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X드 쪽지를 통해 오래전 헤어진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한참을 멍하니 쪽지의 내용을 바라보다 이내 쓴웃을 짓는다.
[ 잘지내지? 내가 이런쪽지 보내면 생각이 많아 질것 같은데..^^
한번 보고 싶다. ]
언젠가 술자리에서 지인들에게 조만간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흘려 들은듯 하다.
내게 여자에 대한 신뢰을 바닥까지 내려 놓게 만들었던 사람이 웃으며 연락을 한다.
이 사람은 아직 스물두살에 철모르던 나에 대한 기억만 있나?
아직도 내가 어릴적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미친. 내 순수함은.
당신과 헤어지고 어떻게든 조용히 혼자 당신을 잊으려고 노력할때,
내가 이용만 당해 왔다는 사실을 네 지인들에게 들었고
다시 당신이 찾아와 미안하다며 다시 사귀자고 했을때,
그런 네 지인들에게 당신이 요즘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런 당신을 다시만나 힘든 상황을 다시 넘겼을때,
당신은 나에게 다시 헤어지자 했다.
그때 남은 그 알량한 순수함들이 당신에게 짓밟힌 만큼 이성적으로 물들었고
그 결과로 지금은 꽤나 합리적인 사람이 되었다.
네가 두번째로 이별을 이야기했지.
" 이제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어. "
" ............ "
" 미안.. 헤어지자.. "
" 그래. 그렇게 하자. "
그 뒤로 너와 헤어지고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내 몸에 미리 상처를 내는 방법을 알게 되었지.
`사랑`이라는 말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기에 더이상 쉽게 내뱉지 않게 되었다.
그 달콤한 `사랑`이란 말이 나에게 상처가 되었듯이 나를 스쳐가는 다른 사람에게도
상처가 될 수 도있다는 것을 정말 뼈져리게 알았거든.
그리고 내가 분명히 이야기 했던걸로 기억한다.
" 이제 마주치는 우연조차 증오한다. "
네가 쓴 웃음을 지으며 돌아섰을때 나는 분명히 다짐했거든
더이상 답답하게 살지 않기로.
열심히 살고 있는데 더러웠던 기억을 꺼내 주는구나.
그 더러운 기억을 토하듯이 키보드로 내뱉는다.
[ 제가 예전에 했던 마지막 말 생각 안나시나요?
마주치는 우연조차 증오한다고 말씀드렸던거 같은데요.
알아서 행복하게 사시고 앞으로 연락 없었으면 합니다. ]
행복해라.
네가 남에게 배풀었던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