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나지 않을때부터 같은 아파트에서 산 말그대로 이웃사촌 형들이 있음. 가족끼리 친해서 여름이면 바닷가, 계곡, 겨울이면 스키장으로 시도때도없이 같이 여행을 다니고 각자 다른동네로 이사를 갔지만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가족같은 형들임.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 일임. 부모님들끼리 집앞 슈퍼에서 맥주한잔 하신다고 우리들끼리 놀고 있으라 하셨음. 그러자 젤 큰형의 눈이 반짝반짝대면서 우리를 데리고 오락실을 가야겠다고 부모님들께 돈을 받음. 오락실에 가면 큰일이 나는줄 알았던 나는 형들도 있겠다 부모님 허락도 받았겠다 신나서 달려감. 하고싶은 게임은 많았지만 돈을 아껴써야겠다는 일념으로 애들이 하는것을 뒤에서 지켜보며 어떤 게임을 할까 고민중이었음. 그때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길래 뒤를 돌아보았더니 한눈에 봐도 나 잘나간다라고 티를 내는 중학생 형이 있었음. 밖으로 따라 나오라길래 순간 기지를 발휘해서 "잠시만요, 돈 가지고 나갈게요...." 이랬더니 이 형 눈이 초롱초롱 해지면서 '어라 이놈 돈 뜯기는 자세가 되어있는 놈이네'라는 표정으로 밖에서 기다린다고 했음.
그 형이 나가는걸 보고 바로 큰형한테 달려갔음. "형! 어떤 형이 따라 나오래요..." 라고 일렀더니, 야구 게임 (이름이 기억나질 않지만 배트모양으로 생긴 막대기가 있어서 뒤로 당겼다가 공이 날라오는 타이밍에 놓으면 치는 그런 게임이었음)을 하고 있던 큰형이 "이런 쒸!" 하면서 밖으로 나감.
이형 소개를 하자면 동네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형임. 덩치도 크고 어렸을때부터 싸움을 하도 많이 해서 어른들도 혀를 내두를정도였자만 약한 아이들은 건드리지 않는 괜찮은 형이였음.
형을 뒤따라 나가보니 복도에 형들 5명과 누나들 2명이 있었음. 몇명은 사복을 입고 몇명은 교복을 입고있었는데 큰형 얼굴을 보자마자 사색이 되어갔음. 큰형이 누군지 알고 있었던것이었음.
큰형이 "얘네들이야?" 하면서 나를 쳐다봄. "ㅇㅇ 이형들임" 이라고 말하자 나를 끌고 나오려고 했던 형이 울상이 되었음. 친구들은 그형을 쳐다보면서 '하필 골라도 이런애를' 이란 표정을 짓고 있었음.
상황파악이 끝난 형은 누나들을 쳐다보며 "너네는 저기로 가있고 나머지는 일렬로 서"라고 했음. 형들이 일렬로 서자 순서대로 뺨을 때리기 시작했음. "어린 애들" '짝 '"삥 뜯으면" '짝' "좋냐?" '짝' "맞으니깐" '짝' "기분더럽지?" '짝' 딱 한대씩만 때렸음. 오락실에서 애들 건드리지말고 사라지라고 했더니 이 형들이 가방들을 들고 뛰어가려고 했음. 그때 그형이 "야 잠깐만!" 이랬더니 다들 순간 정지... 나한테 "너 나오라고 한게 누구야?" 이래서 그 형을 지목했더니 "200원 내놔.. 겜 하던거 마저 해야되" 이럼....
그후로 동네를 지나가다 그 형들을 봤는데 ㄷㄷ 떨면서 "OO이형 잘 지내시냐고" 안부를 물음... 소문이 났는지 동네에서 돈을 뜯겨본적이 없음.