다.
먼지 낀 일렉기타를 집어들고 친구와 연주하던 곡을 몇번 튕기고 있는데
빌라의 밖에서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옆 별장의 여자일까. 벽 너머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빌라 주인은 언제 돌아오냐는 이야기였다.
이 녀석, 양다리였나.
여자친구에 대한 죄책감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자기가 기다리고 있다고, 그에게 전해달라는 목소리에 나는 알았다고 답하고 기타를 마저 연주했다.
휴가가 끝나고 형식은 수척한 얼굴의 친구를 만나 술을 한잔 했다.
양다리였냐고 솔직하게 물었다.
그는 그렇지 않다고 했고, 형식은 이미 다 안다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했다. 이미 별장에서 여자와 이야기 했다고.
그 말을듣고 사색이 된 친구는 술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얼마 후, 친구가 살인범인으로 자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고인으로 경찰에게 불려갔을 때, 경찰은 목격자가 없었던 이유를 이야기 해 줬다.
조사결과, 음악을 하던 친구의 별장은 완전 방음 상태라.
살해 당시에도 지금처럼 안의 소리가 밖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