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단옆으로 어슬렁거리는
그림자하나가 지나가길래
혹시나싶어 냥이야?
했더니
맙소사 진짜 너였던거니?
날 알아보는듯 내게로 발걸음을 옮겨 다가와
반가움을 온몸으로 뿜어내며
내다리에 한없이 부비적거리는 너의 모습에
나는 오늘하루중 가장 큰소리로 크하하하 하고
웃어버리고 말았어
너잠깐만기다리면 그때같이 먹을거 가져다줄게
라고 얘기하고 나는 급하게 집으로들어가
캔을하나집어들고나왔지
내마음이급했는지 열쇠로 문을잠그고
캔을 어서따고싶은마음에
덤벙거리다가
손도조금베었어
괜찮아 네 캔을 따지않았어도
난 과일을 깍다가 일주일에 두번씩은
손을 베는 여자니까~
너는 신기하게 아까 나랑 기다려달라고 얘기했던
그장소에서 눈을 번뜩이며 나를 기다리고있더라
혹시 그때처럼 인기척에 움찔하며
캔을 먹을까봐
널 데리고 화단 구석진곳으로 들어가
캔을 놔주었지
넌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캔이있는곳으로가서는
냥 나오오오옥 냐옥~ 하는알수없는
방언을 터트리며 캔을 먹기시작하더라
나사실 니가 계속 그르륵 그릉 냐오옥 소리를
내며먹길래 내가사놓은 성묘용 연어캔이
맛이없어서 내게 욕을 하는건가 싶기도했지만
한참을 열심히 캔을 먹는 네모습에
아~ 욕을하는건 아니겠구나하고
살짝 안심했다~
네가 캔을 다먹는걸 다보고 자리를 뜨고싶었는데
친정에 가려고 나가던중이라 그냥돌아섰어
저번엔 니가 나를 따라왔었는데
오늘은 먹는데 열중하느라 내게 관심을 안주더라
하하~ 요 시크한 녀석같으니
집에돌아오는길에 네게 준캔을 가지러 가봤더니
정말 싹싹 다 비워 먹어줬더라
고마워 나의 마음을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품고가줘서
아~ 정말 널데리고 집으로 들어가고싶다
덥썩안아들고 집으로 가고싶어~
괜히 또 집에와서 간식캔만 만지작 만지작거리고있다
내맘을 길냥씨에게 또 빼앗겨버렸어~
근데 너의마음은 연어캔에게 빼았겨버렸다는게 함정이지만
하하~
또보자 나 해산물칵테일 통조림도 있어~ 사료도 있구
전부다 맛보게해줄게
건강하렴 길냥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