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내리바람 불고
열구름 애솔나무 너머
뒤켠길 사늑하게 지나는 것처럼
추레하고 애오라지 앤생이 인생이라도
서로 애만지고 우릿하게 살다보면
아그데아그데 오롯한 생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이녁,
밤도 이즈막한데 우리 잔즐거리며 자물치면 어떠하랴
-전남 강진 앞바다 풍경에 동백섬 애솔나무가.........
아름다운 관계
-박 남 준-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홀씨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 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 본 적 있었던가
-부산 금정산에서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문정희
시간의 재가 되기 위해서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
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것도
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
사람도 올 때보다 떠날 때가 더 아름답다
마지막 옷깃을 여미며 남은 자를 위해서 슬퍼하거나
이별하는 나를 위해 울지 마라
세상에 뿌리 하나 내려두고 사는 일이라면
먼 이별 앞에 두고 타오르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이 추운 겨울 아침
아궁이를 태우는 겨울 소나무 가지 하나가
꽃보다 아름다운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이 아니겠느냐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
어둠도 제 살을 씻고 빚을 여는 아픔이 된다
-다대포에서
다대포 가는 길에 주운 벚나무 이파리를
책갈피 속에 오만원짜리랑 같이 끼워두었는데
오늘 그 책을 보다 오만원을 주웠다.
잎이 나무처럼 서 있다.
세월 참 빠르지?
뭐가 중요하고
뭐가 소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